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갯벌체험장서 ‘마음껏 즐겨라’

갯벌체험장서 ‘마음껏 즐겨라’

by 운영자 2008.06.27

변덕스러운 요즘 날씨
“어머 여보, 밖에 비가 오네. 어쩌지,”

“뭐 할 수 없지, 오늘만 날인가, 수목원은 다음주에 가도 늦지 않지. 다음주 날씨에 기대를 걸어 보세나.”

주말이면 전남동부권 근동의 한적한 곳을 자주 찾는 광양 중마동 김 아무개 씨. 하지만 요즘처럼 변덕스런 날씨에 나들이 가는 것이 조심스럽다.

“가족단위 나들이 갈라치면, 준비해야할 것이 좀 많습니까? 그래서 전날 밤에 이것저것 주섬주섬 챙겨 떠날 채비를 끝내지요. 물론 일기예보도 확인하구요. 헌대 다음날 아침, 주룩주룩 비가 내려요. 장마철 후텁지근한 짜증보다 더 짜증스러운 것이 바로 이런 변덕스러운 날씨 같아요.”

장마철 일기예보와 달리 날씨는 오락가락이다.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한참 찡그려 금방이라도 무언가 쏟아낼 기세의 하늘을 보면 “그래 오늘은 집에서 푹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도 잠시, 언제 흐렸을까 싶을 정도로 창문 너머 방긋 웃고 올라오는 해님을 보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장마철 찝찝하고 후텁지근함을 감수하고, 다 짜놓은 일정도 날씨 때문에 미뤘는데···.

그래서 일단 장마철 일기예보에 너무 크게 반응하지 말자. 1박2일이야 다소 무리가 따르겠지만, 당일치기로 떠날 것을 계획했다면, 비록 출발 직전 비가 내려도 떠나는 것이 상책이다. 또 언제 갤지 모르는 날씨이기 때문에. 아울러 이열치열이라고 했던가.

이왕지사 가족나들이 겸 떠나는 곳이라면 비 맞으면서 재밌게 놀 수 있는 곳이면 금상첨화. 이런 점에서 이맘때 가족끼리 가도 좋을 곳으로 ‘갯벌체험장’ 만한 곳도 없다.

우리지역내에서는 순천만을 비롯해 보성, 벌교 등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갯벌을 밟을 수가 있다. 하지만 낯익은 우리지역을 떠나 낯설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고자 한다면 경남 사천 근동의 갯벌체험장을 추천한다.

사진은 장맛비가 내리던 최근 사천 근동의 갯벌체험장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의 모습이다.
후텁지근하고 찝찝한 장마 피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방법

시원함과 상쾌함이 있는 자연 속으로 go!
“엄마 나 쏙 잡았어요.” “쏙? 그게 뭔데.”

아이는 엄마가 모르는 새우류를 잡아 연신 자랑이다. 아이가 잡은 새우류는 쏙(ghost shrimp)이라는 갑각류로 이마뿔이 튀어나와 3갈래로 갈라져 있다.

갯벌에서 노니는 사람들
하동 톨게이트를 지나 남해, 사천 방면으로 가다 발견한 갯벌체험장. 멀리 삼삼오오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갯벌 속에 한대 어우러져 무언가를 열심히 잡고 있다.

자세히 가 살펴보니, 갯벌 속 조개 캐기가 한창이다.
또 한 쪽에선 아예 갯벌에 발과 몸을 담구고 팩 마사지라도 하듯 오랜만에 한껏 신나게 노니는 모습이 장마철 요즘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다.
장마철 치곤 꽤 많은 사람들이 이곳 갯벌체험장을 찾는 듯 했다. 이미 주차장에는 가족단위 행락객들의 차로 가득 찼고, 대략 번호판만 봐도 외지에서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이 대부분인 듯 했다.
갯벌을 밟다

아이들이 신났다. 콘크리트 건물 외벽사이로 꽉막힌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 갯벌의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 놀 수 있어서였을까. 엄마 아빠도 아랑곳없이 곧장 갯벌로 직행한다.

한 쪽에선 어른들이 양쪽 손에 양동이를 들고 무언가를 엄청나게 많이 잡을 기세로 갯벌체험장안으로 들어간다. 이곳을 한번 들어가는 입장료는 장화대여료 2천원이면 충분하다.

멀리서 갯벌체험장 안 풍경을 보고 있잖니, 누군들 몸이 간지럽지 않겠는가. 내친김에 필자 또한 맨발로 갯벌을 밟아 본다.

약간 차가웠지만, 부드러운 갯벌은 발가락 사이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이상야릇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뭐랄까, 간지럽기도 하고, 부드럽기도 하고. 여튼, 오랜만에 밟아 본 갯벌이 싫지만은 않다. 허면 다른 이들은 또 오죽하겠는가. 아마도 갯벌을 밟고 그 위에서 느끼는 감정은 모두 엇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오전 내내 ‘쏙’ 한바가지
중간 중간 장맛비가 왔지만, 이곳에서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그저 장맛비가 오면 맞으면 되고, 그 취기로 갯벌과 한 몸이 돼 뒹굴어도 그만일 게다. 마침 갯벌 속에서 오전 내내 쏙을 포함한 조개류를 잡은 한 아저씨를 발견했다.

모양세는 여지없이 갯벌에서 뒹군 모습이다. 뺨 한쪽에 갯벌이 묻고, 바지자락은 이미 갯벌이 다닥다닥 옮겨 붙어 있어 옷인지 갯벌인지 도무지 분간을 할 수 없다.

“안녕하세요. 뭐 좀 나옵니까?”
“오전 내내 허탕쳤어. 낙지라도 솎아 올리려 끙끙대 봤는데, 고작 잡은 것들이 요 쏙 한바가지가 전부네.”
서울 말씨에 약간 전라도 말투가 섞여 있는 그는 광주가 고향인데, 주말차 집에 왔다가 잠시 들른 곳이 이곳이라 했다. 오전 내내 잡은 것이 쏙 한바가지라니, 그래도 쏙 국 끓일 만큼은 잡아 다행이다.

욕심을 내서 무언가 잡으려고 했다면, 장시간 갯벌을 헤집고 다닌 사람답지 않게 화도 내련만, 너털웃음을 지며 그래도 오랜만에 갯벌 속에서 실컷 놀아봤다는 체험객.

이곳을 찾는 이는 모두가 위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특히 해수욕장에서 모레성을 쌓으며 소꿉장난치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의 경우 이곳의 진귀함에 온종일 갯벌을 만지작, 만지작하며 자연에서나 맛볼 수 있는 놀이를 실컷 하고 놀았을 테다.

유난히 빨리 찾아온 장마. 이미 우리에게 이맘때 불청객은 늘상 후텁지근함과 찝찝함이다. 굳이 갯벌체험장이 아니어도 좋다. 장마 때문에 자칫 움츠려들기 쉬운 요즘, 자연의 무궁무진한 시원함과 상쾌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주저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 글·사진 순천광양교차로 / 조규봉 기자 ckb@icros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