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낭만찾아 떠나는 기차여행

낭만찾아 떠나는 기차여행

by 운영자 2008.02.22

동장군의 질투와 시기를 뿌리치고 찾아온 따뜻한 햇살! 봄도 이제 머지않았다. 그러나 아직도 늦겨울의 찬기가 남아 있으니 완연한 ‘봄’을 맞으러 가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여행시즌이다.
따뜻한 햇살에 마음 술렁이는 춘삼월이라면 꽃놀이라도 간다지만 딱 이럴 때, 그러니까 ‘겨울이 간 것도 아니고 봄이 온 것도 아닌’ 이맘때는 어디로 떠나는 것이 좋을까?

물론 여행 애호가라면 가까운 시골장터 한 구석에 질펀하게 퍼질러 앉아 막걸리에 장터국밥 한 그릇도 좋겠고, 어디든 가서 을씨년스러운 늦겨울 바람에 오들오들 떨다가 와도 좋겠지만 여행 아마추어에게는 선뜻 채비를 서두르기 어려운 때다.

이럴 때는 여행길의 수단을 조금 달리 해보는 것이 어떨까?
도착 장소에 목적을 두고 자가용으로 쌩쌩 달려가는 여행길도 좋지만, 이곳저곳의 간이역도 머물렀다 갈 수 있는 기차여행은 여행길의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 준다.

어쩌면 덜컹거리는 기차를 길 떠나는 수단으로 선택했다는 것만으로도 ‘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닌’ 여행시기의 애매함을 떨쳐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에 이번 주는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는 당일기차여행지와 원거리지만 ‘기차’ 를 테마로 떠나기 좋은 여행지들을 소개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기차로 7시간 이내에 도착하지 못하는 곳은 없으니 어디든 당일기차여행은 가능하다. 그러나 기차에서 내려 밥도 먹고 구경도 다닐 요량이라면 지역에 따라 시간안배를 더 해야 할 듯싶다.

물론 기차 안에서 지나가는 풍경을 즐기고 목적지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는 당일기차여행의 매력은 ‘간편함’에 있으니 어디를 가든 이는 떠나는 자의 몫.

하여튼 오는 주말에는 가족끼리 혹은 연인끼리 달리는 기차 안에서 서로 기대 잠깐 잠을 청해도 좋겠고, 기차 창밖으로 이른 봄이 오는 풍경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칙칙폭폭~ 낭만을 담은 기차여행
여행의 교통수단을 굳이 기차로 선택하는 것은 기차가 가지는 특유의 매력 때문이다. 덜컹거리는 기차에 몸을 싣고 창밖으로 보이는 경관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차로 가는 여행과는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역마다 쉬었다 달렸다를 반복하기에 간이역이 주는 고즈넉한 낭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기차여행이다. 기차를 테마로 한 여행지를 BEST 5를 소개한다.

1.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다! 남이섬
가평이면 이 곳 전라도에서는 꽤 멀기 때문에 당일 기차여행으로는 무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이기도 했던 남이섬은 메타세쿼이아 숲과 북한강의 낭만적인 풍경이 잘 어우러진 곳으로, 연인들이 데이트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또한 남이섬은 KTX 남녀 승무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기차 타고 가볼 만한 색다른 여행지’로 당당히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에 원거리임에도 적극 추천한다.

남이섬은 사계절 중 언제가도 좋다. 봄이 되면 파릇파릇 올라오는 새순과 봄꽃들이 만발하고, 여름이면 시원한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울창한 그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한 가을이면 아름다운 낙엽 길을 걸어볼 수 있으며, 겨울이면 드라마 속 준상과 유진이 되어 눈 덮힌 가로수 길에서 낭만을 만들 수 있다.
2. 천만불짜리 야경 보러 부산으로!
부산은 관광지가 많아 많은 여행사들이 기차여행 상품으로 내놓고 있는 곳 중 하나다.

자갈치 시장과 용두산 전망대에서 보는 천만불짜리 야경은 빼놓을 수 없는 추천코스다.
또한 동남아 최대 어시장이며 부산의 명물로 꼽히는 자갈치시장은 부산을 찾는 사람들과 외국인들에겐 해산물의 낙원이다.
바다 내음 가득한 시장에서 싱싱한 회 한 점 입에 넣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용두산 전망대에 올라 부산 시내의 야경을 감상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3. 해안선 따라 기차타고! 바다열차
1시간 20분 동안 동해바다와 백사장, 기암괴석 등을 맘껏 감상할 수 있는 기차테마 여행지다. 바다열차는 강릉~삼척(상행), 삼척~강릉(하행)의 해안선을 따라 운행되며 열차의 전 좌석은 바다 쪽을 향하고 있고 창문도 기존 열차보다 훨씬 넓어 시원하게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이 역시 전라도에서는 원거리에 있지만 그야말로 ‘열차’를 타고 바다를 구경한다는 기차테마여행이기에 추천한다.

커플좌석, 프로포즈실 등 특별한 시설과 이벤트가 있어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해도 손색이 없다.

게다가 세계 최대 규모의 모래시계, 조각(해돋이)공원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대표적인 기차여행지로 꼽히는 정동진 역도 들릴 수 있기에 기차여행 코스로는 어디 하나 손색이 없다.

늦겨울 추위가 매서운 요즘, 따뜻한 기차 안에서 겨울바다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바다열차를 추천해 본다.
4.증기기관차 타러 곡성군으로!
1999년 전라선 철도 개량공사로 당시 곡성역과 압록역을 잇던 구간이 직선화됐다.

구불구불 이어지던 이전 철로와 역(옛 곡성역)은 관광자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곡성군청이 이 공간을 기차마을로 조성한 것.

이곳에서는 증기기관차를 직접 타볼 수 있다. 1960년대에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운행하던 증기기관차의 애환과 고향의 정취를 그대로 느껴볼 수 있다. 왕복 20km 구간을 운행하며, 승차권은 인터넷을 통해 예매 또는 현장 매표소에서 구입하면 된다.

또한 어린아이가 있다면 철로자전거와 하늘자전거도 추천한다. 수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제작한 자전거로철로 위를 달려보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으며 하늘자전거는 자전거 패달을 밟으면 하늘로 올라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5. 논개의 넋 서린 진주역 가볼까?
진주역사의 지붕은 개사할 당시 모습 그대로이고 승강장은 옛날 건물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역 내에서는 선로 쪽 출구 주위에 화분과 나무들로 조경을 했고, 맞은편으로는 나지막한 야산이 시야를 가득 채워 고즈넉함이 물씬 풍긴다.

진주역은 사진을 촬영하기에도 좋은 곳으로 매월 사진작가, 동호인들이 이곳을 찾기로도 유명하다.

또 진주역과 2km의 거리에 문화유적지인 진주성이 자리 잡고 있어 진주여행의 동선도 고려할 수 있다. 진주성에서 옛 유적의 정취에 잠겨봤다면, 진양호에 들러 석양을 뒤로 한 채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고 청곡사에서 국보 302호 괘불탱화 앞에서 소원을 빌어도 좋다.

[ 사진 : 순천광양교차로 / 조규봉 기자 ckb@icross.co.kr ]
[ 글 : 순천광양교차로 / 조은아 기자 cmh@icros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