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지리산 청학선원 배달성전 삼성궁

지리산 청학선원 배달성전 삼성궁

by 순광교차로 2007.06.15

지리산 넓고 깊은 품 안 민족혼 ‘오롯’

지리산을 어머니에 비유하는 글을 종종 보곤 한다. 어머니 품처럼 넓고 깊다 해서 붙여진 것이리라. 해발 1915m 넓이 440.5㎢. 전북 남원시, 경남 산청군과 하동군, 함양군, 전남 구례군 등 3도 5개 시·군에 걸쳐 그 산자락을 펼치고 있다. 넓고 깊다는 것이 수치로 증명된다.
[사진설명 : 한풀선사가 스승 낙천선사로부터 “민족혼을 샘솟게 하는 우물을 파라”는 명을 받고 판 우물. 실제로 보면 어찌나 큰지 입이 떡 벌어진다.]

이 깊고 너른 산은 수많은 민초들을 그 품으로 끌어안았다. 그 옛날 전쟁과 가난으로 갈 곳 잃은 이들을 받아주었고, 일제 치하 나라를 지키려 숨어든 이들을 지켜주었고, 해방 이후 빨치산들이 깊고 깊은 이곳에서 다른 세상을 꿈꾸었다.

그뿐이던가. 6.25 이후 우리 고유의 이상향을 위해 찾아든 이들이 자리잡은 곳도 바로 지리산이다. 청색 도포의 옛날 한복차림에 길게 땋은 댕기머리와 상투를 틀고 갓을 쓰고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사람들.
[사진설명 : 삼성궁을 이루고 있는 무수한 돌탑과 돌담. 돌 하나하나에 민족의 뿌리를 잊지 않으려는 염원을 담은 듯 강건하다.]

학교 대신 서당에서 영어 대신 한문을 배우는 이들. 잊혀져가는 우리의 전통을 고수하며 사는 사람들이 사는 청학동 한켠에는 우리의 뿌리, 환인, 환웅, 단국을 모신 ‘삼성궁(三聖宮)’이 있다.

삼성궁은 이곳 출신인 한풀선사(본명 강민주)와 그의 제자들이 단군시대 소도(천신(天神)에게 제사를 지내던 성지)를 복원해놓은 곳으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선도(禪道)를 지키며 신선도를 수행하는 도량이다.
[사진설명 : 민족의 뿌리를 지키겠다는 신념으로 쌓은 돌담과 돌탑들. 멀리 보이는 것이 환인, 환웅, 단군을 모신 건국전이다.]

돌 하나 풀 한 포기 ‘민족의 뿌리’ 지키는 맘으로
환인ㆍ환웅ㆍ단군 민족의 조상 기리는 ‘삼성궁’


깊다. 청학동을 찾을 때도 느꼈지만 그보다 더 깊숙한 곳에 웅숭그리고 있는 삼성궁은 더더욱 깊다. 깊고 깊어 어머니 자궁 속 같다. 우리가 맨 처음 있었던 어머니의 아늑하고 든든한 자궁.
‘궁~ 궁~ 궁~’

징이 세 번 울리자 굳게 닫혔던 문이 열리고 도복을 입은 수행자가 나온다. 그가 안내하는 문 안쪽은 또 다른 세상이다. 한민족의 뿌리 환인ㆍ환웅ㆍ단군 등을 모신 신전 ‘삼성궁’. 어머니의 자궁 같은 곳이다.

삼성궁은 이곳 출신인 한풀선사(본명 강민주)와 그의 제자들이 단군시대 소도(천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성지)를 복원해놓은 곳으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선도(禪道)를 지키며 신선도를 수행하는 도량이다.

삼성궁은 입구부터 범상치 않다.
시멘트를 이용하지 않고 돌로만 쌓은 담장이 먼저 반긴다. 그러나 이곳은 전초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나중에 진짜 삼성궁을 보고서야 안다. 삼성궁까지는 숲길을 걸어 올라야 한다.

마을 뒷산처럼 숨 가쁘지 않게 오를 수 있는 숲길은 신록의 계절답게 사위가 초록빛이다. 초록 이불을 덮은 듯 옆 사람의 얼굴마저 초록빛으로 물들게 한다.

삼성궁 입구 오른편에 있는 징을 세 번 치자 도복 차림의 수행자가 나온다. 문을 열고 수행자가 안내한 곳에 이른다. 어두컴컴한 굴을 10발자국쯤 걷자 눈부신 빛과 탁 트인 너른 땅이 나타난다. 숲속 어디에 이렇게 평평하고 너른 땅이 있었을까 싶다.

[사진설명 : 왼쪽 -장승에 우리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을 새겨넣었다. ‘홍익인간대장군’ , 오른쪽 - ‘홍익인간대장군’ 옆에는 ‘이화세계여장군’. 이치로써 세상을 다스린다는 우리의 또다른 건국이념이다.]

다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수많은, 주위를 빙 두르고 있는 돌담과 돌탑들.
사람 키를 훌쩍 넘은 이것들은 아기자기한 수준을 넘어 웅장하기까지 하다. 헌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맷돌, 장독, 절구, 다듬잇돌 등 돌탑과 돌담을 이룬 재료가 재미나다. 게다가 돌만으로 맞물려 쌓은 1000여개의 돌탑들은 모진 비바람에도 끄떡하지 않았다 한다.

삼성궁 한가운데 위치한 연못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궁을 만든 한풀선사가 스승 낙천선사로부터 “민족혼을 샘솟게 하는 우물을 파라”는 명을 받고 판 이것은 삼성궁의 시작이 된 셈이다.

숲을 봤으니 나무를 볼 차례다.
삼성궁을 돌아보는 코스는 하나. ‘배달길’이라 적힌 팻말을 따라가기만 하면 삼성궁 이곳저곳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다.
[사진설명 : 건국전 내부 모습. 환인, 환웅, 단군의 초상과 우리나라의 건국이념 ‘홍익인간’ ‘이화세계’가 적혀 있다.]

맷돌, 장독, 절구, 다듬잇돌로 꾸며진 돌담을 따라 너른 마당을 지나면 크게 보이는 것이 우리 민족의 뿌리 환인, 환웅, 단군을 모신 건국전이다. 이곳에는 환인, 환웅, 단군의 초상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 이화세계(理化世界 이치로써 세상을 다스린다)라 적힌 글귀가 있다.

건국전을 지나 ‘아사달’길로 접어들면 높다란 돌탑이 나무처럼 빽빽하게 들어서있다. 그곳을 지나면 대나무숲이다. 연초록빛 대나무숲은 진초록의 지리산과 견주면 꼭 노란머리 외국인처럼 보인다. 대숲 너머는 수행자들이 거처하는 곳인데 일반인에게는 출입이 금지돼 있다.

삼성궁의 마지막 코스는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청학루. 청학루 팔각 정자에 서면 삼성궁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도저히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할 것 같은 삼성궁. 돌 하나 풀 한포기도 손으로 날라 만든 이곳은 삼성궁을 만든 이들에게 이미 신앙일 것만 같다. 삼성궁을 더 알고 싶으면 www.bdsj.or.kr

[글ㆍ사진 최명희 기자 cmh@icros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