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져보고, 온몸으로 체험하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져보고, 온몸으로 체험하고!

by 운영자 2006.12.08

아이들의 방학이 2주 남짓 남았다.
놀토 때문에 아이들과 뭘 하며 놀까, 어디를 갈까 고민하던 부모들의 고민이 더 커지는 방학이다. 아이들의 공부에 도움이 되는 박물관은 어떨까?

유리박스 안에 담긴 것들을 슥 보고만 지나쳐야 하는 박물관은 아이들에게 따분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지난 6일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져보고,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어린이박물관’이 광주에 문을 열었다. 국립광주박물관 내 누리관이 그것.

‘만지지 마시오’ ‘사진촬영 금지’ ‘조용히 하세요’ 등 정적이고 딱딱한 ‘죽은’ 박물관이 아닌 만지고 체험하는 ‘살아있는’ 박물관이라 더더욱 재미날 것이다.
“종을 치니까 진짜 진짜 소리가 나요”

반갑다. 어린이박물관이 내가 사는 곳에서 1시간 거리인 광주에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그것도 볼거리 위주가 아닌 ‘체험거리’ 위주라는 소식에 더더욱 반가웠다.

어느 곳을 가든 꼭 지역마다 하나씩 박물관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갈 때마다 ‘다시는 안 와야지’ 하고 다짐하게 되는 곳도 바로 박물관이다. 집에서 인터넷으로 책으로도 볼 수 있는 ‘죽어있는’ 것들만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립광주박물관 내 어린이박물관은 다르다.

갓 잡은 생선처럼 팔딱팔딱 살아있다. 손을 대고 종을 치면 종소리가 들리고, 깨진 도자기를 퍼즐 맞추듯 맞춰 도자기를 완성할 수 있다. “와! 이것 좀 봐” 깔깔 웃어도 되고, 신기하다며 만져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

어린이박물관 입구. ‘신나는 역사 체험’이라 적힌 귀여운 글씨 옆에는 도무지 사나울 것 같지 않은 공룡 캐릭터가 박물관으로 안내한다.

아이들을 위한 박물관이라는 생각이 입구부터 든다. 어린이박물관 누리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어린이박물관과 체험학습실, 강당, 세미나실, 도서관 등을 갖추고, ‘광주·전남 환경과 생태’ ‘마을의 탄생’ ‘발굴탐험대’ ‘우리 문화재의 이해’ ‘감각과 느낌’ 등 코너를 마련하고 있다.

들어서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백악기 공룡들. 해남 우항리 해안절벽과 당시 공룡 발자국이 재현돼 있다. 또 그 옛날 해남 해안가에 살던 오리랍토르 공룡을 ‘모형’으로 만나볼 수 있다.

이밖에도 광주·전남지역에서 발견되는 여러 암석들을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다. 그래서 살아있다. ‘살아있다’는 것은 다른 박물관과 차별화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점.
공룡을 만나고 나면 통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풀과 볏짚 등을 이용해 지붕을 만든 청동기시대의 움집이 나온다. 움집 안을 들어갈 수 있게 아주 크게 구멍을 뚫어놓았는데 사람 모형과 도자기 등이 놓여있다.

또 선사시대 마을을 꾸민 미니어처도 재미있다. 꼭 실제처럼 뛰노는 아이들, 흙으로 그릇을 빚는 사람들, 집을 새로 짓느라 지붕 위에 올라가 볏짚을 얹고 있는 사람 등 모두 생동감이 넘친다. 뿐만 아니라 광주 신창동 유적에서 출토된 청동거울 모양 목기, 얼레빗, 발화구 등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재 유물들도 볼거리다.
장애아를 위한 ‘감각과 느낌’관 역시 여타의 박물관과 다른 점. 전시 유물들을 모두 시각·촉각·청각 등 다양한 감각으로 느낄 수 있게 해두었다. 범종은 손으로 치기만 해도 소리가 나고, 현악기도 제 소리를 낸다.

유물 설명은 글자, 음성 녹음, 점자로 해두었다. 벽면에 전시된 것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부처님 머리. 아이들에게 만져볼 수 있도록 해, 손으로도 뚜렷한 이목구비가 느껴진다. 이 부처님 머리는 무등산 원효사에서 출토된 것으로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이 헤드폰으로 들린다.
체험 코너 가운데는 꼭 씨름판인 듯 모래가 한가득 채워진 곳이 있는데 이곳은 직접 모래 속에 숨겨진 유물을 발굴하는 체험을 할 수 있는 ‘발굴탐험대’이다. 어린시절 놀이터에 쭈그려 앉아 동전을 찾는 모습이 왜 떠오르는지!

또 불상과 토기 모양을 맞추는 ‘문화재 퍼즐 맞추기’도 색다른 체험이다.
‘자연과 인간’에서는 광주 신창동 출토 발화대를 근간으로 실제로 불을 피워보는 시도를 해볼 수 있다. 활같이 생긴 것을 나무에 비벼서 불을 붙이는 원리이다.
국립광주박물관은 어린이박물관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12월 한 달간은 자유관람 형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초등학교 단체관람은 사전예약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국립광주박물관 측은 내년부터 기관단체(학교)와 가족단체에 한정하여 평일(화~금)과 주말로 나누어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체험학습장에서는 토기와 도자기·탁본·장신구·솟대 등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체험장을 이용하려면 인터넷을 통해 미리 예약해야 한다.

광주박물관 입장료는 일반 1000원, 청소년 500원이다. 6세 이하 65세 이상은 무료.
문의 062)570-7000, http://gwangju.museum.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