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초보 등산객들에게 환영받는 구례 ‘오산’

초보 등산객들에게 환영받는 구례 ‘오산’

by 운영자 2008.04.25

주말여행···산행
섬진강가에 봄이 익어가고 있다.

구례 산동의 노랗던 산수유도, 광양 매화마을을 하얗게 뿌려대던 매화도, 쌍계사 초입에 날리던 벚꽃의 향연도 연두빛 속으로 스며든다.

구례로 가는 17번 국도에는 푸르러 가는 숲에서 각기 존재를 알리려는 들꽃들이 만발한다. 지금이 아니면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없다는 듯이 벌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런 유혹에 넘어가는 것은 벌들뿐이 아니다.

겨우내 무거운 배낭을 감수해야만 했던 등산객들은 산들바람만큼이나 가벼워진 옷차림으로 산을 찾는다.

연노란 새잎들의 수다스런 속삭임도 듣고, 이마에 맺히는 땀방울을 세어가며, 계절이 지나고 숲이 깨어나고 있음을 느낀다.

겨울을 움츠리고 봄을 기다린 등산객이라면, 시작은 가깝고 비교적 낮은 산부터 올라가 보길 권한다.
구례로 들어서는 길목에 있는 오산(530.8m)은 편안한 높이에 초보 등산객들도 환영할 만한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등산화 끈을 단단히 조이고, 익어가는 연두빛 푸르름 속으로 들어 가 보자.
주말의 자유로움을 온 몸으로 만끽하다
오산산행서 만난 사람들

오산(530.8m)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인 지리산(1915m) 서쪽 끝에서 남쪽 방향으로 마주 보고 있는 산이다. 쉽게 말하자면 노고단(1507m)에서 남쪽인 섬진강 건너편에 있는 산 이다.

오산에선 마주보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노고단 정상에선 어디? 어디 하면서 찾아야 할 만큼 지리산보다는 편안한 높이의 산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오산에 오르면 지리산과 섬진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산에서 만난 사람들
등산로 초입에 있는 죽연마을을 지날 때 부지런한 마을 어르신들을 만났다.

키보다 몇 곱절은 더 길어 보이는 대나무를 베어 끌고 가시는 할머니, 취나물과 모이나물이 가득한 포대 2개를 이고, 들고, 다른 손엔 장바구니까지 끼고 웃으시는 어머니, 밤나무 산에서 방금 캐온 돗나물을 다듬는 할머니까지 “늙은이를 찍어서 워따 쓴데” 하며 산에 오르는 이를 스스럼없이 맞아주고 있다.
여기서 오산 2.2km라는 표지목을 만나면 정상 부근에 큰 바윗돌을 향해 천천히 열심히 오르면 늦어도 한 시간이면 정상을 밟을 수 있다.

폭신한 흙은 며칠 전 내린 비로 적당한 습기를 품고 있다. 먼지 없는 걷기에 좋은 땅을 만들어 놓았다. 작은 돌멩이들이 조각조각 부서져 내린 너덜 길엔 어김없이 너덜겅돌탑들이 쌓아져 있다.

크고 작은 탑들은 산에 오르는 사람들의 서로 다른 소원들을 품고 있을 것이다. 낮은 산이라도 중턱은 있다.

한참을 오르다 땀이 성글성글 맺히고 몸에 수분을 보충해줘야 하는 포인트다. 먼저 와서 땀을 식히고 있던 한 팀의 산악 동호회 회원들을 만났다. 이들은 순천, 광양, 여수지역에서 모인 ‘몸부림산악회’라고 했다.

가벼운 산 인사를 나누고, 먹을 것을 나누워 주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산을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동행이 되고, 인연이 된다.

이들과 하산할 때까지 함께 했는데, 혼자이든 여럿이든 정상을 향해 같은 목표로 올라가기에 동지애가 생기기 마련이다. 산은 사람들을 낯설어 할 공간이 아닌 것이다.
섬진강과 지리산이 한눈에
어떤 산이라도 정상은 등산은 산객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정상 표지석을 상대로 기념사진을 찍고, 한무리의 학생들이 지나간다.

놀토(쉬는 토요일)라서 친구들과 함께 산에 온 모양이다. 시끌시끌하지만 정상에 서는 학생들의 표정에는 뿌듯하고 스스로 자랑스런 만족감이 감돈다.

오산을 감싸고 빙~둘러 흐르는 섬진강은 마치'나' 혼자만을 감싸고 흘러주는 것 같은 건방진 착각에 빠지게 한다. 어떤 위험으로부터도 ‘널 지켜줄께’ 하는 텔레파시를 반짝반짝 보내온다.

날씨가 흐린 탓에 강 건너 지리산이 또렷하지는 않다.
우뚝 높이 서 있는 노고단과 오른쪽으로 이어진 반야봉, 왕시루봉 등의 지리능선들은 그 늠름한 위용을 갖추고 흐릿함 속에 숨어 있다.

산 밑에 논에는 파릇파릇한 보리들이 사춘기를 지나는 소년처럼 쑥스럽게 쑥쑥 크고 있다. 네모반듯하게 경지정리를 한 논과 산비탈에 꾸불꾸불한 밭들이 잘 어울려 있는 모습이다.

이렇듯 오산에 정상은 말이 필요 없는 지리산과 말도 없이 흐르는 섬진강을 끼고 너른 들판을 넘어다 볼 수 있는 기막힌 전망을 갖춘 명당이라 할 수 있겠다. 역시 올라온 보람을 팍팍 느끼게 해주는 보람찬 산이다.
산천에 대부분의 산들이 그렇듯 산속에 암자 하나쯤은 품고 있기 마련인데, 오산도 기암절벽 끝에 사성암을 품고 있다.

불자가 아니라도 이름은 들어 봄직한 4명의 성인(의상, 원효, 진각, 도선국사)들이 이곳에서 수도했다하여 사성암이란 이름으로 불려진다. 544년에 처음 창건되었다고 하니 천오백년이나 거슬러 올라간 시대에 선인들의 안목을 인정할 만 하다.

그들이 이곳에 불사를 창건하지 않았던들 지금에 우리가 어찌 올라올 생각이나 했을까 말이다. 특히, 사성암의 약사전은 거대한 바위와 한 몸을 이룬 듯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오산 산행 수첩
1.찾아가는 길: 구례 못 미쳐서 문척 방향으로 우회전한다.
2.셔틀버스: 오산 밑에서 사성암까지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사성암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데 어른기준으로 1인 기준 2000원이다. 단, 등산로가 따로 있는데, 이리로 오르면 공짜다.
3.활공장: 정상부근에 활공장에서 페러글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

[ 글·사진 : 순천광양교차로 / 황명희 기자 myoung1919@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