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겨울바다 포구여행···장흥 내저마을

겨울바다 포구여행···장흥 내저마을

by 운영자 2008.02.15

바다위에 대숲이 있다
저녁 내 물때 본 어민들이 하나둘 닿을 올린다.

애미 품 떠난 누산네 막둥이도 야물지게 장화와 장갑을 쓰고 나섰다. 저만치 중간만큼 빠진 바닷물은 그 밑이 훤히 비칠 정도로 맑다.

설 전날부터는 물 질 안하는 것이 원칙인지라 그동안 붙고 자란 매생이가 묵직하다. 열 나란히 꽂힌 대나무발은 어느새 그것들을 가득물고 묵직하게 휘어졌다.

이참에 매생이꾼들 숨소리 더 가빠진다. “타~악, 타~악” 대나무발 물 속에서 올라오는 소리가 고요한 바다 한 가운데 울려 퍼진다.

어민들 이마에는 금세 송글송글 구슬땀이 맺힌다. 겨우내 숨죽이고 있던 냉랭한 겨울바다도 어민들의 하얀 입김 사이로 그렇게 녹고 어느새 봄을 준비한다.

이런 면에서 전남의 바다는 겨울 바다의 묘미를 톡톡히 살려 낸다. 특히 포구를 감싸고 있는 축축한 습기와 소금기 머금은 바람은 더더욱 그러하다.

하여 짠 내 나는 전남 포구의 겨울바다 바람도 쏘일 겸 장흥군 내저리 내저마을을 찾았다. 내저마을 앞바다에는 지금 마지막 매생이 걷이가 한창이다.

빽빽하게 바다를 수놓은 수십만개의 매생이 대나무발들은 이곳 내저마을이 선사하는 천혜전경. 내저리 어촌계에 미리 전화하고 가면 물 때 맞춰 매생이 채취 작업도 구경할 수 있고, 갓 잡아 올린 보드라운 매생이도 값싸게 구입할 수도 있다.

매생이는 12월부터 2월까지가 채취기간이다. 하여 매생이 채취가 거의 마무리 될 즈음이면 겨울은 이내 끝이 난다. 때문에 이제 재철맞은 매생이도, 겨울도 얼마남지 않았다. 며칠 안남은 이 계절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많고 많은 방법 중에 입이 즐겁고, 눈이 즐겁다면 그보다 좋은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장흥으로 떠나보자. 먹을거리, 볼거리도 풍부해서 눈 돌리는 곳 마디마디가 온통 장관일지니···. 특히 바다위의 대숲은 장흥을 포함한 전남의 몇 곳에서만 구경할 수 있는 볼거리다.
“이맘때가 한철이니 쉴 틈이 없제”
살 보드라운 매생이 뜯는 내저리 장흥 내저마을 매생이 채취 이야기에 앞서 장흥을 잠시 소개한다.

한반도 정남쪽에 위치한 정남진 장흥은 5개읍면이 수려한 남녘의 해안절경과 청정해역인
다도해, 득량만에 연해 있다. 그곳에는 바다낚시로 유명한 회진항과 장환도, 영화 축제 촬영소인 남포와 해안절경의 수문해수욕장과 장재도가 위치해 있다.

이뿐인가. 장흥은 억새로 유명한 도립고원, 철쭉으로 유명한 제암산도 꽤 명물이다.
호남의 3대강인 탐진강과 탐진강변에 널려있는 정자들, 천년고찰이 보림사와 유치휴양림,
민물낚시터로 유명한 목단-포항저수지, 천관산 문학공원과 방촌문화마을 등등 맘껏 보고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독특한 곳이다.

특히 장흥군에는 121개소의 청정한 저수지가 있다. 전문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낚시터는 안양면 모령리 목단낚시터, 관산 외동리 외동저수지, 대덕읍 연지리 포항저수지이다.
이밖에도 장흥읍 금성저수지, 용산면 운주리 운주저수지, 대덕읍 연정리 청다리 저수지, 장평면 청용리 청용저수지, 유치면 용문리 응골저수지 등은 깊은 계곡에서 맑은 물에서 자라는 잉어와 참붕어 등은 세월을 낚는 강태공을 유혹하는 곳들이다.

장흥은 낚시터들은 손맛이 좋고 저수지에서 볼 수 없는 장어나 가물치 메기 모래무지 등이 올라와 봄에서 가을까지 자연의 풍광을 즐기면서 낚는 낚시 또한 즐거움을 준다.

이렇게 볼거리 많은 얘기가 나와 하는 말이지만, 장흥의 볼거리는 비단 이 곳만의 특색은 아니다. 전남 곳곳이 모두 천혜 관광지이니 말해 무엇하랴~. 여튼 장흥 이곳저곳도 빼 놓을 수 없는 곳이라는 것.

그 중에 한곳인 장흥 내저마을은 장흥읍에서 23번 국도를 타고 바닷가 방향으로 30여분 직진 해가다보면 나오는 작은 어촌마을이다. 그 주변에는 다도회와 득량만의 천혜해역이 있으며, 고금도와 증도, 원도 등의 섬들도 즐비하다.

해 넘는 저녁 무렵 썰물에 이미 내저리 어촌계의 매생이 물 질이 시작됐다. 아낙들은 밤새 올라온 매생이를 헹구고 헹궈 보기 좋게 똘똘 만다. 설전에는 물 질을 안 하는 것이 이곳 어촌계의 원칙인지라, 며칠간 버티다 버틴 상인들도 한 사람, 두 사람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아따 징하요, 징해. 매생이 꾼덜이 지독히도 전화를 했싸요. 우덜은 설도 세지 말고 매생이나 뜯어라는 것인지. 그래도 그 맛에 우덜이 짠 찬 바람 쐐가며, 이것 안하요.”
설 전 날에 매생이 뜯냐는 전화에 시달렸던지 내저마을 한 아주머니, 매생이 몰똑하니 말다말고 한마디 내뱉는다.

“우덜은 가을까정은 농사짓고, 겨울 이맘때가 한철이라 쉴 틈이 없당께. 걍! 그래도 3월 넘어가면 겁나게 뻤셔서, 못 묵제. 긍께 우덜이 지금 요케 안서두요.”

말은 이렇게 해도 청정해역에서만 나는 매생이의 까다로운 성품 때문에 한철 일하지 않으면 아까운 것이 매생이니, 사시사철 일해도 복에 겹다.

매생이는 내저마을 30여가구가 공동작업반을 구성하여 대나무발을 얇은 바닷가 자갈밭에 깔아 채취한다. 예전에는 김발에 달라붙어 천덕꾸러기처럼 여겨졌는데, 지금은 반대로 매생이발에 김이 달라붙으면 매생이 값이 반으로 뚝 떨어지게 됐으니, 김과 매생이의 입장도 바뀌었다.

“매생이에 김 붙어불믄 그날은 징한 날이요. 일허나 마나제. 말해 뭣해.”
인생 역전, 바로 매생이를 두고 하는 소리다. 내저리 어촌계 (061)867-0604.

[순천광양교차로 / 조규봉 기자 ckb@icros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