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안양면 ‘양귀비꽃’
장흥 안양면 ‘양귀비꽃’
by 운영자 2009.05.22
다가서면 눈멀고 물러서면 슬픈
<눈을 돌려 한번 웃으면 / 백 가지 아름다움이 피어오르니 / 아무리 곱게 화장한 궁녀들도 / 그 앞에서는 얼굴빛이 없구나> 당나라 시인 백거이는 장장 120행의 장한가(長恨歌)에서 해어화(解語花·말을 알아듣는 꽃) 양귀비의 미모는 모든 미녀들을 무색(無色)하게 만들었다고 읊었다. 웃음 한번에 백 가지 아름다움이 피어오른다니, 이보다 더한 극찬이 어디 있겠는가.
당 현종을 쥐락펴락했던 양귀비의 아름다움에 비길 만큼 아름다운 꽃이라 해서 이름 지어진 꽃, 양귀비. 그 붉은 정염(情炎)이 지금, 천지를 물들인다.
장흥군 안양면 장재도는 양귀비가 아름다움을 뽐낸다. 가느다란 모가지가 꺾임도 없이 바람에 한들거린다.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이지만 그 도도함이 끝 간 데 없다.
<다가서면 관능이고 물러서면 슬픔이다. / 아름다움은 적당한 거리에만 있는 것. /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안된다. // 다가서면 눈멀고 물러서면 어두운 / 사랑처럼 활활 타오르는 꽃. // 관능과 슬픔이 / 태워 올리는 / 빛이다.> - 오세영, 양귀비꽃 -
오세영 시인은 양귀비꽃을 두고 ‘다가서면 눈멀고 물러서면 어둡다’고 했다.
그 아름다움에 눈이 좀 멀면 어떠랴. 아름다움을 취하다 눈이 멀었으니 그마저도 또 ‘행복’ 아니겠는가.
<눈을 돌려 한번 웃으면 / 백 가지 아름다움이 피어오르니 / 아무리 곱게 화장한 궁녀들도 / 그 앞에서는 얼굴빛이 없구나> 당나라 시인 백거이는 장장 120행의 장한가(長恨歌)에서 해어화(解語花·말을 알아듣는 꽃) 양귀비의 미모는 모든 미녀들을 무색(無色)하게 만들었다고 읊었다. 웃음 한번에 백 가지 아름다움이 피어오른다니, 이보다 더한 극찬이 어디 있겠는가.
당 현종을 쥐락펴락했던 양귀비의 아름다움에 비길 만큼 아름다운 꽃이라 해서 이름 지어진 꽃, 양귀비. 그 붉은 정염(情炎)이 지금, 천지를 물들인다.
장흥군 안양면 장재도는 양귀비가 아름다움을 뽐낸다. 가느다란 모가지가 꺾임도 없이 바람에 한들거린다.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이지만 그 도도함이 끝 간 데 없다.
<다가서면 관능이고 물러서면 슬픔이다. / 아름다움은 적당한 거리에만 있는 것. /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안된다. // 다가서면 눈멀고 물러서면 어두운 / 사랑처럼 활활 타오르는 꽃. // 관능과 슬픔이 / 태워 올리는 / 빛이다.> - 오세영, 양귀비꽃 -
오세영 시인은 양귀비꽃을 두고 ‘다가서면 눈멀고 물러서면 어둡다’고 했다.
그 아름다움에 눈이 좀 멀면 어떠랴. 아름다움을 취하다 눈이 멀었으니 그마저도 또 ‘행복’ 아니겠는가.
그대를 부르는 ‘붉은’ 손짓
봄바람에 한들한들 양귀비, 마음까지 싱숭생숭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한지마냥 얇지만 넓적한 꽃잎 서너 장이 모여 소복한 밥그릇 모양을 만든 것이 참 예쁘다고는 생각했다. 그 명징한 붉은색이 참 곱다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몰랐다.
그것이 1300여년이 지나도록 회자되며 ‘아름다움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양귀비의 이름을 딴 양귀비꽃이라는 것을!
온갖 꽃과 나무들의 이름을 다 알아야겠다 마음먹고 식물도감을 사고서도, 식물도감은 저 책상 한구석에 몇 번 손이 가지 않은 채로 남겨지던 날이 많았다.
올 봄 복수초가 피기 시작할 때쯤 식물도감은 드디어 두터운 먼지 옷을 벗고 차 안 가장 귀한 자리에 모셔졌다. 그리고서 알게 됐다. 그 고운 꽃의 이름이 양귀비라는 것을!
하지만 의아하기는 했다. 양귀비는 아편을 만드는 데 쓰여, 우리나라에서는 금하는 작물이기 때문이다. 몇몇 허가된 곳에서만 기르나 하고 생각하기에는 그 범위가 매우 광범위했다.
진짜 이름을 안 것은 식물도감을 두 번째 완독하기 시작한 무렵이었다. 우리가 양귀비라 부르는 꽃의 진짜 이름은 양귀비과의 꽃인 꽃양귀비였던 것.
양귀비와 꽃이 비슷하기 때문에 개양귀비라 하고, 중국에서는 항우의 애첩 우미인의 무덤에서 핀 꽃이라 하여 ‘우미인초’라 부르기도 한다. 양귀비와는 달리 전체에 털이 있어 그것으로 양귀비와 개양귀비를 구분하면 쉽다.
봄바람에 한들한들 양귀비, 마음까지 싱숭생숭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한지마냥 얇지만 넓적한 꽃잎 서너 장이 모여 소복한 밥그릇 모양을 만든 것이 참 예쁘다고는 생각했다. 그 명징한 붉은색이 참 곱다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몰랐다.
그것이 1300여년이 지나도록 회자되며 ‘아름다움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양귀비의 이름을 딴 양귀비꽃이라는 것을!
온갖 꽃과 나무들의 이름을 다 알아야겠다 마음먹고 식물도감을 사고서도, 식물도감은 저 책상 한구석에 몇 번 손이 가지 않은 채로 남겨지던 날이 많았다.
올 봄 복수초가 피기 시작할 때쯤 식물도감은 드디어 두터운 먼지 옷을 벗고 차 안 가장 귀한 자리에 모셔졌다. 그리고서 알게 됐다. 그 고운 꽃의 이름이 양귀비라는 것을!
하지만 의아하기는 했다. 양귀비는 아편을 만드는 데 쓰여, 우리나라에서는 금하는 작물이기 때문이다. 몇몇 허가된 곳에서만 기르나 하고 생각하기에는 그 범위가 매우 광범위했다.
진짜 이름을 안 것은 식물도감을 두 번째 완독하기 시작한 무렵이었다. 우리가 양귀비라 부르는 꽃의 진짜 이름은 양귀비과의 꽃인 꽃양귀비였던 것.
양귀비와 꽃이 비슷하기 때문에 개양귀비라 하고, 중국에서는 항우의 애첩 우미인의 무덤에서 핀 꽃이라 하여 ‘우미인초’라 부르기도 한다. 양귀비와는 달리 전체에 털이 있어 그것으로 양귀비와 개양귀비를 구분하면 쉽다.
[사진설명 : 빛 고운 양귀비꽃.]
장흥 안양면 장재도에는 바닷바람 맞으며 가녀린 몸을 하늘하늘 바람에 맡기는 꽃양귀비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세상의 봄꽃들이 서서히 물러가는 요즘, 초록의 잎들과 잘 어울려 더 황홀한 풍경을 뽐낸다.
장흥은 동쪽으로는 ‘차의 고향’ 보성과 닿아 있고, 서쪽으로는 ‘남도 답사 1번지’로 꼽히는 강진과 이어져있다.
순천·광양에서 장흥 안양면을 찾으려면 보성 득량·율포 방면으로 죽 가면 된다. 때문에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 풍경과 초록의 들판 모두를 즐길 수 있다. 공통점은 둘 다 눈이 시원해지는 풍경이라는 것.
장흥 안양면 장재도에는 바닷바람 맞으며 가녀린 몸을 하늘하늘 바람에 맡기는 꽃양귀비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세상의 봄꽃들이 서서히 물러가는 요즘, 초록의 잎들과 잘 어울려 더 황홀한 풍경을 뽐낸다.
장흥은 동쪽으로는 ‘차의 고향’ 보성과 닿아 있고, 서쪽으로는 ‘남도 답사 1번지’로 꼽히는 강진과 이어져있다.
순천·광양에서 장흥 안양면을 찾으려면 보성 득량·율포 방면으로 죽 가면 된다. 때문에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 풍경과 초록의 들판 모두를 즐길 수 있다. 공통점은 둘 다 눈이 시원해지는 풍경이라는 것.
[사진설명 : 장흥 안양면 가는 길에는 눈이 훤해지는 풍경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삶의 터전인 바다로 나간 어부들의 배]
빛에 반짝이는 바다 너머 고기잡이를 나선 배들이 보이고, 논밭에서는 허리를 숙여 일을 하는 아낙들의 모습도 보인다. 자식 새끼 입에 고기 한 점 더 넣어주려고, 운 동화 한 켤레 더 사주려고, 공부 한 자리 더 시켜보려고 일생을 배 위에서 또는 논밭에서 보냈을 이들.
양귀비 보러 가는 길, 그들의 마음이 양귀비보다 더 붉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러자 맘이 뭉클해온다.
빛에 반짝이는 바다 너머 고기잡이를 나선 배들이 보이고, 논밭에서는 허리를 숙여 일을 하는 아낙들의 모습도 보인다. 자식 새끼 입에 고기 한 점 더 넣어주려고, 운 동화 한 켤레 더 사주려고, 공부 한 자리 더 시켜보려고 일생을 배 위에서 또는 논밭에서 보냈을 이들.
양귀비 보러 가는 길, 그들의 마음이 양귀비보다 더 붉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러자 맘이 뭉클해온다.
[사진설명 : 장흥은 한적한 시골 마을이다. 보리 수확을 앞둔 보리가 파릇파릇하다.]
장흥 안양면은 양귀비만 아니라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를 소박한 시골 마을. 하지만 가서 세세하게 들여다보니 이달 초에 열린 ‘장흥 키조개 축제’가 열린 곳이 바로 이곳이기도 했다. 키조개 모양을 돌로 만들어둔 비석은 왠지 웃음이 피식 나온다.
장재도에 들어서 양귀비꽃단지가 조성된 정확한 위치를 물으니 다들 잘 모른다는 반응이다. 몇 번을 물어물어 도착한 양귀비꽃밭은 붉고 또 분홍의 물결로 일렁인다 .
몇몇 사람들이 용케도 알고 들러 사진을 찍고 있다. 양귀비 꽃밭, 양귀비에 마음을 빼앗긴 것이 당 현종만은 아닌지 사람들의 입에서 ‘예쁘다’는 탄식이 터져나온다.
이곳은 일부러 ‘양귀비꽃’만 보려고 찾아오기에는 아직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30여분쯤 더 장흥으로 달려가 이청준 소설 <눈길>의 배경이 된 회진면 회진포구, 진목마을을 둘러보자.
또 회진마을 바닷가의 영화 ‘천년학’ 세트장과 <선학동 나그네>의 배경이 된 진목마을 옆 산저마을을 구경해도 좋다. 내친 김에 천관산에 들러 문학공원을 둘러보며 장흥에 뿌리를 둔 작가들과 그의 작품에 대해 공부해도 좋겠다.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
장흥 안양면은 양귀비만 아니라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를 소박한 시골 마을. 하지만 가서 세세하게 들여다보니 이달 초에 열린 ‘장흥 키조개 축제’가 열린 곳이 바로 이곳이기도 했다. 키조개 모양을 돌로 만들어둔 비석은 왠지 웃음이 피식 나온다.
장재도에 들어서 양귀비꽃단지가 조성된 정확한 위치를 물으니 다들 잘 모른다는 반응이다. 몇 번을 물어물어 도착한 양귀비꽃밭은 붉고 또 분홍의 물결로 일렁인다 .
몇몇 사람들이 용케도 알고 들러 사진을 찍고 있다. 양귀비 꽃밭, 양귀비에 마음을 빼앗긴 것이 당 현종만은 아닌지 사람들의 입에서 ‘예쁘다’는 탄식이 터져나온다.
이곳은 일부러 ‘양귀비꽃’만 보려고 찾아오기에는 아직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30여분쯤 더 장흥으로 달려가 이청준 소설 <눈길>의 배경이 된 회진면 회진포구, 진목마을을 둘러보자.
또 회진마을 바닷가의 영화 ‘천년학’ 세트장과 <선학동 나그네>의 배경이 된 진목마을 옆 산저마을을 구경해도 좋다. 내친 김에 천관산에 들러 문학공원을 둘러보며 장흥에 뿌리를 둔 작가들과 그의 작품에 대해 공부해도 좋겠다.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