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군산 선유도 자전거 하이킹

군산 선유도 자전거 하이킹

by 운영자 2007.08.31

다 같이 돌자, ‘씽씽’ 자전거 타고!

온종일 눈이 새빨개져라 인터넷 쇼핑몰 뒤져 산 옷보다는 단 몇 시간이라도 발품 팔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직접 입어봐 산 옷이 더 마음에 들고 정이 간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시원한 차 안에서 ‘슥’ 보고 지나가는 풍경이 아니라 땡볕 아래 땀 흘려가며, 다리 아파가며 오감으로 느끼고 온 것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차를 타고 스쳐 지나가면 볼 수 없는 소소한 아름다움도 발끝에서만은 그 진가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군산 선유도 여행은 그래서 더더욱 빛이 난다. 다른 섬들과 달리 자가용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어, 선유도에서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야 한다. 가장 빨리 섬을 돌 수 있는 수단은 충전식 전동차. 그래봐야 시속 2~30km지만 선유도에서만은 그 어떤 스포츠카가 부럽지 않을 속력이다.
선유도 여행의 묘미는 자전거 여행.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며 페달 밟아 앞으로 나가는 자전거 여행은 온몸으로 선유도를 즐기기에 딱이다.

입추와 처서가 지나고 어느덧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을이 가까이 다가왔다. 운동화 끈을 조이고 자전거에 올라타자. 가슴 가득 선유도 담으러 페달을 밟자. 흐르는 땀방울은 바람이 씻어줄 테고, 팍팍한 다리는 멋진 풍광이 잊게 할 것이다.
터덜터덜 낡은 포장도로를 달리며 섬을 즐기는 여유로움. 바람을 가르며 다리에 힘을 줘 페달을 굴릴 때의 상쾌함. 자전거로 즐기는 느림과 빠름. 느림과 빠름의 조화가 완벽한 선유도로 가자.
아름다운 풍광에 시간도 길을 잃다
신선이 노니는 섬, 선유도

「선유도. 신선이 노닌다는 그 섬의 백사장을 처음 본 순간, 나는 세상에서 가장 맑고 넓은 원고지를 생각했다. 햇볕이 충분하지 않았지만 모래들은 빛났고 파도소리들은 푸르렀다. 애기 소라고동 하나가 모래 위를 뒤뚱거리면 걸어가다 내가 가까이 가자 작은 구멍 속으로 얼른 숨었다. 나는 손톱 하나의 깊이도 되지 않는 그 구멍 속에서 소라고동을 찾아냈다. 안녕, 난 친구야. 내 인사는 방금 밀려온 물살 하나가 소라고동의 구멍 위를 스쳐가는 바람에 그만 지워지고 말았다. 그때, 새 한 마리가 섬과 섬 사이로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시심이 일었다. 모래사장 위에 손가락으로 한 편의 시를 썼다」곽재구 <포구기행> 중 ‘소라고둥 곁에서 시를 쓰다 - 선유도 기행’

선유도(仙遊島).
그 아름다운 풍광에 신선이 노닐었다는 섬, 선유도. 선유도 가는 길은 그리 녹록치 않다. 신선이 노닐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보러 가는데 그만큼의 대가를 치르는 일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군산으로 접어들어 외항 여객선터미널로 향한다.
이곳에다 차를 주차해두고 선유도행 배를 타야 한다. 선유도는 차를 갖고 들어갈 수 없다.

여름 휴가철을 겨냥해 30분 간격으로 오가는 배에 올라탄다. 쾌속선을 타 40여분이면 선유도에 도착할 수 있단다. 쾌속선이 아닌 경우 선유도까지는 1시간 30여분 정도 걸린다. 군산여객선터미널을 출발, 한참을 지나도 공장들과 둑은 계속된다.

군산 바다는 그저 ‘즐김’의 바다가 아닌 것. 사람들이 바다에 기대사는 ‘삶’의 공간이었던 것.
고군산 열도는 군산 앞바다에 점점이 펼쳐진 60여개의 섬을 이른다. 그 중 선유도는 가장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얼마나 달렸을까. 섬들이 떼를 지어 나타난다. 16개 유인도와 47개 무인도로 이루어진 고군산군도라는 사실이 이제야 실감나는 순간이다. 우뚝 바위봉우리가 눈앞을 가로막는다. 선유도의 상징, 망주봉이다. 툭 트인 바다와 금빛 모래사장에 눈이 시원해진다. 바람이 눈에 직접 닿은 느낌이 이보다 더 시원할까.

조심스레 배에서 내린다. 배에서 보던 풍광은 선유도를 절반도 느끼지 못한 것. 선유도를 제대로 즐기는데 자전거만한 것이 있을까. 선유 2구 쪽으로 가면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는 대여소가 있다. 운동화끈을 조이고 모자를 푹 눌러 쓴 뒤 자전거에 오른다. 페달을 밟는 발에 힘이 들어간다. 출발이다.
[사진설명 : 선유도의 낙조. 서해에서 낙조가 아름답지 어디 있겠는가만은 시간을 빗겨간 듯한 선유도의 낙조는 더 특별하다.]

선유도는 선유도를 중심으로 북쪽과 남쪽으로 장자도와 무녀도가 다리로 연결돼, 세 섬이 마치 하나의 섬처럼 어깨를 맞대고 있다. 선유도 일주는 우선 자전거 대여소에서 시작한다. 선유도 자전거 일주 코스는 선유도를 시작으로 북쪽의 장자도 다음으로 무녀도를 돌아볼 계획을 짠다.

선유 2구의 해안도로를 타고 오른쪽 명사십리 해수욕장을 따라 가면 과거 보러 간 남편을 기다리다 등에 업은 아들과 함께 돌이 되어버렸다는 슬픈 전설의 장자할매바위가 바다를 향해 우뚝 서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 장자할매바위를 보면서 사랑을 약속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여기서 아스팔트길을 따라 오르면 망주봉 정상에 서서 선유도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장자도로 향한다.
장자도 가는 길은 다른 어떤 곳보다 풍광이 멋지다. 장자대교를 건너며 만나는 풍경은 절로 탄성을 자아낸다. 자전거에서 내려 몇 컷 사진을 찍어두고 돌아 나오자. 여객선터미널 왼편 선유대교를 건너 무녀도까지 가야 하니 갈 길이 바쁘다. 가던 길을 되돌아 여객선터미널에서 무녀도로 곧장 가지 말고 선유 1구에 위치한 선유도 현지인만 알고 찾는다는 은밀한 ‘몽돌해수욕장’을 빼놓지 말자. 인적이 드문 이곳은 물이 맑고 조용해 연인과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다.

선유대교를 지나 무녀도로 향한다. ‘무당이 춤을 추는 모습’을 하고 있다 해서 지어진 무녀도(巫女島). 이곳에서 빼놓지 않아야 할 것이 무녀염전이다.

처음 보는 염전에 눈이 휘둥글. 석양빛 받아 반짝이는 염전의 풍경이 어쩐지 슬프다. 저 안에서 손발이 부르트도록 일했을 어머니 아버지 탓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다리가 팍팍하다. 돌아가야 할 때가 된 모양이다. 사실 선유도에는 사자바위, 독립문바위 등등 유명한 것들이 많다. 자전거로 찬찬히 돌며 그것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고 섬을 한바퀴 휘~ 돌아도 좋다. 일상의 복잡함 따윈 이곳에선 길을 잃는다.

[글·사진 :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cmh@icros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