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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꽃, 꽃… 창원 북면 ‘튤립공원’

꽃, 꽃, 꽃… 창원 북면 ‘튤립공원’

by 운영자 2009.05.08

이 봄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눈을 들어 가만, 주위를 둘러본다. 눈앞에 펼쳐진 ‘우리들의’ 도시는 네모반듯한, 색을 잃은 건물들과 각종 시설물들로 빼곡하다. 쓰레기 더미, 건물 벽을 채운 그림, 현란한 간판, 더 휘황찬란한 불빛, 버스 정류장, 낡은 의자…. 날마다 마주치지만 그저 지나치는 무심한 풍경들.

허나 무심히 지나치지 않고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눈은 금방 피곤해진다. 자연보다는 사람의 손길이 더 많이 든 이 도시의 풍경은 우리의 눈을 더 빨리 피로하게 한다.

눈의 피로를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이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도 그저 그렇게 있어주는 자연의 색과 모양이 눈의 보약이다.

맑아진 눈으로 다시 세상을 본다. 파릇한 봄 나무, 형형색색의 봄꽃들. 이 땅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 봄은 또 얼마나 눈부신지!
[사진설명 : 고운 튤립에 폭 빠진 아이]

튤립, 데이지, 패랭이 … ‘꽃 세상’
창원 북면 봄꽃 마실

사진 한 장 때문이었다. 30년 동안 한번도 가보지 않은 경남 창원을 가야겠다 마음먹은 것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튤립 사진 한 장. 그 사진 한 장이 온통 내 마음을 빼앗았다.

튤립이 그렇게 고운 꽃이라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된 그날, 내 마음은 이미 창원 북면 튤립 공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날이 맑다.
볕이 좋다.
나들이 가기 더없이 좋은 날.
기분 좋게 출발한다.

경남 창원시 북면 신촌리의 튤립공원은 순천에서 약 1시간 30분 거리. 진주 가는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죽 달리다 북창원 나들목으로 나간다. 79번 국도를 타고 북면 방향으로 가다 북면 면사무소를 지나
면 튤립공원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생각만큼 멀지 않고 찾는 길이 어렵지 않아 초행길도 즐겁다.
길 양옆 아름드리 나무들의 초록과 그 너머 논밭의 파릇함은 눈과 기분 모두를 맑게 한다. 논두렁에는 모내기를 준비하는 손들로 분주하다.
[사진설명 : 튤립공원 가는 길. 모내기 준비로 한창인 농부들.]

몇 주만 지나면 대한민국 논에 푸른 벼들의 몸부림이 시작될 테다. 찰방찰방 물 위로 초록의 손짓들.
북면 면사무소 앞에 차를 세워두고 걷는다. 볕이 좋고 바람결 상쾌해 일부러 차에서 내린 것. 보드랍고 통이 넓은 7부 바지와 반소매 윗도리, 굽이 낮은 운동화를 택한 것은 참 잘한 선택인 것 같다.

걷기에 더없이 좋은 차림이다.
차가 드물어 걷기 안성맞춤이다. 나무 그늘 아래로 걷는다. 시원하다. 콧속이 뻥 뚫린다. 상쾌한 공기로 마음속 샤워까지 한다.
[사진설명 : 너무도 선명한 색의 튤립들]

눈앞에 색색의 꽃들이 펼쳐진다.
넓다. 그리고 많다.
튤립공원이라고 해서 튤립만 있는 줄 알았더니 유채꽃, 데이지, 패랭이, 팬지 등 색색의 꽃들이 많기도 많다.

가까이 다가가 본다. 누가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이라 노래했던가. 튤립 사잇길로 걷는다. 종아리 중간쯤 미치는 튤립. 허리를 숙여 보면 생김생김이 더 예쁘다. 빨강, 보라, 하양… 색은 또 어찌나 선명한지 세상의 물감들도 이 색을 똑같이 만들어내지 못할 것 같다.

나무 아래 패랭이도 곱다. 촌스러운 이름 탓에 촌스러운 꽃이려거니 했는데, 주변의 풍경들과 부드럽게 참 잘 어울린다. 동글동글 데이지도 동글동글 모여 있다. 파란 하늘 아래 핀 노란 유채꽃도 눈부시다.
[사진설명 : 꽃밭 사이, 목동은 한가로이 피리를 불고 있다.]

꽃뿐만 아니라 창원시가 조성한 모형들도 재밌다.
소 모는 목동이 소 등 위에서 한가로이 피리를 불고, 꽃밭 가운데서 꽃에 취해 사물놀이에 한창이다. 꽃으로 창원시의 캐릭터인 창이와 원이를 표현한 것도 재미나다.

한참 꽃에 취해 놀다보니 어느새 사람들이 많아졌다. 꽃향기를 맡고 날아온 벌처럼 소리 없이 사람들도 꽃구경에 나선 모양이다. 내 한 자리를 다른 이들에게 내어주고 길을 나선다.
[사진설명 : 나무 아래 ‘우수수’ 친 패랭이꽃]

꽃에 취해 혼미해진 정신을 가다듬으려 해도 자꾸만 아쉽다. 이대로 돌아가는 길이 아쉽다면 튤립공원 근방의 마금산 온천에 들러 봄날 노곤해진 몸을 풀어도 좋겠다.

마금산 온천은 세종실록지리지, 동국여지승람 등에 기록돼 있어 옛날부터 온천으로 이용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이곳 온천수의 주성분은 나트륨, 라듐, 망간, 황산이온 등 20여종의 광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관절염, 부인병, 신경통 등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