여행/축제

‘서동요’의 배경이 된 전라북도 익산

‘서동요’의 배경이 된 전라북도 익산

by 운영자 2006.11.24

- 노래 한곡으로 사랑을 쟁취하다

한해가 저물고 있다. ‘대체 내 님은 어디 있는 거야’를 밤마다 외치는 이 땅의 일만이천 솔로부대원들에게는 이즈음이 가장 싫다.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를 당당하게 외쳐보지만 가슴 한켠 밀려오는 외로움과 쓸쓸함은 어쩌리. 올 겨울, 유독 기습한파가 잦을 거라는 기상청의 예보는 늑대ㆍ여우 목도리의 간절함을 더한다. 사랑이, 연애가, 결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던가.

하지만 노래 한곡으로, 그것도 꼬맹이들에게 엿 한 조각씩 쥐어주고 부르라 시킨 그 노래 한곡으로 미모의 공주(선화)를 아내로 맞이한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서동’이다.

생긴 것은 보지 않아 모른다 치더라도 홀어머니에 번듯한 직장도 없이 마를 캐서 겨우 연명했던 그가 어찌 그리도 지혜롭고 아름다운 아내를 맞이할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옛날 일이라 해도, 혹 그것이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 어려운 설화라 해도 부럽기 짝이 없다.

혹 ‘서동’의 기를 받아 그 놀라운 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어리석은’ 마음에 익산으로 향한다. 올해가 가기 전 이 솔로부대에서 전역하리!
서동요, 미륵사지 그리고 보석박물관

‘서동의 기를 받아오겠다’는 불순한 의도로 시작된 익산여행은 의외의 볼거리가 훨씬 많다. 드라마 ‘서동요’의 촬영장뿐만 아니라 백제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미륵사지, 국내 유일의 보석박물관까지! 어느 한곳도 놓칠 수 없다.

Theme 1. 서동과 선화공주의 애틋한 사랑 드라마 ‘서동요’ 촬영장
노래 하나로 공주를 아내로 맞이한 ‘돈키호테’ 같은 남자가 있다. 백제의 서동이 그 주인공. 산에서 마를 캐어 팔아 ‘마동’이라 불렸던 서동은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 선화공주가 천하의 일색이라는 소문을 듣고, 신라에 가서 동네 아이들에게 마를 주고 ‘선화공주님은 남몰래 얼어두고 맛둥방을 밤에 몰래 안고 간다’는 노래를 부르게 했다.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향가로 불리는 서동요다. 노래는 드디어 궁궐에까지 알려지고, 선화공주는 귀양을 가게 된다. 귀양 도중 서동을 만나 익산 땅으로 와 함께 살게 되고, 서동은 후에 백제 30대 무왕으로 등극한다.

작년 제작된 SBS-TV 드라마 ‘서동요’의 촬영장은 신흥저수지 부근 ‘서동 생가’ 촬영이 이뤄진 1세트장과 선화공주가 궁에서 나와 살던 ‘선화 사가’ 촬영이 이뤄진 여산면의 2세트장으로 나눠져 있다.

1세트장은 배산임수 지형으로 앞에는 저수지가 있고, 뒤로는 산이 막고 있다. 서민이었던 서동이 살았던 곳을 재현해 놓아 초가 10여 채가 전부다. 그러나 1천5백여 평 규모의 2세트장은 다양한 건물들이 들어서 있어 볼거리는 훨씬 많다. 백제시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곳.
Theme 2. 백제의 향기를 찾아서, 미륵사지
아직까지 ‘익산=미륵사지’처럼 인식된다. 경주처럼 역사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바로 익산이다. 미륵사는 백제 최대의 가람(승려들이 사는 사찰 등의 건축물)이었다고 한다.

그 후 모든 건물은 소실되고, 현재는 광활한 터와 연못만이 남아 있다. 이곳이 미륵사였다는 흔적을 보여주는 흔적은 동탑과 서탑. 국보 제11호로 지정되어 있는 미륵사지 석탑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석탑으로 꼽힌다.

거의 붕괴되어 한 귀퉁이만 6층까지 남아 있어, ‘원래는 7층이다’ ‘아니 9층이다’ 등 다양한 설들이 나왔고 그나마 일제시대 때 미륵사지 석탑의 붕괴된 곳을 흉물스러운 시멘트로 발라버렸다.

동탑은 1990년부터 복원에 들어가 1992년 30억원의 예산을 들여 완공한 탑이다. 5층에 미륵사지의 역사를 담은 문서와 불상 3개를 보존하고 있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 내에 복원을 해야 했던 탓에 과거의 흔적을 찾아보기는 너무나 어렵다.

세월의 흔적이 전혀 나타나지 않은 새하얀 동탑에서 백제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런 비난과 비판 때문에 남아 있는 서탑의 복원 계획은 아주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원래 서탑은 2007년까지 복원할 예정이었지만, 완벽한 작업을 위해 몇 년 더 미뤄질 것 같다고 한다.

미륵사지 발굴 현장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모두 미륵사지 유물전시관에 보관되어 있다. 이곳은 1997년 개관했고, 현재 소장 유물은 1만9천2백여 점에 이르고 있다. 관람은 무료.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관.
문의 063-836-7804(www.mireuksaji.org)
Theme 3. 국내 유일의 보석 전문 박물관
국내에서 유일한 보석박물관이 있는 곳이 바로 익산이다. 귀금속 가공 단지가 설립된 이후 익산은 국내 유수의 보석 가공 업체와 유통 그리고 판매망을 갖춘 고장이 됐다.

지난 2002년 5월 개관한 보석박물관은 마치 다이아몬드처럼 생긴 피라미드 형태의 건물. 총 4만3천여 평의 부지에 지어진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이다.

1층에는 기획 전시실과 보석 판매 코너를 갖추고 있고, 2층 상설 전시실에는 사람들의 눈을 기쁘게 하는 진귀한 보석과 원석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 전시된 보석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보석박물관은 매주 화요일과 매년 1월 1일 휴관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고, 관람료는 성인 3천원·청소년 2천원이다.
문의 063-850-4981(www.iksan.go.kr/jewel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