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함평 모평마을 한옥ㆍ생활사박물관

함평 모평마을 한옥ㆍ생활사박물관

by 운영자 2008.12.12


시간 창고 속 ‘보물’을 찾아


겨울 아침의 ‘쨍’한 첫 바람을 좋아한다. 창문을 열자마자 밀려드는 바람은 시리도록 차지만 기분만은 상쾌하다.

겨울 저녁의 뜨뜻한 아랫목을 좋아한다. 고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내던지듯 가방을 내려놓고 곧장 달려드는 아랫목은 뭉근한 따뜻함으로 스르르 언 몸을 녹이며 몸을 간질인다. 아랫목, 몸을 동그린 할머니를 꽉 안으면 겨울 저녁 아랫목은 천국이 된다.

겨울이다. 콧속이 아플 정도로 맵찬 바람과 뜨거워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는 온돌 아랫목, 상반되는 두 가지 느낌을 한번에 만날 수 있는 곳으로 향한다.

함평 해보면 모평마을.
함평 모평마을은 한옥보존시범마을로 지정된 곳으로 ‘시간 속 보물’들을 만날 수 있다. 입구부터 죽 늘어선 돌담과 황토 흙, 검정 기와는 수백 년 전 한옥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고, 그 안에는 21세기의 사람들이 세월과 어우러져 살고 있다.

나뭇가지를 잔뜩 인 마을 지붕 위, 노란 호박이 나란히 열렸다. 정겹다. 기와지붕 너머 동글동글 자란 호박 덕에 날 선 마음이 누그러진다. 절로 입이 벙그러진다.
겨울 햇살 아래 만끽하는 고즈넉한 ‘옛’
한옥마을 둘러보기


삼한사온(三寒四溫).
3일은 춥고 4일은 따뜻하다. 어찌도 우리나라 겨울 날씨의 특징을 이리도 적확하게 꼬집은 말이 있는지. 지난 주말 눈이 내리며 그다지도 춥더니만 이번 주 내내 봄을 연상시킬 만큼 따뜻하다.

함평 모평마을 천년 한옥을 둘러보기 위해 지난 일주일 동안 이곳을 2번이나 찾았다. 주말 눈 덮인 한옥을 즐기고 나흘 뒤, 눈 녹은 이곳을 다시 찾았다. 두 번이나 찾은 까닭을 설명하라면 어렵다. 그저 발길이 이끄는 대로 따라갔을 뿐.

함평 해보면 모평마을을 찾는 길은 모평마을을 알리는 이정표가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 해보면까지 다 와서 길을 잃기 십상이다. 가장 쉬운 이정표는 해보면에 들어서 나산면으로 가는 길 오른편의 ‘운곡지석묘’ 표지판을 따라 들어가면 된다.

이 길을 따라 가면 금방 ‘한옥’을 만날 수 있다.
앞으로 드넓게 펼쳐진 논밭과 한옥이 어우러진 풍경이 멋지다 느껴진다면 그곳이 바로 모평마을이다.
천년 숨결 간직한 우물과 한옥
함평 해보면 모평마을은 우리 전통 가옥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천년 마을’이다. 한옥을 되살린 집은 내버려두고라도 고려 때 사용했던 우물인 ‘안샘’과 조선시대의 고택이 잘 보존돼 옛 정취를 느끼기 충분하다.

‘운곡지석묘’를 알리는 표지판을 따라 들어가면 길 오른편으로 길게 이어진 돌담과 까만 기와지붕이 먼저 눈을 붙잡는다. 한옥보존시범지정마을인 이곳은 마을 전체가 한옥으로 꾸며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불구불 길옆으로 낮은 황토흙ㆍ돌담이 둘러서고 깨금발 너머 안을 들여다보면 손길 묻은 나뭇결 고운 마루와 창호 문이 은은하다.

그 앞 색을 낮춘 산야가 드넓게 펼쳐져 눈이 트인다.
졸졸 개울물 소리는 까치 우는 소리와 어울려 정겹다. 저녁 노을과 은은한 노란 달빛도 절로 흥을 자아낸다.

함평(咸平)은 조선 태종 9년(1409)에 함풍현과 모평현을 합치면서 함풍에서 ‘함(咸)’자를, 모평에서 ‘평(平)’자를 따와 붙여진 이름. 이 때문에 모평마을은 함평군의 근간이 되는 마을인 셈이다.

남도지방 고유의 모양새를 갖춘 반가(班家)의 고택과 정원, 누각, 정자, 원두막, 물레방아, 돌담이 정겹게 남아 있는 마을은 최초 함평 모씨(牟氏)가 마을을 형성했다고 전한다. 이후 1460년께 윤길(尹吉)이 90세의 나이에 제주도로 귀양 갔다 돌아오는 길에 이곳의 산수에 반해 정착하면서 파평 윤씨의 집성촌이 됐다.
한옥을 따라 걷다보면 눈길을 사로잡는 고택이 적지 않다. 마을 끄트머리 우측 산비탈에 고즈넉이 자리한 영양재가 그중 으뜸. 과거 윤상용이 사용했던 정자는 정면 3칸, 측면 2칸에 팔작지붕을 얹었다. 웅장하기보다는 옛 선비의 검소함과 풍류가 느껴지는 아담한 건물. 수십 개의 돌계단을 올라 마루에 앉아 바라본 풍광이 시원하다.

영양재에서 함평읍 방향으로 몇 걸음 옮기면 연못 위 만들어둔 임곡정과 그 앞 느티나무숲이 한눈에 잡힌다. 해보천을 따라 조성된 느티나무숲은 세찬 바람으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인공방풍림으로 느티나무, 팽나무,왕버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중 500살 먹은 높이 25m, 둘레 5m의 느티나무는 ‘마을나무’로 지정됐다.

마을 중간쯤 솟을대문 사이로 1855년 이조정랑, 사간언정언, 사헌부대사 등을 거친 윤자화의 휴식처인 ‘귀령재’와 뒤편 윤자화 생가터도 빼놓을 수 없다. 이외에 조선시대 천석꾼이 사용했던 김오열 가옥과 파평 윤씨의 제실인 임천정사도 멋스러운 고택의 풍미를 그대로 내보인다.
과거 관아의 우물로 사용됐던 ‘안샘’은 마을의 터줏대감. 천년 동안 마를 날 없이 솟는 샘물은 아직도 먹는 물로 사용할 만큼 맑고 깨끗하다.

이곳은 하룻밤 묵어가며 체험을 하면 더욱 좋다. 녹차밭 체험, 용천사 자연탐방, 갯벌체험 등은 물론 아궁이에 장작을 지펴 고구마나 감자를 구워 먹는 재미도 누릴 수 있다. 먼저 문의하고 예약하면 더 만족할만한 체험거리를 누릴 수 있다.

문의 : 함평군청 농업기반계 (061)320-3485, 모평마을 농촌종합개발사업운영회 (061)323-8288.

[글ㆍ사진 :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