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울울창창 나무들 장성 입암산ㆍ축령산

울울창창 나무들 장성 입암산ㆍ축령산

by 운영자 2007.07.06

초록 기운 충전하러 산으로 가자!

숲은 팔색조다.
형형색색의 색을 숨기고 시기마다 다른 색을 보여주는 숲은 무지갯빛 털을 지닌 팔색조다.

봄의 숲이 천지간에 향긋한 아카시아 향을 내뿜으면, 여름 숲은 초록에 초록을 더하며 위로 옆으로 부푼다. 여름 내내 내리쬐던 폭염 탓에 가을 숲은 붉은 열꽃을 피운다.

열심히 그 열꽃과 싸운 숲은 결국 열꽃을 이기고 열꽃을 다 털어내며 겨울을 맞는다. 열꽃을 다 털어 앙상해진 나뭇가지는 매서운 눈과 바람을 맞으며 견디다 개구리 울음에 깨어나 봄 숲의 심장을 깨운다.

이 무렵의 숲은 초록에 초록을 덧칠한 진초록이다.
자꾸만 자꾸만 푸르러진다. 줄기와 가지는 점점 하늘과 가까워지고 작은 가지들은 팔을 벌려 몸을 키운다. 지금 숲에는 초록 기운이 가득하다.

숲은 이미, 찌들고 찌든 저 아래 세상 사람들의 휴식을 위해 준비를 마쳤다. 우리는 이제 숲의 품으로 가 안기기만 하면 된다. 가서 초록 기운 충전을 받아 오기만 하면 된다.
[사진설명 : 하늘을 향해 키를 키운 장성 축령산의 삼나무·편백나무 숲. 진한 숲 냄새 때문에 숲길을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장성 서삼면 모임리와 북일면 문임리 축령산은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가득하다.
30~50년 수령의 나무들은 약 3000평에 700~2500그루가 ‘빽빽하게’ 심겨 있다. 양옆으로 호위병처럼 들어찬 나무들 사이 오솔길을 가만가만 걸어 들어가면 숲은 점점 더 깊어진다.

숲이 만들어내는 풋풋한 향기와 함께 사람의 코끝으로 전달돼 맑은 기운으로 몸속에 차오른다. 축령산 삼나무 편백나무 숲은 깊은 심호흡 한 번만으로도 그렇게 삶의 재충전을 시켜준다.

내장산에 가려 산행의 소소한 즐거움이 잘 알려지지 않은 입암산도 가족과 함께 와 즐기기에 좋은 코스다. 산길을 오른다기보다는 숲길을 걷는 듯 평탄하고 순한 이 산은 그래서 ‘산 타기’ 어려운 이들이 초록 기운 충전받기에 그만이다.
[사진설명 : 축령산 삼나무ㆍ편백나무 숲]

계곡도 만나고 초가집도 보고 삼림욕도 하고
장성 입암산ㆍ축령산서 만난 소소한 즐거움


∥ 울창한 나무에 갇히다, 축령산
축령산의 삼나무·편백나무 숲은 장엄하다. 나무들은 하늘에 닿을 듯한 기세로 곧게 자라나 성벽 같은 숲을 이루었다. 나무 끝이 어딘지 살펴보려 했다간 비탈진 길 위에 휘청할지도 모른다.
나무들의 평균 높이가 18m라고 하니, 2m도 채 못되는 인간은 그 속에 갇히기 십상이다.

30~50년 수령의 나무들은 약 3000평에 700~2500그루가 심겨 있다. 이 묘목들을 심은 이는 임종국씨. 1956년부터 나무를 심기 시작해 87년 다른 세상으로 가는 순간까지도 그 나무들만 생각했다는 사람이다.

시간이 지나 삼나무와 편백나무는 하늘 가까이 자랐고, 선생에 의해 만들어진 90만 평의 인공 조림지는 우리나라 전체를 통 털어 가장 아름답다는 숲이 됐다.
[사진설명 : 금곡영화마을]

∥ 울창한 나무에 갇히다, 축령산
축령산 오르는 길에 만나게 되는 금곡영화마을.
영화 ‘태백산맥’과 ‘내 마음의 풍금’이 드라마 ‘왕초’가 촬영된 고향 내음 가득한 곳이다.

이곳은 50년대의 마을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돌담과 짚으로 엮은 빛바랜 초가, 흙벽으로 지은 집, 물레방아 등 옛 모습 그대로다. 그 덕에 지금은 영화민속마을로 지정됐다. 또한 고인돌과 연자방아, 당산나무, 당산석, 모정 등도 볼거리.

무엇보다 이곳은 여전히 사람들이 땅을 일구며 살고 있다는 점.
씽씽 차가 달리고 저 반대편 세상을 볼 수 있는 텔레비전이 오히려 어색한 풍경이다.

마을 입구의 논들의 벼는 햇볕 먹고 바람 먹고 비 맞고 사람들의 정성 먹고 쑥쑥 자라는 중이다. 작년, 구판장을 개조해 만든 ‘금곡 숲속미술관’도 둘러볼만 하다.
[사진설명 : 금곡영화마을 입구 장승과 솟대]

∥ 우리들만 아는 산, 입암산
정읍 내장사 대웅전 앞에서 오른편으로 보이는 바위산이 입암산이다.
아는 사람만 찾는다는 비밀 같은 산이다.
높이 626m의 입암산은 정상의 갓바위가 마치 갓(笠)을 쓴 것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오르기가 수월해 가족단위로 찾기 좋다.

산 정상 부근에는 고려시대에 쌓은 입암산성이 있다.

이 산성은 고려시대에 쌓은 것으로 고려때는 송군비 장군이 몽고군을 격퇴하고, 임진왜란, 정유재란 때 중요한 요새로 쓰였다 한다. 포루와 성문과 사찰이 존재했다 하나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입암산성이 언제 폐쇄되고 그 시설과 건물이 언제 없어졌는가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등산로 초입 만날 수 있는 남창계곡. 장성군이 정한 8경 중 하나다.

산성골, 은선동, 반석동, 하곡동, 자하동, 내인골 등 여섯 갈래 계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길이만도 십여 리에 이른다.

계곡 곳곳마다 크고 작은 폭포와 기암괴석이 들어서 있다.
물속이 다 들여다보이는 투영한 계곡물과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오솔길은 남창계곡의 자랑.

[글ㆍ사진 :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cmh@icros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