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타는 가을 산을 보았네
단풍이 타는 가을 산을 보았네
by 운영자 2007.11.02
광양 백운산
봄이 저 아래 남도에서부터 온다면 가을은 저 북녘의 설악산에서 소백산을 넘어 남도의 산하까지 위에서부터 아래로 서서히 붉은 물을 들인다. 생의 마지막 ‘붉은’ ‘노란’ 울음 토해내는 이파리.
색(色)을 거두고 가을을 말할 수 있을까 . 불을 지른 듯, 가뭄에 타들어간 듯 붉고 노란빛으로 산하를 물들인 단풍은 봄의 색처럼 강렬하지 않지만 마지막 정염을 다 뿜어낸다. 붉게 물든 단풍잎 서리 맞아 곱고, 노란 은행잎 이슬 젖어 더욱 맑다. 사람 손 닿지 않아도 ‘그렇게’ 빚어내는 천상의 조화다.
우리가 몸서리치도록 아름답다 말하는 단풍은 ‘이제는 조용히 사그라져야 할 때’임을 알리는 예쁜 신호. 올 한해 동안 서늘한 그늘이 돼주었던 파릇한 잎은 이제 사람들과 또 나무와 이별을 한다.
사람도 단풍처럼 마지막 가는 길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지 않겠다 떼쓰지 않고, 자연의 섭리에 조용히 순응해 사그라지는 단풍은 그래서 ‘가야할 때가 언제인지 알고 가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보여준다.
심장마저도 불타버릴 것 같고, 심지어 길바닥과 하늘까지도 붉게 물들어버릴 것 같은 황홀한 가을. 가는 가을 아쉬워, 가을 옴팡지게 머물러 있는 가을 산으로 떠난다. 광양 백운산으로 떠난다.
봄이 저 아래 남도에서부터 온다면 가을은 저 북녘의 설악산에서 소백산을 넘어 남도의 산하까지 위에서부터 아래로 서서히 붉은 물을 들인다. 생의 마지막 ‘붉은’ ‘노란’ 울음 토해내는 이파리.
색(色)을 거두고 가을을 말할 수 있을까 . 불을 지른 듯, 가뭄에 타들어간 듯 붉고 노란빛으로 산하를 물들인 단풍은 봄의 색처럼 강렬하지 않지만 마지막 정염을 다 뿜어낸다. 붉게 물든 단풍잎 서리 맞아 곱고, 노란 은행잎 이슬 젖어 더욱 맑다. 사람 손 닿지 않아도 ‘그렇게’ 빚어내는 천상의 조화다.
우리가 몸서리치도록 아름답다 말하는 단풍은 ‘이제는 조용히 사그라져야 할 때’임을 알리는 예쁜 신호. 올 한해 동안 서늘한 그늘이 돼주었던 파릇한 잎은 이제 사람들과 또 나무와 이별을 한다.
사람도 단풍처럼 마지막 가는 길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지 않겠다 떼쓰지 않고, 자연의 섭리에 조용히 순응해 사그라지는 단풍은 그래서 ‘가야할 때가 언제인지 알고 가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보여준다.
심장마저도 불타버릴 것 같고, 심지어 길바닥과 하늘까지도 붉게 물들어버릴 것 같은 황홀한 가을. 가는 가을 아쉬워, 가을 옴팡지게 머물러 있는 가을 산으로 떠난다. 광양 백운산으로 떠난다.
[ 사진설명 : 단풍 뵈러 갔다 억새를 만나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
해질녘 노을빛으로 곱게 물든
소박한 숲길, 함께 걸으실래요?
‘밥 로스의 그림교실’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기억하는지. 북슬북슬한 고수머리에 수염까지 풍성했던 밥 아저씨는 나이프와 팔레트만으로 캔버스 위에 천지를 창조했다.
마법도 그런 마법이 없다 생각했다. 슥삭슥삭 아저씨의 나이프가 지나간 자리에는 생기 없는 나무들도 빛을 받아 생생했고, 밋밋한 바위도 진짜가 됐다.
백운산이 꼭 그렇다. 지금 단풍으로 곱게 물든 백운산은 현실이라기보다는 그림에 가깝다. 밥 아저씨의 놀라운 그림 같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천연의 빛이 이다지도 고왔던가. 한복 앞자락에서 언뜻언뜻 비치는 노리개같이, 긴 머리 사이로 슬쩍 빛나는 귀걸이같이 단풍은 멀리서, 은근히 눈길을 붙잡는다.
해질녘 노을빛으로 곱게 물든
소박한 숲길, 함께 걸으실래요?
‘밥 로스의 그림교실’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기억하는지. 북슬북슬한 고수머리에 수염까지 풍성했던 밥 아저씨는 나이프와 팔레트만으로 캔버스 위에 천지를 창조했다.
마법도 그런 마법이 없다 생각했다. 슥삭슥삭 아저씨의 나이프가 지나간 자리에는 생기 없는 나무들도 빛을 받아 생생했고, 밋밋한 바위도 진짜가 됐다.
백운산이 꼭 그렇다. 지금 단풍으로 곱게 물든 백운산은 현실이라기보다는 그림에 가깝다. 밥 아저씨의 놀라운 그림 같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천연의 빛이 이다지도 고왔던가. 한복 앞자락에서 언뜻언뜻 비치는 노리개같이, 긴 머리 사이로 슬쩍 빛나는 귀걸이같이 단풍은 멀리서, 은근히 눈길을 붙잡는다.
[ 사진설명 : 진틀마을로 내려오는 길 숲길에 흩뿌려진 낙엽들. 마지막까지 이토록 아름답다.]
<가을이 왜 이렇게 예쁘지요? 서른 번 가까이 가을을 지내고 나서야 가을도 참 예쁘다는 것을 깨달아요. 전에는 막 피어오르는 것들만 예쁘다 느꼈는데 이젠 지는 것의 아름다움도 볼 줄 아는 마음이 생기네요. 잊지 못할 스물아홉의 가을!> 단풍 앞에 멈춰서 문자를 보낸다.
광양의 백운산(1217.8m)은 ‘지리산 전망대’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호남정맥의 최고봉인 탓에 가깝게 다가앉은 지리산 봉우리들이 그만큼 또렷하게 시야를 채우기 때문이다. 백운산 산행 코스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코스는 동동마을 - 백운산수련장 - 억불봉 - 정상 - 진틀마을로 16km, 약 7시간가량이 소요된다. 2코스는 선동마을 - 백운사 - 상백운암 - 정상 - 진틀마을 코스로 12km 5시간이 걸린다. 3코스는 초보 등산인에게 가장 무난한 코스로 진틀마을 - 삼거리 - 정상 - 신선대 - 삼거리 - 진틀마을 10km 4시간여가 소요된다. 4코스는 논실마을 - 한재 - 정상 - 삼거리 - 진틀마을 코스. 11km 4시간 30분 가량 걸린다.
가장 짧고 완만한 코스인 3번째 코스를 택한다. 진틀마을까지는 광양에서 옥룡·백운산 표지판을 따로 15km 정도를 차로 오르면 된다. 진틀휴게소 부근에 차를 세워두고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허나 다행인 것은 위험하거나 지치지 않는다는 점.
<가을이 왜 이렇게 예쁘지요? 서른 번 가까이 가을을 지내고 나서야 가을도 참 예쁘다는 것을 깨달아요. 전에는 막 피어오르는 것들만 예쁘다 느꼈는데 이젠 지는 것의 아름다움도 볼 줄 아는 마음이 생기네요. 잊지 못할 스물아홉의 가을!> 단풍 앞에 멈춰서 문자를 보낸다.
광양의 백운산(1217.8m)은 ‘지리산 전망대’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호남정맥의 최고봉인 탓에 가깝게 다가앉은 지리산 봉우리들이 그만큼 또렷하게 시야를 채우기 때문이다. 백운산 산행 코스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코스는 동동마을 - 백운산수련장 - 억불봉 - 정상 - 진틀마을로 16km, 약 7시간가량이 소요된다. 2코스는 선동마을 - 백운사 - 상백운암 - 정상 - 진틀마을 코스로 12km 5시간이 걸린다. 3코스는 초보 등산인에게 가장 무난한 코스로 진틀마을 - 삼거리 - 정상 - 신선대 - 삼거리 - 진틀마을 10km 4시간여가 소요된다. 4코스는 논실마을 - 한재 - 정상 - 삼거리 - 진틀마을 코스. 11km 4시간 30분 가량 걸린다.
가장 짧고 완만한 코스인 3번째 코스를 택한다. 진틀마을까지는 광양에서 옥룡·백운산 표지판을 따로 15km 정도를 차로 오르면 된다. 진틀휴게소 부근에 차를 세워두고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허나 다행인 것은 위험하거나 지치지 않는다는 점.
[ 사진설명 : 정상에서 바라본 봉우리들. 브로콜리 송이송이에 각기 다른 색으로 물을 들인 것처럼 나무마다 소담스레 다른 색으로 단풍이 들었다. ]
진틀삼거리에서 정상까지 오르는 길이 다소 가파르지만 위험하거나 매우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수준은 아니다. 그 전까지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도란도란 얘기도 할 수 있을 만큼 편하다. 다만 큰 돌들이 툭툭 나 있어 단풍에 한눈팔다가 넘어지기 십상이니 주의할 것.
정상에서 바라보는 단풍은 표현이 불가하다. 초록의 브로콜리에 물을 들인 듯 나무마다 다른 색으로 보송보송 소담스럽게 물든 모습이 앙증맞으면서도 아름답다. 가슴이 뻥 뚫릴 듯한 풍광과 시원한 바람, 이 맛에 정상에 오르나 싶다.
걸음을 재촉해 신선대로 향한다. 신선대로 향하는 길은 중간중간 철계단이 놓여 있어 가파르지만 오를 만하다.
이 코스는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언제든 등산로 옆으로 시원스레 흐르는 계곡물에 손을 담글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계곡에 앉아 붉게 물든 단풍을 코앞에서 바라보는 것도 큰 재미.
다시 진틀마을에 가까이 다가선다. 멀리 가을의 막바지 정염 불태우는 잎들이 바람에 몸둘바를 모르고, 산새소리, 물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가슴속에 묵은 찌꺼기들을 흩어놓는다. 가을 보러 왔다가 마음 속 찌꺼기까지 훌훌 털어버리게 하는, 참 좋은 가을 산이다. 참 좋은 가을이다.
[ 글ㆍ사진 최명희 기자 cmh@icross.co.kr ]
진틀삼거리에서 정상까지 오르는 길이 다소 가파르지만 위험하거나 매우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수준은 아니다. 그 전까지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도란도란 얘기도 할 수 있을 만큼 편하다. 다만 큰 돌들이 툭툭 나 있어 단풍에 한눈팔다가 넘어지기 십상이니 주의할 것.
정상에서 바라보는 단풍은 표현이 불가하다. 초록의 브로콜리에 물을 들인 듯 나무마다 다른 색으로 보송보송 소담스럽게 물든 모습이 앙증맞으면서도 아름답다. 가슴이 뻥 뚫릴 듯한 풍광과 시원한 바람, 이 맛에 정상에 오르나 싶다.
걸음을 재촉해 신선대로 향한다. 신선대로 향하는 길은 중간중간 철계단이 놓여 있어 가파르지만 오를 만하다.
이 코스는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언제든 등산로 옆으로 시원스레 흐르는 계곡물에 손을 담글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계곡에 앉아 붉게 물든 단풍을 코앞에서 바라보는 것도 큰 재미.
다시 진틀마을에 가까이 다가선다. 멀리 가을의 막바지 정염 불태우는 잎들이 바람에 몸둘바를 모르고, 산새소리, 물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가슴속에 묵은 찌꺼기들을 흩어놓는다. 가을 보러 왔다가 마음 속 찌꺼기까지 훌훌 털어버리게 하는, 참 좋은 가을 산이다. 참 좋은 가을이다.
[ 글ㆍ사진 최명희 기자 cmh@icros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