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주말여행···남해 망운산 봄꽃 산행

주말여행···남해 망운산 봄꽃 산행

by 운영자 2008.04.11

꽃 단비 속 피는 ‘철쭉’

봄 단비는 일찍 개화(開花)한 벚꽃을 지게 하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론 재철 맞은 봄꽃의 대향연을 알리기도 한다. 이뿐인가. 지금 오는 봄비야 말로 농부들에게는 이처럼 꽃 단비도 또 없을 터.

그러나 재차 강조해도 부족함 없는 것은 바로 단물 비로 인해 어느새 봄이 아닌, 늘 푸른 봄을 절정으로 끌어 올리는 꽃들의 대 향연이다.

벚꽃지고, 개나리 떨어지는 지금. 비록 잡으면 파르르~ 수줍음 많은 진달래지만 긴 생명력 갖고 태어나 어느새 산 군대 군대 그 자태 들어내니, 지나가는 산행인파 발길 멈추는 건 당연지사.

뒤질세라, 철쭉도 곧 만개를 준비 중이다. 그것들의 속삭임은 산을 오르는 동안 기분 좋은 상쾌함을 준다. 산도 오르고, 기분 좋은 봄꽃도 볼 수 있는 봄꽃 산행은 이래저래 덤으로 챙겨 올만한 것이 아주 많은 주말여행 중에 하나인 것 같다.

철쭉 만개함을 준비 중인 남해 망운산으로 떠난다. 비록 남해안 제1의 명산 금산에 가려 행락객들에게 크게 관심은 끌지 못한 산이나, 이는 그만큼 그곳의 진가가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 진가를 아는 데는 족히 4시간면 충분하다.
까마귀 나는 망운산에
어느새 철쭉은 피고
자칫 망운산을 얕봤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 철쭉군락지까지는 차을 타고 올라가는 길이 있어 만약 차를 타고 간다면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다. 하지만 남해 서면 아래 화방사를 경유하여 올라간다면 결코 짧은 코스는 아니다.

금산(681m)보다 망운산은 100m 더 긴 786m 높이에 망운산정상이 자리하고 있다. 산을 즐겨 타는 산악인들이라면 이정도야, ‘우습다’는 표현을 써도 좋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생각처럼 호락호락한 산은 아니다.

화방사에서부터 올라가는 산세는 비교적 잘 다져놓은 등산로가 있다지만, 경사가 심해 올라가는 데 꽤 애를 먹을 정도다. 중간에 쉬어가는 쉼터가 다소 마련돼 있지만, 그도 잠시뿐 고개고개 너머너머 오르막길이 끝도 없다.

이뿐인가. 다 왔다 싶다가도 차로 오를 수도 있는 산 중턱이라는 것을 알면 그야말로 힘 팡(?)지기 일쑤다.
평소 같으면 김밥이라도 먹고 타도 탔을 산인데,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빈속으로 오르다 허기짐에 본의 아니게 낭패를 볼 뻔했다.

때문에 글 서두에 얕잡아 보다간 큰 코 다친다는 얘기를 미리 한 것이다.
“취재차 자주 산을 오르는 편인데 이쯤이야”했던 생각이 얼마나 후회되던지. 이런 면에 산은 오르는 것도 좋지만, 우리에게 무언(無言)의 교훈을 던져주기도 한다.

그렇게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그래도 기어이 정상은 찍어야한다는 것이 산을 오르는 보람이기에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중턱을 올랐다.

오르는 중간 중간에는 ‘까~악, 까~악’ 까마귀들도 날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유래는 잘 모르겠으나, 망운산을 ‘까마귀산’이라고도 한다는데 바로 이와 같은 연유인가도 싶다.

망운, 까마귀 등 단어들이 어딘가 모르게 우울한 구석이 없잖아 있다. 하지만 이미 그곳 철쭉들은 꽃망울 져 있었다. 봄의 대 향연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하나 신기했던 것이 산기슭 중간에는 묵직하게 생긴 바웃독(?)들이 형성돼 있었는데, 등산로 또한 이 바윗독(?)들을 이용, 걷기 편하게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기슭 사이에 무섭게 자리 잡고 있는 바윗독(?)들이 멀리서 보기에 다소 보기 좋은 형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들은 이곳만의 특이한 점 들이었다.

남해금산에 가려 지금껏 발견되어지지 못한 이곳만의 진가라고도 할 수 있겠다.

특히 방송 송신시설이 위치한 망운산 정상에는 남해안이 한눈에 펼쳐지는 빼어난 경관이 최고다. 정상 밑자락에는 망운암이 자리하고 있어 산세 분위기 또한 좋았다 할 수 있겠다. 다만 급 오르막길과 급 내리막길로 인해 결코 쉬운 산이 아님을 다시 강조한다.

내려오는 길. 이 곳의 진가가 여기서 끝이 아닐 터 인데, 괜스레 얕잡아본 마음이 부끄러워 산 앞에 고갤 들 수 없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앞에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다.

망운산 여행정보
정상에서 보는 주변 바다 위에 점점이 떠있는 자그마한 섬들과 강진만, 연죽저수지, 청정해역의 서상 앞바다, 멀리 지리산, 여천공단, 여수, 삼천포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에는 기우제를 지냈던 흔적인 듯, 평평하게 북쪽을 향하도록 되어 있고, 옆에는 제관이 앉을 수 있도록 돌로 된 의자가 놓여있다.
남해에 비가 오지 않을 경우 제일 먼저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내고, 그래도 비가 오지 않을
경우 상주리 앞바다 세존도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망운산 가는 길
남해읍에서 관광안내판을 따라 남해대교 방향으로 3분 정도 가면 고현면 이어마을이 나타난다. 그곳에서 좌회전하여 5분 정도 가면 화방사 입구 이정표가 있어 찾기 쉽다.

화방사 그늘에 차를 세워두고, 망운산 등산로로 들어선다. 길이 험난하지 않으므로 가벼운 마음으로 등반을 할 수 있다. <순천광양출발->남해고속도로-남해대교-화방사방면>

산행코스: 화방사 주차장-화방사-철쭉군락지-망운산정상-770봉-관모봉-동당저수지

[ 글·사진 : 순천광양교차로 / 조규봉 기자 ckb@icros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