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철쭉, 진달래 만개한 제비추리봉에 오르다

철쭉, 진달래 만개한 제비추리봉에 오르다

by 운영자 2008.04.18

봄 꽃 산행은 어디를 추천해도 모자람이 없다.
발길 닿는 곳에, 눈길 가는 곳마다 형형색색의 오색찬란한 꽃들이 행락객들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색찬란한 자태 온전히 내보이며, ‘날 보러와요~’를 외치는 꽃 중에 지금은 철쭉이 제철이다.
이미 며칠간 내린 봄비는 촉촉이 대지를 적셨다. 제철 맞은 철쭉은 봄기운 온전히 받아 꽃 틤을 준비한다. 그래서 이런 봄날 맞은 주말은 항상 바쁘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들끼리 어디든 가서 이 봄을 만끽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리해야한다고 누가 꼭 시키지는 않았다. 그저 봄이 ‘날 오라하니~’ 일년에 딱 한번 연분홍치마도 봄바람을 타고 있었던 게다.

봄은 이렇게 우리를 어디로 튈지 모르게 하는 럭비공 같은 존재이다. 혹시나 그것이 산이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겠다.
가볍게 등산도 하면서 군데군데 피어 있는 봄꽃 구경도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럴 여유를 즐길 만 한 곳으로는 우리에게 익숙한 여러 곳이 있겠으나, 산삼이 많이 난다고 소문난 광양 백운산만한 곳도 없겠다.

특히 이곳에는 자연휴양림도 자리하고 있어 그곳 뒤로 등산코스를 따라 제비추리봉까지 올라가는 봄꽃산행이 일품이다.
산을 오르는 즐거움
주말여행···백운사자연휴양림
봄날 맞은 광양의 백운산야는 싱그러운 봄내음으로 가득했다.

휴양림으로 가기 전 옥룡의 전원주택단지는 그림 같았고, 옥룡천 사이로 흐르는 물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해도 손색없다.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야, 그냥 흐르는 냇가가 한 폭의 그림 같다하면 비웃을 수도 있으나, 근래에 보기 드문 전원풍경임에는 분명 확실했다. 백운산으로 가는 도로는 옥룡천과 어울려 잘 정리돼 있었고, 그 위에는 이미 팬지와 철쭉, 이름모를 봄꽃 등이 봄의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백운산휴양림을 가는 길이 이러하니,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겠는가. 콧잔등을 스치고 지나가는 봄바람 사이로 외마디 감탄사가 연신 흘러나온다.
그렇게 백운사 가는 길에는 뜻 하지 않게 옥룡면의 아름다운 전원풍경도 맛 볼 수 있었다.
백운산까지는 자가용으로 순천에서 30분도 채 걸리지 않고, 광양에서는 더더욱 가깝다. 근처까지 가는 시내버스도 있어 여유만 있다면 금방이라도 한달음에 갈 수 있는 곳이다.

허나 우리지역내 백운산이 자리하고 있기 망정이지, 백운산이 다른 먼 지역에 자리하고 있었다면 한달음에 갈 생각은 꿈도 꾸지 못 했을 것이다.

더구나 백운산은 타지역 산행객들 혹은 심마니들이 산삼을 보기 위해 일년에 몇 번씩 찾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이곳 자연휴양림은 백운산세의 청명함과 맑은 공기로 유명해 외지인들에게는 인기다.

이런 곳을 가찹게(?) 두고 언제든지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운이라 말할 수 있겠다.
백운산 예찬이 너무 심했나? 정작 백운산 휴양림 뒤로 오르는 산행이야기를 깜빡할 뻔했다.
옥룡면을 지나 조금만 더 가면 백운산휴양림이 나온다. 백운산은 정상까지 1218m 등산로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3.4km정도의 거리를 두고 있다.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휴양림 말고도 몇 개가 더 있는데, 간단하게 오르려면 휴양림에서 제비추리봉까지 1시간 30분여분 코스가 제일 좋다. 또 제비추리봉까지 애써 올랐다면 제비 추리봉을 지나 정상까지 올라가도 무리는 없다.

그러나 제비추리봉까지는 짧은 코스이기에 산세가 급 오르막이다. 때문에 힘들어서 가다서다를 몇 번이고 반복하게 된다.

하지만 가다서다를 반복해도, 주변에 핀 봄꽃들이 있어 힘들지 않다. 또 봄꽃을 보면서 오르는 산은 무리지어 갔더라도, 혼자만의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이미 떨어져 그 생 마감한 진달래 꽃을 보며 소월 시도 떠올려본다.
일상생활에 지쳐 삶의 의욕이 꺾일 때 산을 오르면서 이런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얘기.

그렇게 제비추리봉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은 오를 때 흐른 땀이 식어 약간 서늘하지만, 그때만큼 상쾌함도 없지 싶다. 아마 땀을 흠뻑 흘리고 시원한 느낌을 알기에 주말이면 쉼 없이 산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거의 달려 내려오다시피 해지만, 제비추리봉서 휴양림까지는 올라간 거리만큼 내려오는 거리도 간단치 않았다. 열심히 오른 만큼 내려오는 길에는 다리근육;이 후들거림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게 열심히 내려오면 집보다 더 포근하고 아름다운 휴양림이 기다리고 있다. 휴양림에시원한 봄바람이 굵은 나무 사이를 스치고 가는 소리며, 햇빛이 그늘사이로 내리쬐는 대자연이 그대로 펼쳐진다.

마련된 휴식처에 누워 하늘 위로 쭉 쭉 뻗어 있는 편백나무를 끝과 하늘을 번가라 보며 살며시 선잠에 빠진다.

[ 글·사진 : 순천광양교차로 / 조규봉 기자 ckb@icros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