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시간도 멈추는 황금빛 어장 벌교 대포만

시간도 멈추는 황금빛 어장 벌교 대포만

by 운영자 2007.12.20

그저 잔뜩 흐린 날씨가 아쉬울 따름이었다. 여행을 떠나는 날은 어디를 가느냐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당일 날씨다. 날씨의 맑은 정도에 따라 사진과 기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잔뜩 찡그린 날씨보다는 햇볕 ‘쨍’하고 내리쬐며, 바람도 선선히 불어주는 날이 사람들에게 각광받는 이유다.

그렇다고 흐린 날 혹은 우중충한 날이 여행하기 나쁜 날만은 아니다. 비가 오는 거리 풍경에 약간은 운치도 느낄 수 있으며, 왠지 센치(?)해 지는 기분 덕에 흐르는 감성을 따라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로 어제가 그랬다.
전국적으로 중부권을 시작으로 전남도에도 겨울비가 내렸다. 마치 가을 날 마른 낙엽 밝히듯 서릿발 굵은 비가 아사삭 쏟아졌다.

덕분에 벌교읍 대포리를 찾아가는 내내 겨울비를 온몸으로 맞을 수 있었으며, 그렇게 찾아간 대포리의 짙게 낀 안개 바다도 구경할 수 있었다.

단지 아쉬운 것은 느지막이 해넘이를 볼 수 없었다는 것 . 하지만, 날씨 좋은 날 해넘이 풍경이 또 이만한 곳이 있을까 하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대포리항 넘어 풍경은 그림 같았다.

마치 모든 것이 다 멈춰 있는 것만 같았다. 시간도, 사람도 그 무엇도…. 모든 것이 멈추고 그저 멀리 짙은 안개에 구름 위로 약간 씩 넘실대는 햇볕이 정적인 이곳 운치를 더 한다.

아마도 올 연말 이곳에 잠시 들릴 틈이 있다면, 반드시 대포리 해넘이의 자연풍경을 추천한다.

물때를 잘 맞춰 가면, 맑고 진한 갯벌의 진한 향이며, 태양 빛에 물든 황금색 ‘꼬막’ 도 구경할 수 있다. 또 갯벌 사이에 정박해 있는 통통배는 물론이요, 멀리 황금빛 대포만이 한눈에 들어오는 대포만 특유의 자연경관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교차로 연말연시 해넘이 특집
노을 비치는 갯벌 위로
배 한척 움직이지 않는 그곳에는

그랬다. 비 오는 날 해넘이를 보기 위해 벌교 대포만을 찾은 것은 안만해도(?) 무리였다. 하지만 비가 오고 난 후 바닷가 풍경이 그렇게 멋져 보기는 처음이었다. 해넘이를 보지 못했어도 비온 뒤 정적인 바닷가의 풍경을 보고 느끼고 나니 마음 뿌듯함이 넘치고도 남음이 없지 않다.

보성 벌교는 순천ㆍ광양에서는 그리 멀지 않은 우리 동부권 지역이다. 광주에서도 서순천 톨게이트를 통과한 후 순천 시내 중앙동을 통과하여 보성벌교 방면으로 직진만 하게 되면 금세 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대포리 또한 꼬막 축제로 인해 이미 유명해질 때로 유명해진 터라 찾아가기에 어렵지 않다.
혹시라도 그 마을 주민 시장 갔다 돌아오는 길에 태워주면 대포리가 어디에 있는지, 해넘이 보기 좋은 곳이 어디인지 구성진 전라도 사투리 맛도 듬뿍 담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약간 아쉬운 것은 아직 발전이 더뎌 촌중에 아주 깡(?)촌이라고 해도 손색없이 없는 곳이기에 도로 사정은 주민들 인심만큼 녹록치 않다.

군데군데 파이고, 좁아 구부정한 길이 마을과 마을 사이사이에 절묘하게 나있으니, 초행길인 운전자에게는 결코 수월할 수 없다.

벌교 시내버스를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대포리까지 들어가는 버스는 하루에 몇 두 대가 고작. 이 또한 시간대에 따라 대포리로 들어가기도 하고 가지 않기도 하기 때문에 교통사정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가는 길이 약간 험난하여 도로 사정을 길게 애기 하지 않을 수 없어 하는 말이다. 여튼 이만하면 도로가 약간 깍(?)지다는 것을 짐작할 듯하니 이만 각설하고 대포만에 얘기로 넘어가기로 한다.

대포만은 우리나라 청정 갯벌 해역 중 최고의 갯벌을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최근 태안만 기름 유출 사건으로 서해안 어민 모두가 시름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할말은 아니지만, 어찌됐건 갯벌 향이 맑고 진한 곳으로 유명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때문에 이곳에서 주로 나는 해산물로 꼬막이 단연코 유명하다. 아마도 벌교 대포리 꼬막축제는 전국적으로도 상당히 알려져 있다. 뻘대(꼬막 채취 도구)를 타고 꼬막을 채취하는 장면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고, 다수의 매체에서 보도한 바 있다.

아마 이곳에서 오는 연말 해넘이를 본다면 꽤 행운일지도 모르겠다. 시간도, 사람도 그저 모든 것이 멈춰 있는 것만 같은 이곳에 해만 뉘엿뉘엿 지는 풍경이라니, 과연 감탄스럽지 아니한가. 붉은 노을 비치는 갯벌 위로 배 한척 움직이지 않는 썰물 때면 대포만이 더 그리울 것은 자명하다.

[ 글ㆍ사진 : 순천광양교차로 / 조규봉 기자 ckb@icros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