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풍경소리 청학동에 울려퍼진다

풍경소리 청학동에 울려퍼진다

by 운영자 2008.01.18

냉랭한 겨울 추위를 뚫고
풍경소리 곳곳에 울려퍼진다

여행소재가 좋아 청학동으로 곧장 향했다. 티브이에서 곧잘 소개되는 그곳의 장면, 장면들 또한 호기심 많은 우리 눈을 자극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마침 따뜻했던 겨울 평균기온이 하필 영하권으로 떨어져 살을 에이는 강추위가 전국적으로 불어왔다.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청학동도 꽁꽁 얼었다.

냉랭한 겨울추위 속을 헤치고 그곳의 인기척이라곤, 청초한 아이들 목소리와 대나무의 청아한 소리 뿐…. 쌀쌀맞은 바람에 풍경(風磬)소리만 청학동 곳곳에 울려퍼진다.
살을 에이는 냉랭함을 이기고
봄을 준비하는 청학동 도인들

청학동 가는길
순천광양 혹은 광주 등지에서 청학동은 2~3시간 남짓 걸린다.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하동 IC에서 나오자마자 우회전하여 하동 고전면사무소까지 가서 곧장 오르막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다 보면 청학동 이정표가 보인다.

청학동이 초행길이라면 한 가지 알아둬야 할 것이 청학동 인접에 청학동처럼 꾸며진 마을들이 간간이 있어 혹여 청학동으로 착각할 수도 있으니, 반드시 청학동 이정표를 따라 끝까지 올라가야한다.

꼬부라진 길이 많아 조심운전은 필수다. 참고로 꼬부라진 길을 넘고 넘으면 자칫 멀미를 할 수도 있으니, 비상시 멀미약을 준비해 가는 것도 당부한다.
도인촌에 들르다
한참을 갔다. 청학동처럼 보이는 아기자기한 기와집에서부터 찻집, 서당 등등 “이곳이 청학동인가?” 하는 생각이 줄곧 들 정도로 청학동 가는 길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청학동 가는 내내 거리 풍경들은 지리산 자락 대자연경관을 그대로 드러내니 귀하지 않을 수 없고, 멋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눈이 즐거웠다. 산새 깊은 곳, 자그마한 초가집들이 듬성듬성 숨어있어 혹여 말로만 듣던 도인들이 살고 있지나 않을까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할 정도였으니…. 비록 날은 추워 살을 에이는 혹한 기온이었지만, 냉랭한 그곳을 찾는 이유가 바로 이와 같은 것들이었다.

본디 청학동은 속세와의 인연을 끊고, 인간 본연의 마음을 깨우치기 위한 일종의 수련 장소였다. 그래서 청학동 끝자락에는 당초 이 마을을 탄생케 한 근원이자, 이 곳을 대표하는 주민들이 살고 있다. 바로 청학동 도인촌 도인들이 그들이다.
솔직히 청학동 들어서는 문턱서 약간 혼란스러웠다. 이곳을 봐도, 저곳을 봐도 대부분이 멋들어진 입간판의 서당냄새가 물씬 풍기는지라.

단지 상성궁과 도인촌으로 가는 길은 명확했다. 이처럼 청학동은 한적하게 거닐면서 혼자 이곳저곳을 둘러보기에 그 어디보다도 좋은 곳이었다. 약간의 추위와 살 떨리는 바람만 피한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靑鶴洞(청학동) 그곳은….
경상남도 하동군 청암면(靑岩面) 묵계리(默溪里)에 위치한 인구 백여명의 소마로 일명 도인촌(道人村)이라고도 불린다. 이곳은 지리산 삼신봉(三神峰: 1,284m)의 동쪽 기슭 해발고도 800m에 자리잡고 있다.
유래에 따르면 예로부터 이곳은 천석(泉石)이 아름답고 청학이 서식하는 승경(勝景)의 하나로 꼽혀왔으며, 주민 전체가 갱정유도(更定儒道)를 신봉한다.

일명 일심교(一心敎)라고도 하는 이 신흥종교의 정식 이름은 '시운기화유불선동서학합일대도대명 다경대길유도갱정교화일심(時運氣和儒佛仙東西學合一大道大明多慶大吉儒道更定敎化一心)'이다. 집단생활을 하는 이들의 가옥은 한국 전래의 초가집 형태를 띠고 있으며, 의생활도 전통적인 한복차림을 고수하고 있다.

미성년 남녀는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고 길게 땋아 늘어뜨리며, 성인 남자는 갓을 쓰고 도포(道袍)를 입는다.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마을 서당에 보내는 것도 특이하다. 마을 사람들은 농업 외에 약초·산나물 채취와 양봉·가축 사육 등으로 생계를 꾸려 나간다.

[ 글ㆍ사진 조규봉 기자 ckb@icros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