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따뜻한 붉은 빛 정갈한 갈빛 ‘순창’

따뜻한 붉은 빛 정갈한 갈빛 ‘순창’

by 운영자 2007.02.09

따뜻하다, 따뜻하다 소리가 절로 나오는 올 겨울.
순창을 찾은 날은 하필이면 고추장처럼 맵게 추운 날이었다.
그래서 그 맵찬 추위 때문에 순창으로 향했는지도 모른다.

‘순창’하면 가장 먼저 붉은색이 떠오른다.
빨간색이 아닌 붉은색, 고추장의 검붉은색 말이다. 다음은 고추장을 담고 있는 고목나무 줄기 빛깔의 장독대도 생각나고, 종이처럼 구겨진 거기에 감빛이 점점이 박힌 따뜻한 빛깔의 할머니 손도 떠오른다.

허나 순창을 표현할 수 있는 빛깔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여 순창의 빛깔 찾으러 떠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순창은 앞서 말한 그 빛깔로 모두 표현할 수 있다. 참말이다.

물과 빛, 정성이 빚은 붉은 고추장
순창의 고추장이 그토록 유명해진 것은 맑은 물과 빛에 힘입은 바 크다.
순창은 예로부터 옥천(玉川)으로 불릴 정도로 물이 좋은 고장이며, 기름진 토양에서 맑은 볕을 쬐고 자란 고추와 콩, 찹쌀 등의 산물들은 최고의 고추장을 만드는 재료가 되어 주었다.

순창만의 독특한 기후는 장 담그는 시기조차 타 지역과는 다르게 했다.
대개 음력 10월께 메주를 띄우는데, 순창에서는 음력 7월이면 메주를 띄우기 시작한다. 기후에 따른 숙성기간의 차이 때문에 순창에서 재료를 가져다 똑같은 방법으로 고추장을 쑤어도 다른 지역에서는 그 맛이 전혀 다르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어느 지역보다 젓갈이나 김치 같은 발효식품과 장류를 소중하게 키워온 남도의 문화적 특성과 남도 아낙네들의 정성 덕이다.

지금은 개량화되어 조금 아쉽긴 했지만 순창고추장마을은 그래도 여전히 옛 느낌을 지니고 있었다.
나무랑 친구하기, 푸른 ‘산림박물관’
순창군 복흥면 서마리.
무엇보다 초등학교쯤 다니는 아이들과 함께 가면 좋을 곳이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흥미진진한 볼거리들이 많다.

산림박물관은 3곳의 전시실로 이뤄져 있다.
전시품목은 나무 및 한지관련 소품류, 수달 황조롱이 등 야생동물 박제류, 버섯 석재 목재 등 임산물, 표본류, 나무로 만든 민속생활용품 등 모두 2100여 점.

1전시실은 숲으로의 초대, 산림의 이해, 산림과 생태계, 우리의 종이 한지, 임산물의 종류와 이용 등을 주제로 나무·숲과 우리의 관계를 둘러보는 곳.

2전시실은 ‘햄버거 속의 소’라든지 차곡차곡 쌓인 종이컵 설치물들을 통해 나무와 숲의 소중함을 돌아보는 공간. 

3전시실은 수많은 나무와 꽃들이 살아남기 위해, 대를 이어가기 위해 얼마나 눈물겹고 신비로운 방법들을 동원하는지 보여준다.

문의 : http://www.jbfm.or.kr, 063)652-6792
우직한 마을 지킴이, 갈빛 추령장승촌
마을의 초입에서 마을의 재앙을 막아주고 안녕을 빌어주던 장승.
순창에서 내장산을 넘는 고개 추령은 사라져 가는 장승을 볼 수 있다.

2000여평 가득 다양한 표정의 장승을 세워두었다.
무서운 장승, 예쁜 장승, 익살스런 장승.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다양한 장승의 얼굴들을 보는 데도 한참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쪽에는 공연장도 마련되어 있고 그네도 있다.

여름엔 문화체험학교를, 가을에는 장승축제를 여는 추령장승촌은 매서운 겨울 날씨 탓에 인적이 드물다. 하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좋은 것을 귀한 것을 혼자만 즐기는 뿌듯함.

추령장승촌, 이곳에 가면 장승과 전통문화가 우리 삶 속에, 마음속에 성큼 다가든다.

[글 : 순천광양교차로 최명희 기자 yurial78@naver.com]

사진설명
1. 바람에 메주가 말라가고 마당 한켠 가득 고추장 담긴 장독대가 늘어선 순창고추장마을
2. 나무와 숲, 자연의 소중함 일깨우는 산림박물관
3. 추령장승촌. 이곳에 가면 솟대와 장승을 실컷 구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