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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미각 6선>밥상 위에 펼쳐진 ‘물오른’ 가을

<가을 미각 6선>밥상 위에 펼쳐진 ‘물오른’ 가을

by 운영자 2007.10.11

고소하고 찰진 전어·대하, 은은한 가을 향 송이·더덕, 쫄깃한 오징어, 힘찬 미꾸라지

뭐든 때가 있다. 공부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고 꽃 피울 때가 있고 꽃이 질 때가 있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음식에도 때가 있다. 그것이 ‘제철 음식’이다. 때에 맞게 햇볕을 받고 양분을 받아 들여 우렁우렁 살을 찌우고 키를 키운 자연 그대로의 제철 음식.

자연에게 맡겨 두었기에 보약만큼 귀하다. 지난여름, 무더위와 비와 싸우느라 지칠 대로 지친 우리 몸에 가을 양분을 보충해주자. 밥상 위에 펼쳐진 풍성한 가을로 기운을 북돋자.

고소하고 찰진 전어·대하, 은은한 가을 향 송이·더덕, 쫄깃한 오징어, 힘찬 미꾸라지. 가을 미각 6선을 소개한다.
# 돈 생각 않고 먹는 ‘전어’
얼마나 맛이 좋았으면 돈 생각 않고 마구 먹었을까. 어디 그뿐인가. ‘전어 대가리에 깨가 서 말’ ‘3년 전 집 나간 며느리도 전어 굽는 냄새에 돌아온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 ‘가을전어는 며느리 친정 간 사이 문을 걸어 잠그고 먹는다’ 등 전어의 맛을 형용하는 말들은 많다.

봄에 산란한 전어는 가을이면 통통하게 살이 오른다. 토실토실 살을 찌워 가을에 절정을 이룬다. 전어는 ○○○을 때 고소하고 감칠맛이 감도는 것이 특징.

사람들이 가을 전어에 열광하는 이유는 맛도 맛이려니와 전어가 충실한 영양 덩어리이기 때문.

가을전어에는 봄, 여름보다 3배 많은 불포화지방산(동맥경화, 뇌졸중, 심장병 예방에 효과)이 들어 있는데다 기억력과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DHA와 EPA를 유독 많이 함유하고 있다.

또 사람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필수아미노산인 이소류신, 라이신, 메티오닌 등이 8종류나 있는데다 콜레스테롤과 체지방을 분해하는 타우린도 풍부하다.
# 우지끈 새우 살 터지는 소리 ‘대하’
살랑 가을바람이 불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것이 ‘대하구이’를 내건 포장마차. 머리부터 꼬리까지 통실통실 살 오른 대하는 우선 한 입 베어 물 때 ‘우지끈’ 차지게 ○○○히는 소리가 일품이다. 짭조름하면서도 달콤한 맛은 두말하면 잔소리 세말하면 입 아프다.

대하는 고단백 스태미나 식품으로 양기를 왕성하게 해주고 불포화지방산과 타우린이 함께 들어 있어서 고혈압, 동맥경화증, 심장병 등 성인병을 예방하며 특히 다리가 튼튼해지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또한 껍데기에는 항암효과가 뛰어난 ‘키틴’뿐만 아니라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칼슘도 충분히 함유하고 있어 통째로 먹는 것이 좋다. 그러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은 가급적 구이보다는 야채가 듬뿍 들어간 찜 요리를 먹는 것이 좋다.
# 가을 숲 향 가득 ‘송이’
자연산 새송이는 웬만한 사람 아니고서야 맛볼 수 없을 만큼 비싸다. 남북 정상회담 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도 노무현 대통령에게 북한산 송이버섯 4톤을 선물로 줄 만큼 귀한 음식. 송이는 ‘신선의 음식’이라 불릴 정도로 귀하다.

‘동의보감’에서는 ‘성질이 평(平)하고 달며 독이 없다. 맛이 매우 향기롭고 솔 냄새가 난다’고 적혀 있다. 송이는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항암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04년 말린 표고버섯을 10대 항암식품으로 선정했는데, 버섯류는 대부분 항암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송이는 또 면역력을 증강시켜 질병 치유력을 높여주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억제시켜 심혈관 질환 예방과 치료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 인삼 못지않은 약효 ‘더덕’
향으로 따지면 더덕도 송이에 견줄 바가 아니다. 땅의 기운이 느껴지는 맛과 향은 더덕의 묘미.

더덕은 인삼, 현삼, 단삼, 고삼과 함께 오삼 중 사삼으로 꼽히며 인삼 못지않은 약효를 증명한다. 더덕의 주성분은 사포닌.

이 성분은 위장과 폐, 신장에 좋다. 뿌리에 혹이 많아 마치 두꺼비 잔등처럼 더덕더덕하게 돼 있다고 해서 더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맛이 달고 서늘한 기운을 갖고 있어, 몸 안의 부종을 치료하고 축적된 독성물질을 배설해주는 효능이 있다. 더덕은 오래된 것일수록 향과 맛이 진하고 약효도 좋다.
# 쫄깃한 속살 원기 회복 효능 ‘오징어’
오징어. 흔하디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이것의 제철이 바로 지금이다.

짭짤한 맛과 ○○○는 맛 덕에 온 국민의 술안주 및 간식으로 사랑받는 오징어는 원기 회복에 탁월한 효과를 갖고 있다.

예부터 감기에 걸렸을 때 오징어 굽는 냄새와 연기만 들이마셔도 낫는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오징어에는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되는 타우린이 육류보다 20배 이상 함유되어 있다. 오징어에는 노화를 늦추는 효능도 있다 하니 즐겨 먹어도 좋다.

혹 오징어의 콜레스테롤 때문에 먹고 싶지만 먹지 못하는 이가 있다면 오늘부터는 걱정 없이 오징어를 먹어도 된다. 오징어의 콜레스테롤은 육류와 달리 이롭다.
# 펄떡펄떡 힘 솟는 ‘미꾸라지’
가을과 오죽 잘 어울렸으면 미꾸라지를 두고 추어라 했을까. 미꾸라지는 이름처럼 가을 보양식의 대표다.

미꾸라지는 단백질과 칼슘, 무기질이 풍부해, 여름철 더위로 잃은 원기를 회복시켜준다. 가을에 유독 미꾸라지가 알찬 이유는 겨울잠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겨울잠을 자기 위해 미꾸라지는 이 가을 퉁퉁하게 살을 찌운다. 땅속을 돌아다니며 온갖 양분을 가득 담고 있는 때가 바로 지금.

미꾸라지에는 불포화지방산이 높아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 <본초강목>에 따르면 ‘양기에 좋고, 백발을 흑발로 변하게 하며, 초풍의 등심에 익힌 것이 제일 맛이 좋다’고 미꾸라지를 설명하고 있다.

[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cmh@icros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