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와보랑께 박물관’
강진 ‘와보랑께 박물관’
by 운영자 2008.07.18
“아조 배라 밸 것들을 다 모타났네”
새것의 편리함을 알지만, 옛것들이 눈물나게 그리울 때가 있다.
곤로 위에 끓여먹던 ‘삼양라면’ 맛이 그렇고, 우리 동네에서 내가 가장 먼저 신었던 하얀 꽃고무신이 그렇고, 좋아하는 아이 앞에서 더 달그락거렸던 ‘양은 벤또’가 또 그렇다. 기억 속의 옛것들을 하나하나 꺼내놓고 보며 그때를 추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강진 병영면의 ‘와보랑께 박물관’은 그런 곳이다.
추억을 차분히 더듬을 수 있는 곳, 배꼽 잡고 웃으며 ‘그 시절’ 을 얘기할 수 있는 곳.
“잉~ 거그를 모다 갈라 글구만? 아조 밸 것이 다 있당께, 거그는. 안 그요?”
새것의 편리함을 알지만, 옛것들이 눈물나게 그리울 때가 있다.
곤로 위에 끓여먹던 ‘삼양라면’ 맛이 그렇고, 우리 동네에서 내가 가장 먼저 신었던 하얀 꽃고무신이 그렇고, 좋아하는 아이 앞에서 더 달그락거렸던 ‘양은 벤또’가 또 그렇다. 기억 속의 옛것들을 하나하나 꺼내놓고 보며 그때를 추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강진 병영면의 ‘와보랑께 박물관’은 그런 곳이다.
추억을 차분히 더듬을 수 있는 곳, 배꼽 잡고 웃으며 ‘그 시절’ 을 얘기할 수 있는 곳.
“잉~ 거그를 모다 갈라 글구만? 아조 밸 것이 다 있당께, 거그는. 안 그요?”
[ 사진설명 : 즐거운 사투리 시간. ‘오매 징한거 호랑이가 안 물어가고’ ]
“항~ 거그는 없는 거 빼고는 다 있제. 서울서도 댕기러 가고 막 근다드만.”
‘짐 매러’ 가는 ‘아짐들’한테 ‘와보랑께 박물관’ 가는 길을 물었더니 작은 소동이 인다.
구수한 사투리로 길 안내를 받아 발길을 재촉한다. 가는 길 따라 세워진 나무판자에는 구성진 사투리가 쓰였다. ‘오매 징한거 호랭이나 안 물어가고, 참 애기가 수말스럽소 이, 짜잔해서 어따 써묵으까이, 살살 달래가꼬 델꼬 와야’…. 적힌 대로 소리내 말해보니 영판 ‘재미지다’.
“오살헌다, 작것” 하시면서도 바나나우유를 맛나게 빨고 있는 나를 따숩게 바라보셨던 할머니 생각은 또 왜 나는지….
시간도 길을 잃고 멈춰 선 곳, 강진
“시방 당장에 와보랑께”
“항~ 거그는 없는 거 빼고는 다 있제. 서울서도 댕기러 가고 막 근다드만.”
‘짐 매러’ 가는 ‘아짐들’한테 ‘와보랑께 박물관’ 가는 길을 물었더니 작은 소동이 인다.
구수한 사투리로 길 안내를 받아 발길을 재촉한다. 가는 길 따라 세워진 나무판자에는 구성진 사투리가 쓰였다. ‘오매 징한거 호랭이나 안 물어가고, 참 애기가 수말스럽소 이, 짜잔해서 어따 써묵으까이, 살살 달래가꼬 델꼬 와야’…. 적힌 대로 소리내 말해보니 영판 ‘재미지다’.
“오살헌다, 작것” 하시면서도 바나나우유를 맛나게 빨고 있는 나를 따숩게 바라보셨던 할머니 생각은 또 왜 나는지….
시간도 길을 잃고 멈춰 선 곳, 강진
“시방 당장에 와보랑께”
[ 사진설명 : 예전, 하찮게 여겼던 것들도 이곳에서는 어엿하게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
훌훌 털고 나들이 가기 가장 좋은 때를 꼽으라면 나는 스스럼없이 ‘나뭇잎이 은하수처럼 반짝이는 때’라고 답한다. 날은 무덥지만 그런 점에서 7월은 참 여행하기 좋은 때다.
강진까지 가는 길은 맑다. 뭐 하나 눈에 거슬리지 않고, 툭 트여 있다. 일찍이 남도답사일번지라는 타이틀을 얻은 강진. 때문에 영랑생가, 다산초당, 백련사는 익숙할 터고 또 둘러봤을 터다. 강진에서 만난 와보랑께 박물관은 전라도 말로 ‘오지다’. 나만의 숨은 추억창고 같다고 할까.
-‘손길 들어 더 이삔 것들’
하지만 아직 강진군 관광안내도에 등재되지 않아 찾기가 그리 녹록치는 않다.
강진군 병영면에 위치한 ‘와보랑께 박물관’은 강진군 소재라고 해서 덜컥 강진으로 들어서면 돌아가는 수고를 해야 한다.
훌훌 털고 나들이 가기 가장 좋은 때를 꼽으라면 나는 스스럼없이 ‘나뭇잎이 은하수처럼 반짝이는 때’라고 답한다. 날은 무덥지만 그런 점에서 7월은 참 여행하기 좋은 때다.
강진까지 가는 길은 맑다. 뭐 하나 눈에 거슬리지 않고, 툭 트여 있다. 일찍이 남도답사일번지라는 타이틀을 얻은 강진. 때문에 영랑생가, 다산초당, 백련사는 익숙할 터고 또 둘러봤을 터다. 강진에서 만난 와보랑께 박물관은 전라도 말로 ‘오지다’. 나만의 숨은 추억창고 같다고 할까.
-‘손길 들어 더 이삔 것들’
하지만 아직 강진군 관광안내도에 등재되지 않아 찾기가 그리 녹록치는 않다.
강진군 병영면에 위치한 ‘와보랑께 박물관’은 강진군 소재라고 해서 덜컥 강진으로 들어서면 돌아가는 수고를 해야 한다.
[ 사진설명 : 장독대 위에 놓인 수석들.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가는 풍경이다 ]
일단 고흥을 지나 장흥까지 달린 뒤 장흥 시내에서 병영 가는 길로 들어서야 빠르다. 그렇게 약 10키로 가량 달리면 폐교를 지나 ‘와보랑께 박물관’ 간판이 보인다면 맞게 찾아간 것.
10여년 전 문을 연 이곳은 뭐 하나 ‘성한 것’ ‘새것’이 없다. 컨테이너 건물마저도 허름하기 그지없다. 시간도 길을 잃은 듯 이곳은 그렇게 길이 들고 정이 든 것들이 옹기종기 모여 더 예쁘다. 시기적절하게 쓰였던 사투리들도 보는 이를 웃게 한다.
‘와보랑께 박물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장독대다. 특히 장독대 위에 아슬아슬하게 그러나 또 안정적으로 올려진 돌들이 눈길을 잡아끈다.
하나하나 사람들이 갖다 준 수석을 올려둔 것이라 주인아주머니가 설명한다. 땡볕 아래서도 주인아주머니는 단 둘뿐인 관광객이 서운하지 않도록 가는 곳곳 함께 하며 설명해 더 인상 깊다.
일단 고흥을 지나 장흥까지 달린 뒤 장흥 시내에서 병영 가는 길로 들어서야 빠르다. 그렇게 약 10키로 가량 달리면 폐교를 지나 ‘와보랑께 박물관’ 간판이 보인다면 맞게 찾아간 것.
10여년 전 문을 연 이곳은 뭐 하나 ‘성한 것’ ‘새것’이 없다. 컨테이너 건물마저도 허름하기 그지없다. 시간도 길을 잃은 듯 이곳은 그렇게 길이 들고 정이 든 것들이 옹기종기 모여 더 예쁘다. 시기적절하게 쓰였던 사투리들도 보는 이를 웃게 한다.
‘와보랑께 박물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장독대다. 특히 장독대 위에 아슬아슬하게 그러나 또 안정적으로 올려진 돌들이 눈길을 잡아끈다.
하나하나 사람들이 갖다 준 수석을 올려둔 것이라 주인아주머니가 설명한다. 땡볕 아래서도 주인아주머니는 단 둘뿐인 관광객이 서운하지 않도록 가는 곳곳 함께 하며 설명해 더 인상 깊다.
[ 사진설명 : 깔끔하게 단장을 마친 다산초당 오르는 길. 자꾸자꾸 걷고 싶게 만드는 길이다 ]
낡은 컨테이너건물 안에는 발 딛을 틈 없이 오래된 것들로 가득하다. 전선줄로 짠 장바구니. 곤로, 양은 도시락, 녹슨 재봉틀, 풍금, 가게에서 소주를 병으로가 아니라 잔으로 사먹던 시절의 갖가지 소주잔, 미 군정기의 교과서, 청자ㆍ새마을 담배, 나훈아의 LP판, 절구, 소쿠리 등등 우리의 지난 생활이 담긴 것들이 세월만큼이나 켜켜이 쌓여 있다. 쿰쿰한 책 냄새, 먼지 냄새가 향그럽다.
언제든 걷고 싶은 길’
과거로의 여행을 이대로 멈추기 아쉽다면 다산초당을 가보자. 이곳 역시 ‘멈춤’의 공간이다. 누구에게나 언제든 걷고 싶은 길, 마음이 편안해지는 길이 있을 터다.
다산초당 올라가는 길이 그렇다. 기다란 나무 터널, 울끈불끈 나무뿌리가 계단이 돼주는 흙길. 힘들지만 언제든 올라가고 싶은 곳. 초당에 다 올라서면 또 어떤가. 시원하게 툭 트여 저 멀리 보길도까지 보이는 상쾌한 풍경은 절로 시름을 잊게 한다. 지척에 있는 백련사에 들러도 좋다.
[ 글ㆍ사진 :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ckb@icross.co.kr ]
낡은 컨테이너건물 안에는 발 딛을 틈 없이 오래된 것들로 가득하다. 전선줄로 짠 장바구니. 곤로, 양은 도시락, 녹슨 재봉틀, 풍금, 가게에서 소주를 병으로가 아니라 잔으로 사먹던 시절의 갖가지 소주잔, 미 군정기의 교과서, 청자ㆍ새마을 담배, 나훈아의 LP판, 절구, 소쿠리 등등 우리의 지난 생활이 담긴 것들이 세월만큼이나 켜켜이 쌓여 있다. 쿰쿰한 책 냄새, 먼지 냄새가 향그럽다.
언제든 걷고 싶은 길’
과거로의 여행을 이대로 멈추기 아쉽다면 다산초당을 가보자. 이곳 역시 ‘멈춤’의 공간이다. 누구에게나 언제든 걷고 싶은 길, 마음이 편안해지는 길이 있을 터다.
다산초당 올라가는 길이 그렇다. 기다란 나무 터널, 울끈불끈 나무뿌리가 계단이 돼주는 흙길. 힘들지만 언제든 올라가고 싶은 곳. 초당에 다 올라서면 또 어떤가. 시원하게 툭 트여 저 멀리 보길도까지 보이는 상쾌한 풍경은 절로 시름을 잊게 한다. 지척에 있는 백련사에 들러도 좋다.
[ 글ㆍ사진 :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ckb@icros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