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황사 한가운데서 본 고창 학원농장 청보리밭

황사 한가운데서 본 고창 학원농장 청보리밭

by 운영자 2007.04.13

그래도 눈부시게 푸르더라

그랬다. 전국적으로 황사주의보도 아닌 경보가 발령된 날, 남들은 혹여나 황사에 건강 상할라 꼼짝도 않고 집에 있는 날, 꼭 나가야 했다면 마스크에 모자까지 ‘완전무장’을 했을 날 맨몸으로 고창에 갔다. 눈부시게 푸른 청보리 보러 고창에 갔다. 하필 황사의 한가운데였다.

‘황사가 심하네’ 청보리밭을 찾아가는 길 차창 밖으로 보인 황톳빛 풍경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린 말이다. ‘청보리밭’ ‘청보리밭’ 하며 그리도 기대했건만 하필 찾아간 날이 비 오는 날도 흐린 날도 아닌 ‘황사 심한 날’이라니! 허나 물러설 수 없다. 이왕 걸음을 뗀 것 꼭 청보리를 보고 말리라.
공음면 학원농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웬걸? 황사 한가운데 청보리를 보러 온 사람이 꽤 많다. 버스를 대절해 온 사진동호회 사람들도 있고, 아들·손자·며느리 앞세워 나들이를 나온 가족도 꽤 된다. 황사 한가운데서도 보러 올만큼 멋진 풍경이리라.

맨몸으로 맞은 황사는 차 안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심했다. 어디다 눈을 둬도 보이는 것은 황톳빛 뿌연 하늘과 청보리 초록 잎뿐이다. 누런 황톳빛과 푸른 보릿빛, 극명한 대조다.

대지의 어머니 데메테르 여신이 페르세포네를 되찾은 기쁨으로 온 땅을 비옥하게 가꾼다는 4월. 어린 청보리들도 여신의 사랑을 듬뿍 받고 쑤욱쑤욱 키를 키운 모양이다.
어머니의 젖무덤처럼 둥그스름한 30만평 대지 위에 몸을 꼿꼿이 세운 청보리가 빼곡하다. 머리숱 많은 여인네 머리처럼 보리와 보리 사이가 촘촘하다. 푸른 청보리가 지평선을 이뤘다.
네모난 보리밭만 보다 드넓게 펼쳐진 것을 보니 ‘바다’다 싶다. ‘보리바다’.

어느새 이만큼 자랐을까? 꽁꽁 얼어붙은 땅을 뚫고 움을 틔운 청보리들이 어른 종아리만큼이나 자라 있다. 보리 사이를 걸으면 종아리가 간질간질하겠다.

보리밭과 보리밭 사이로 난 구불구불 좁다란 길을 걷는다. 푹신푹신한 황톳길이다.
사방의 보리에서 풋풋하고 고소한 향이 나는 듯하다. 황사가 아니라면 두고두고 오래도록 걷고 싶은 길이다. 혹 걷다 걷다 다리가 아프면 보리밭 사이사이 세워진 원두막에서 쉬어가자.
키보다 높은 원두막에서 바라보는 보리밭의 풍경은 폭신한 푸른 카펫이 깔린 듯하다.

고 진의종 전 국무총리의 아들인 진영호씨 부부가 운영하는 이곳 학원농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보리농장이다.

2004년 고창군 공음면 선동·예전·용수리 일대가 경관농업특구로 지정되며 친환경 농촌관광지로 거듭나게 됐다. 그 덕에 주변 농가들도 하나 둘 보리밭을 가꾸기 시작해 학원농장과 주변 농가들의 청보리밭을 모두 합하면 그 규모가 30여만평에 이른다.
보리밭이 가장 푸르고 예쁜 시기는 4월부터 5월 중순까지다.
때문에 축제 기간도 맞춰 잡아 내일(14일)부터 5월 13일까지다.

‘제4회 고창 청보리밭 축제’에서는 30만평에 달하는 보리밭을 배경으로 보리밭 사이 길 걷기, 보리 음식 먹기, 민속놀이를 비롯해 고창농악 및 판소리, 국악대공연 등이 마련돼 있다.

또 보리피리불기, 도예, 보리개떡 만들기, 디딜방아 찧기, 맷돌 돌리기 등 다양한 체험행사도 진행된다.

[글ㆍ사진 : 순천광양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icross.co.kr]

∥ 가는 길 : 순천 → 호남고속도로 → 정읍IC → 고창읍성 → 23번 국도(영광 방면) → 15㎞ → 대산면 사거리(우회전) → 796번 지방도 → 8㎞ → 선동리 학원농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