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경남 사천 서포면 비토 마을

경남 사천 서포면 비토 마을

by 운영자 2009.02.13

‘꿀맛’ 같은 ‘굴 맛’

먹기 위해 떠나는 여행, 눈으로 보기 위해 떠나는 여행. 여행의 목적은 다 다르다. 물론 어느 한 가지 목적만 충족시키고 오는 여행은 거의 없지만 말이다.

보고 또 먹고, 먹고 또 보고 즐기고. 먹을거리도 여행의 즐거움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집을 떠나, 답답한 도시를 떠나 먹는 음식은 뭐든 맛나다. 특히 제철, 제 곳에서 나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제철 만나 제 곳에서 나는 것이니 신선하기도 하려니와 낯선 곳, 아름다운 풍광에서 먹는 것이니 그러하리라. 겨울 끝장이다. 겨울에 제철인 굴을 즐길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

제철 굴 먹으러 떠난다. 막 따온 굴을 깨 초장에 푹 찍어 먹는 굴회도 좋고, 뜨거운 화로 앞에서 지글지글 구워 먹는 굴 구이도 좋다.

경남 사천시 비토는 아는 사람만 아는, 은밀한 재미가 있는 곳. 거북이를 따라 용궁에 들어갔다가 간을 뭍에 놓아두고 왔다는 설화 ‘토끼와 거북이’의 배경이 되는 이곳은 싱싱한 굴 맛도 첫째로 꼽힌다. 영양분 풍부한 갯벌 때문이다. 또한 해안 드라이브 코스로도 그만이다.

사천시 비토는 서포면 끝자락 토끼 꼬리처럼 붙어있는 섬. 순천ㆍ광양에서 남해ㆍ진주 가는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진주 못 미쳐 곤양 IC로 빠져나온다. 58번, 1005번 지방도로를 타면 서포면으로 연결된다.

비토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기는 하지만 초행이라면 길을 잃기 십상이니 눈을 크게 뜨고 볼 것.

오후 4시쯤 출발한 터라 비토에 닿으니 어느덧 석양이 물든다. 지는 해를 왼편에 두니 마음까지 붉어진다. 해안도로를 타고 비토로 들어간다. 가파르지 않고, 일부 구간만 전망대처럼 높은 해안도로에선 남해의 올막졸막한 섬들이 잘 보인다 .
[사진설명 : 비토마을을 알리는 돌 이정표. 비토 마을은 설화 ‘토끼와 거북이’의 배경이 된 곳이다.]

비토는 설화 ‘토끼와 거북이’의 배경이 된 곳으로 이곳에는 4개의 섬을 볼 수 있다. 토끼가 달을 보고 날아올랐다는 전설의 ‘월등도’와 월등도 앞, 토끼 모양을 하고 있는 ‘토끼섬’ 그 옆의 거북이 모양을 하고 있는 ‘거북섬’, 토끼 부인이 목 놓아 기다리다 섬이 되어 버렸다는 ‘목섬’이 그것이다.

비토에서 전해지는 ‘토끼와 거북이’ 설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거북이가 용왕의 약을 구하러 나온 것과 용왕에게 갔다 꾀를 내어 도망쳐 나오는 것까지는 같지만 그 뒷부분이 다르다.

토끼가 거북이를 따돌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달 밝은 보름밤에 달빛에 어린 월등도를 향해 뛰어내리다가 물에 빠져 죽었다.

그래서 생긴 섬이 월등도 옆 토끼섬이다. 또 토끼를 놓친 거북이는 용궁으로 돌아가지 못해 거북섬이 됐단다. 토끼의 아내는 남편을 기다리다 목이 빠져 목섬이 됐고.
[사진설명 : 굴 구이 한 다라이에 1만5000원. 장작불에 구워 먹으면 바다 향이 난다.]

서서히 해가 진다. 장작 피워 얼멍얼멍한 판에 굴 구이를 먹으면 굴도 먹고 석양도 먹을 수 있겠다. 장작불에다 직접 구워먹는 굴 맛이 좋다. 고무 다라이 하나씩 파는 굴은 1만5000원부터. 삶아 주기도 하니 취향대로 먹을 수 있다.

찬바람에 목도리, 모자, 오리털파카로 중무장하고서도 장갑 낀 손은 연신 굴을 깐다. 바다를 앞에 두고 바다를 먹는다. 장작불 위에서 보글보글 작은 기포를 내는 굴은 바다 향을 뿜으며 익어간다.
[사진설명 : 비토의 굴은 거센 물살 탓에 알이 작지만 살은 차지다.

비토의 굴은 올 4월까지 나온다. 비토의 굴 맛이 특별한 까닭은 거센 물살 덕. 때문에 알은 작지만 살은 어느 곳보다 차지고 단단하다.

비토를 그냥 나서기 서운하다면 가까운 도솔사에 들러도 좋겠다. 도솔사는 소설 <등신불>의 무대가 된 곳.

늦은 출발 탓에 시간이 늦었다. 어느새 밤이 이슥해졌다. 철썩 처얼썩 파도 소리뿐 사위가 조용하다. 멀리 굴구이 앞에 옹기종기 모인 이들의 웃음소리가 이따금 들릴 뿐.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