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순창 전통고추장민속마을
전북 순창 전통고추장민속마을
by 운영자 2008.12.19
내 고장 정월은 메주가 익어가는 시절
시인 이육사는 7월을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라 했다. 그렇다면 12월은 ‘메주가 익어가는 시절’이라 해야겠다.
볕 좋고 바람결 좋은 지금, 순창 전통고추장민속마을은 메주가 꾸덕꾸덕 말라간다. 대문 위, 마당 한켠, 담장 모퉁이 동그랗고 네모난 메주가 주렁주렁 달렸다. 정성 담고 손맛 넣어 빚은 메주는 바람도 만나고 햇살도 쪼이고 별빛과 달빛, 눈비와 서리 받아들이며 익어간다.
가뭄 심한 논바닥처럼 할머니 발뒤꿈치처럼 쩍쩍 갈라진 메주 사이사이 허옇고 푸른곰팡이가 꽃처럼 피었다. 보고만 있어도 배가 두둑하다. 이제 얼마 뒤면 동글동글 독마다 메주 남실대며 진한 장맛을 낼 테니!
순창고추장마을, 까만 기와가 얹어진 돌담을 찬찬히 걷는다. 한겨울 아랫목에 띄운 메주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비단 주름처럼 부드럽게 주름진 할머니 손과 그 위에 알알이 박힌 검은 점도 눈앞에 어른거린다. 아들 손자 며느리를 향한 마음 담고 햇빛과 바람, 별빛과 달빛, 눈비와 서리 받아들인 ‘할머니표 장’ 맛이 간절하다.
시인 이육사는 7월을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라 했다. 그렇다면 12월은 ‘메주가 익어가는 시절’이라 해야겠다.
볕 좋고 바람결 좋은 지금, 순창 전통고추장민속마을은 메주가 꾸덕꾸덕 말라간다. 대문 위, 마당 한켠, 담장 모퉁이 동그랗고 네모난 메주가 주렁주렁 달렸다. 정성 담고 손맛 넣어 빚은 메주는 바람도 만나고 햇살도 쪼이고 별빛과 달빛, 눈비와 서리 받아들이며 익어간다.
가뭄 심한 논바닥처럼 할머니 발뒤꿈치처럼 쩍쩍 갈라진 메주 사이사이 허옇고 푸른곰팡이가 꽃처럼 피었다. 보고만 있어도 배가 두둑하다. 이제 얼마 뒤면 동글동글 독마다 메주 남실대며 진한 장맛을 낼 테니!
순창고추장마을, 까만 기와가 얹어진 돌담을 찬찬히 걷는다. 한겨울 아랫목에 띄운 메주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비단 주름처럼 부드럽게 주름진 할머니 손과 그 위에 알알이 박힌 검은 점도 눈앞에 어른거린다. 아들 손자 며느리를 향한 마음 담고 햇빛과 바람, 별빛과 달빛, 눈비와 서리 받아들인 ‘할머니표 장’ 맛이 간절하다.
[사진설명 : 마을 안 어느 집 담장 옆. 전통 살림살이가 전시됐다. 그 위에 동글동글 빚어놓은 메주도 예쁘다.]
‘한국인의 맛’ 찾아 떠난다
겨울바람처럼 맵찬 ‘고추장’ 빚는 마을
‘한국인의 맛’이라는 말은 고추장을 얘기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말. 한 고추장 광고에 쓰여, 이제는 고추장 맛을 대변하는 의미로까지 확대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다.
참 살맛날 일 없는 세상이다. 크리스마스가 코앞인데, 거리에서도 캐럴(성탄 축하곡) 듣기가 힘들다. 그만큼의 마음의 여유도 없는 얘기일 것이다.
경기는 늘 불안하고 일자리는 똑 떨어졌다. 지갑은 텅 빈 지 오래고 돈 써야 할 곳은 그대로다. 차곡차곡 스트레스가 쌓인다면 매운맛이 최고다. 그것도 ‘사나이 울리는’ ‘한국인의 매운 맛’이라면 스트레스 따윈 삼진 아웃이다.
요즘처럼 경기가 불황일 때나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고 난 뒤 우울한 기분 달래는데 집에 있는 갖은 나물 넣고 고추장 듬뿍, 참기름 한두 방울 똑 떨어뜨려 슥슥 비벼먹는 양푼비빔밥 한 그릇이면 그만이라는 것은 한번쯤 경험해 알고 있을 터다.
매운 맛은 엔도르핀을 증진시켜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 우울하고 슬플 때 매운 것을 먹으면 좋다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 시골 할머니집 같은
매운맛의 대명사 고추장. 전북 순창에는 고추장마을이 있다. 어느 집에 가든 동그랗고 네모난 된장들이 주렁주렁 매달렸고 불룩한 배를 내민 장독이 마당을 가득 채웠다. 담장 위 솟대와 장독들이 어울려 정겨운 풍경을 자아낸다. 특히나 이맘때면 메주콩 삶는 냄새를 맡을 수 있고, 메주에 핀 곰팡이 꽃을 볼 수 있다.
순창 전통고추장민속마을은 할머니네 같다. 마당에 콩 삶는 냄새가 진동하고 장독대에 할머니 손길 난 반질반질한 장독대가 있고, 절절 끓던 아랫목에는 메주가 꼬리한 냄새를 풍기는….
집집마다 기웃거리며 싸목싸목 걸어도 20~30분이면 동네 한 바퀴를 다 돌 수 있는 이곳은 비록 탄탄하게 발길이 난 흙길이 아니더라도,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오래된 한옥이 아니더라도 고향 냄새가 진동을 한다.
‘한국인의 맛’ 찾아 떠난다
겨울바람처럼 맵찬 ‘고추장’ 빚는 마을
‘한국인의 맛’이라는 말은 고추장을 얘기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말. 한 고추장 광고에 쓰여, 이제는 고추장 맛을 대변하는 의미로까지 확대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다.
참 살맛날 일 없는 세상이다. 크리스마스가 코앞인데, 거리에서도 캐럴(성탄 축하곡) 듣기가 힘들다. 그만큼의 마음의 여유도 없는 얘기일 것이다.
경기는 늘 불안하고 일자리는 똑 떨어졌다. 지갑은 텅 빈 지 오래고 돈 써야 할 곳은 그대로다. 차곡차곡 스트레스가 쌓인다면 매운맛이 최고다. 그것도 ‘사나이 울리는’ ‘한국인의 매운 맛’이라면 스트레스 따윈 삼진 아웃이다.
요즘처럼 경기가 불황일 때나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고 난 뒤 우울한 기분 달래는데 집에 있는 갖은 나물 넣고 고추장 듬뿍, 참기름 한두 방울 똑 떨어뜨려 슥슥 비벼먹는 양푼비빔밥 한 그릇이면 그만이라는 것은 한번쯤 경험해 알고 있을 터다.
매운 맛은 엔도르핀을 증진시켜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 우울하고 슬플 때 매운 것을 먹으면 좋다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 시골 할머니집 같은
매운맛의 대명사 고추장. 전북 순창에는 고추장마을이 있다. 어느 집에 가든 동그랗고 네모난 된장들이 주렁주렁 매달렸고 불룩한 배를 내민 장독이 마당을 가득 채웠다. 담장 위 솟대와 장독들이 어울려 정겨운 풍경을 자아낸다. 특히나 이맘때면 메주콩 삶는 냄새를 맡을 수 있고, 메주에 핀 곰팡이 꽃을 볼 수 있다.
순창 전통고추장민속마을은 할머니네 같다. 마당에 콩 삶는 냄새가 진동하고 장독대에 할머니 손길 난 반질반질한 장독대가 있고, 절절 끓던 아랫목에는 메주가 꼬리한 냄새를 풍기는….
집집마다 기웃거리며 싸목싸목 걸어도 20~30분이면 동네 한 바퀴를 다 돌 수 있는 이곳은 비록 탄탄하게 발길이 난 흙길이 아니더라도,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오래된 한옥이 아니더라도 고향 냄새가 진동을 한다.
[사진설명 : 고추장을 만들기 위해 마당가에 콩을 말리고 있다.]
∥ 물, 빛, 정성이 빚은 고추장
우리나라 수많은 곳 중 왜 하필 순창이 고추장으로 유명해졌을까.
순창의 고추장이 그토록 유명해진 것은 맑은 물과 빛 덕이다. 순창은 예로부터 옥천(玉川)으로 불릴 정도로 물이 좋은 고장.
게다가 기름진 토양에서 맑은 볕을 쬐고 자란 고추와 콩, 찹쌀 등의 산물들은 최고의 고추장을 만드는 재료가 되어 주었다.
순창만의 독특한 기후는 장 담그는 시기조차 타 지역과는 다르게 했다. 다른 지역은 보통 음력 10월께 메주를 띄우는데, 순창에서는 음력 7월이면 메주를 띄우기 시작한다.
기후에 따른 숙성기간의 차이 때문에 순창에서 재료를 가져다 똑같은 방법으로 고추장을 쑤어도 다른 지역에서는 그 맛이 전혀 다르다. 장의 맛을 결정하는 효모균이 겨울철 따뜻한 분지 형태에 자리한 순창에서 유독 잘 번식하기 때문이다.
허나 어디 하늘의 일만으로 모든 일이 다 잘 되는 것이겠는가. 거기에 인간의 정성이 깃들어야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오는 것. 젓갈이나 김치 같은 발효식품과 장류를 소중하게 키워온 남도의 문화적 특성과 남도 아낙네들의 정성. 그것이 순창 고추장을 유명하게 한 결정적 이유일 터다.
이곳은 약 50여 가구 150여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모두 ‘제조기능인’이다. 만든 ‘제조기능인’ 제도는 순창군에서 만든 것으로 우리 장류의 전통을 계승하고 가공기능인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 기능인의 칭호를 얻기 위해서는 전통식품 조리와 가공에 20년 이상 종사해야 하니 마을의 모든 이들이 ‘장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아, 된장은 이렇게 만드는구나’
순창 전통고추장민속마을에는 된장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장류체험관과 장 만드는 과정 등을 볼 수 있는 장류박물관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그저 보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배우고 직접 체험해보는 공간은 우리의 전통 장류를 더 귀하게 여기도록 해준다.
순창장류체험관은 고추장 만들기, 고추장 요리 만들기, 인절미 만들기 등을 체험해 볼 수 있는데 미리 예약을 해야만 체험이 가능하다.
또한 이곳은 순창 곳곳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하룻밤 숙박도 가능하다. 또한 마을 내 유일한 식당인 해오름 식당도 있다. 음식은 된장찌개와 고추장비빔밥 딱 2가지. 이것만으로도 제대로 된 장맛을 볼 수 있다. 문의 063-650-1813, www.janghada.com .
∥ 물, 빛, 정성이 빚은 고추장
우리나라 수많은 곳 중 왜 하필 순창이 고추장으로 유명해졌을까.
순창의 고추장이 그토록 유명해진 것은 맑은 물과 빛 덕이다. 순창은 예로부터 옥천(玉川)으로 불릴 정도로 물이 좋은 고장.
게다가 기름진 토양에서 맑은 볕을 쬐고 자란 고추와 콩, 찹쌀 등의 산물들은 최고의 고추장을 만드는 재료가 되어 주었다.
순창만의 독특한 기후는 장 담그는 시기조차 타 지역과는 다르게 했다. 다른 지역은 보통 음력 10월께 메주를 띄우는데, 순창에서는 음력 7월이면 메주를 띄우기 시작한다.
기후에 따른 숙성기간의 차이 때문에 순창에서 재료를 가져다 똑같은 방법으로 고추장을 쑤어도 다른 지역에서는 그 맛이 전혀 다르다. 장의 맛을 결정하는 효모균이 겨울철 따뜻한 분지 형태에 자리한 순창에서 유독 잘 번식하기 때문이다.
허나 어디 하늘의 일만으로 모든 일이 다 잘 되는 것이겠는가. 거기에 인간의 정성이 깃들어야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오는 것. 젓갈이나 김치 같은 발효식품과 장류를 소중하게 키워온 남도의 문화적 특성과 남도 아낙네들의 정성. 그것이 순창 고추장을 유명하게 한 결정적 이유일 터다.
이곳은 약 50여 가구 150여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모두 ‘제조기능인’이다. 만든 ‘제조기능인’ 제도는 순창군에서 만든 것으로 우리 장류의 전통을 계승하고 가공기능인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 기능인의 칭호를 얻기 위해서는 전통식품 조리와 가공에 20년 이상 종사해야 하니 마을의 모든 이들이 ‘장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아, 된장은 이렇게 만드는구나’
순창 전통고추장민속마을에는 된장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장류체험관과 장 만드는 과정 등을 볼 수 있는 장류박물관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그저 보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배우고 직접 체험해보는 공간은 우리의 전통 장류를 더 귀하게 여기도록 해준다.
순창장류체험관은 고추장 만들기, 고추장 요리 만들기, 인절미 만들기 등을 체험해 볼 수 있는데 미리 예약을 해야만 체험이 가능하다.
또한 이곳은 순창 곳곳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하룻밤 숙박도 가능하다. 또한 마을 내 유일한 식당인 해오름 식당도 있다. 음식은 된장찌개와 고추장비빔밥 딱 2가지. 이것만으로도 제대로 된 장맛을 볼 수 있다. 문의 063-650-1813, www.janghada.com .
[사진설명 : 장류박물관 전시실에서 전시 중인 자수전. 고추장 빛깔만큼이나 곱고 곱다.]
마을 바깥에 위치한 장류박물관도 들러보자. 지난해 지어진 이곳은 장의 재료가 되는 콩에서부터 장을 만드는 과정, 세계의 다양한 장과 고추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 고추가 들어오게 된 유래, 발효식품의 효능, 발효의 조건뿐만 아니라 콩 찧기, 발효온도 체험하기, 멧돌 갈기 등의 체험도 가능하다. 또한 박물관 한켠 마련된 전시실에는 상시 전시가 열리는데, 지금은 김영자 선생 회고 자수전시회 ‘바늘 가는데 실 가듯이’가 열리고 있다.
고추장 빛깔만큼 곱디고운 다양한 자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
[글ㆍ사진 : 순천광양 교차로최명희 기자 / cmh@sgsee.com]
마을 바깥에 위치한 장류박물관도 들러보자. 지난해 지어진 이곳은 장의 재료가 되는 콩에서부터 장을 만드는 과정, 세계의 다양한 장과 고추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 고추가 들어오게 된 유래, 발효식품의 효능, 발효의 조건뿐만 아니라 콩 찧기, 발효온도 체험하기, 멧돌 갈기 등의 체험도 가능하다. 또한 박물관 한켠 마련된 전시실에는 상시 전시가 열리는데, 지금은 김영자 선생 회고 자수전시회 ‘바늘 가는데 실 가듯이’가 열리고 있다.
고추장 빛깔만큼 곱디고운 다양한 자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
[글ㆍ사진 : 순천광양 교차로최명희 기자 /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