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된장 내음 꽃향기 그득한 ‘경기 안성’

된장 내음 꽃향기 그득한 ‘경기 안성’

by 운영자 2008.10.02

절로 마음이 낮아지는 곳
‘경기도 안성’ 하면 생각나는 것은? 안성맞춤, 안성탕면, 영화 ‘왕의 남자’의 남사당놀이…. 다 맞다. 모두 안성을 대표하는 것들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이쯤에서 안성을 다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순천ㆍ광양에서 3시간은 달려야 다다를 수 있는 경기도 안성. 긴 휴가가 아니고서야, 지갑이 여유롭지 않고서야 좀처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눈 호사까지 마다할 까닭이 없다.

2000여개의 장독대가 늘어선 ‘서일농원’, 허브 지천인 ‘허브마을’, 거꾸로 선 집 ‘아트센터 마노’ 등 안성에서 놓쳐서는 안될 곳을 소개한다.

구수한 된장 내음, 향긋한 꽃향기, 푸른 잔디 냄새 가득한 이곳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발 도장 찍기 힘들다면 눈도장이라도 꾹꾹 찍어두자. 실컷 눈 호사 시켜보자.

‘보고 또 봐도’ 한없이 ‘어여쁜 당신들’
안성 된장 담긴 장독대ㆍ아찔한 꽃향기


우리 할머니 ‘내촌떡’은 엄마아빠가 꼬박 3년 만에 얻은 나를 두고 ‘봐도 봐도 이삔 것’이라 하셨다. 하루도 빠짐없이 나의 하교길, 동네 어귀에서 나를 맞아주셨고, 일곱 손자손녀 가운데서 유독 나만 당신 방에 슬며시 불러 보름달빵에 베지밀 한 병을 먹여 보내시고는 했다. ‘너랑 나랑 비밀이다’ 귓속말과 함께.

보고 또 봐도 예쁜 것, 두고두고 고운 것이 있는가. 한국 사람이라면 특히 ‘4학년’ 이상 된 사람들이라면 보고 또 봐도 예쁜 것, 먹고 또 먹어도 좋은 것을 꼽을 때 된장, 고추장, 간장을 꼽을 것이다.

‘3학년’ 아래는 도저히 모르는 장의 깊은 맛을 ‘4학년’부터는 확실히 알게 된다.
장독마다 담긴 할머니 마음, 서일농원
익숙하고 그래서 귀한 줄 몰랐지만 먹어도 먹어도 맛난, 맡아도 맡아도 구수한 장. 안성 서일농원은 구수한 장 냄새를 실컷 맡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2000여개의 장독이 마음을 맞춰 늘어선 모습을 보면 절로 빙그레 웃음이 지어진다.

서울 방면 안성 나들목을 지나, 중부고속도로 일죽 나들목을 빠져나와 장호원쪽으로 향한다. 이정표를 따라 좁다란 길을 따라 가면 왼편에 낮은 기와 담을 한 서일농원을 만날 수 있다.

서일농원은 된장을 만드는 곳이다. 하지만 된장뿐 아니라 추억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시골 동네를 축소해 놓은 듯한 이곳은 시골 고샅길을 따라 걸으며 만날 수 있는 풍경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 멀리 배 과수원, 나팔꽃 낮게 핀 담장, 초가 원두막, 연못을 가득 메운 초록 연잎, 소박한 국화와 이름 모를 꽃들…. 발걸음이 절로 느려지고 몸을 낮추게 되는 풍경들.

이곳에서는 말소리마저도 낮아진다. 이 익숙하고 편한 모습들 사이에서 만나게 되는 ‘뜨악’한 풍경이 있으니, 2000여개의 장독들이 몸을 맞춰 서 있는 것이다.

가을 햇살에 유난히 빛나는 장독은 주인의 바지런함을 증명한다. 부정한 것을 막기 위해 새끼줄에 고추, 숯 꼽아 걸어 둔 금줄도 정갈함이 돋보인다.

농장 구경 뒤에는 농장에서 만든 장과 장아찌로만 맛을 낸 식당 ‘솔리’를 찾는 것도 좋겠다.
서일농원 http://www.seoilfarm.com
][ 사진설명 : 허브마을의 다양한 허브들. 손에 한참이나 허브 향 여운이 남는다 ]

세상의 향이 한곳에, 안성 허브마을
서일농원에서 안성 방면으로 20여분쯤 달리면 오른편에 ‘안성 허브마을’을 알리는 아기자기한 표지판이 나온다. 표지판을 따라 오르면 한적한 시골길이 나오는데, 누렇게 익어가는 벼들과 시원하게 부는 가을 오후 바람을 따라 향긋한 허브 향이 나는 것만 같다.

차를 주차하고 본격적으로 허브마을을 둘러본다. 분면 대한민국인데, 이곳의 건물들은 하나같이 유럽을 옮겨 놓은 듯하다. 아침 햇살에 눈부신 창가에 짹짹 참새가 울고, 그 울음에 나른한 잠을 깰 것만 같은 공주의 방처럼 말이다.

유럽풍의 집들은 모두 기념품과 빵을 팔고나 레스토랑, 펜션들이다. 이곳 맞은편에는 비닐하우스로 지어진 허브하우스가 있는데 손만 뻗어 잎을 흔들면 로즈마리, 라벤더 등 온갖 향그러운 허브 향이 주위를 채운다. 이 향은 한동안 손에 고스란히 남아 기분을 달뜨게 한다.

허브하우스 뒤로 산책로가 있는데 지금은 공사 중이다. 허브용품을 파는 곳에는 예쁜 모양의 허브 비누, 허브 초 등이 있었는데 쓰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다. 안성 허브마을 http://www.thanks-nature.co.kr
[ 사진설명 : 아트센터 마노의 거꾸로 지어진 집. 아무리 봐도 신기하다 ]

신기한 미술관, 아트센터 마노
지붕이 땅에 있는 집, 창이 세로가 아닌 가로로 난 집. 이 신기한 집들은 아트센터 마노에서 만날 수 있는 진귀한 풍경들이다. 넓은 잔디 위에 마음껏 뛰어놀 수도, 거꾸로 지은 집에 들어가 마음껏 미술품들을 감상할 수도 있는 곳이 바로 아트센터 마노다.

아트센터 마노는 허브마을에서 안성 방면으로 가다, 용인ㆍ남사당전수관 방면으로 이정표를 따라가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게다가 남사당전수관이 가까이 있어, 왕의 남자의 아찔한 남사당놀이의 추억을 만날 수도 있다.

아트센터 마노를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이 거꾸로 지어진 집. 뾰족한 지붕이 땅에 콕 박혀 있다. 어떻게 쓰러지지 않고 서 있을까 자꾸만자꾸만 바닥을 쳐다보게 한다.

미술관인 이곳은 유리공예 등 상시 작품전시를 하고 있으니 시간을 두고 찬찬히 둘러보자. 미리 예약을 하면 유리공예 등의 체험도 할 수 있다.

거꾸로 지은 집 말고도 옆으로 누운 집(레스토랑)도 그저 신기할 따름. 이곳은 이처럼 신기한 모양의 건물들 말고도 잔디가 깔린 너른 마당이 눈길을 끈다.

고운 가을볕 아래, 아이들을 뛰어놀게 해도 좋겠고 작은 돗자리 준비해 연인들의 야외 나들이 점심 테이블로도 손색없다.

하룻밤 묵을 수 있는 펜션도 준비됐다. 아트센터 마노 http://www.mahno.com

한편 마노 옆엔 남사당전수관이 있는데, 토요일 오후 3~4시, 6시 30분~8시 두 차례 남사당전수관에서 남사당 공연을 한다.

오는 5일까지 안성시민회관 부근에서 안성남사당바우덕이축제가 열리니 흥겨운 남사당놀이를 즐기는 것도 좋겠다.

[ 글ㆍ사진 :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cmh@sgse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