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장성 삼서면 장미원 나들이

장성 삼서면 장미원 나들이

by 운영자 2009.06.12

“장밋빛 연서, 띄웁니다”

<나도 타고 싶다 / 저 가을 단풍이 / 붉은 물 뚝뚝 흘리며 / 제 몸을 태우며 / 사랑하듯 / 나도 가을 나무가 되어 / 봄 여름 가꾸어온 그리움일랑 / 외로움을 기름불로 하여…> -신경인 ‘단풍을 바라보며-

시인은 단풍처럼 타고 싶다 한다. 제 몸을 활활 태우는 단풍처럼 타고 싶다 한다.
물들고 싶다. 단풍보다 더 붉은, 강낭콩꽃보다 더 붉은 장밋빛으로 물들고 싶다. 태양 아래 선연히 붉은 여름 장미로 물들고 싶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당도한 곳곳에 장미가 붉다. 또는 분홍빛이고 또는 노란빛이다. 고운 장미들이 거리 곳곳을 물들인다. 그 곁을 지나는 사람들의 가슴도 장밋빛으로 물들고, 어느새 장미향이 스민다.

꽃잎 타들어가 한잎한잎 바람에 흩날리기 전에 소담스레 핀 장미 맞으러 간다. 호남 최대 규모로 꾸며진 장성군 평림댐 수변공원 장미공원. 들뜬 마음에 어느새 볼은 발그레 장밋빛이다.
장미꽃 사이 걷기

눈이 웃는다, 손을 잡는다, 어깨를 감싼다
어설프게 알고 간 것이 죄다. 찰랑찰랑 물 찬 댐과 밥그릇만하게 핀 장미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소문만 듣고 섣불리 찾은 것이 잘못이다.

전라남도와 전라북도를 통틀어 가장 넓게 장미꽃을 심어뒀다는, 아주 명물이라는 소리에 마음이 먼저 움직인 것이 문제다. 얼른 가서 눈으로 보고야말겠다고 그저 들떠서는…

평림댐 장미공원을 찾으려면 ‘한국수자원공사 평림댐수도관리단’을 찾으면 아주 쉽다. ‘평림댐’이라는 낱말로 찾았다가는 10여 킬로미터를 헤매야 하니 주의할 것.

장성 삼계면의 평림댐 공원에는 지금, 장미가 흐드러졌다. 며칠 동안 내린 비바람에 하나둘 꽃잎을 흩날리고 있지만 아직 다 져버린 것은 아니다. 평림댐 장미원은 아직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 한가롭다. 돗자리, 도시락 준비해 가족들과 한나절 꽃구경하며 놀기에 그만이다.
[사진설명 : 모양 따라, 색 따라 장미에도 저마다 다른 이름이 붙었다. 허나 어떤 이름이든 곱기는 마찬가지]

한국수자원공사 평림댐수도관리단을 알리는 표지판을 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졸졸졸 흐르는 작은 내를 만난다. 며칠 전 비가 내리기는 했지만 내를 적시기는 턱없이 부족한 모양이었던지 물이 낮다. 내 양 옆으로는 며칠 새 풀들이 훌쩍 자라났다. 초록빛도 더 진해졌다.
[사진설명 : 나무 계단을 올라 내려다보이는 장미공원.]

차에서 내리니 보기보다 훨씬 더 툭 트인 전망이 시원하다. 저만치 발아래 울긋불긋 보이는 것이 바로 장미공원. 바람결 따라 은은한 장미향이 퍼진다.

장미공원에 막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인공폭포. 시원하게 물이 떨어지는 폭포 덕에 한낮의 해도 그리 더워 보이지 않는다. 어디 그뿐인가. 가뭄에 턱 없이 부족한 수량도 저 폭포수 시원한 물줄기 소리에 조용히 묻힌다.
폭포수 맞은편으로는 예쁜 나무 벤치가 놓였다. 배산임수가 따로 없다. 뒤로는 향그러운 장미꽃밭이 펼쳐지고 앞으로는 시원한 폭포 물줄기가 내려오니 그 자리가 바로 ‘명당’이 아니겠는가.

벤치 뒤로는 죽 장미꽃밭이다. 그저 ‘장미’가 아닌 ‘스칼렛메이딜란드’, ‘프린세스 더 모나코’, ‘함부르크 히닉스’ 등 다른 이름으로 다르게 생긴 장미들이 무리지어 심어졌다. 멀리서 보면 색만 다르고 다 똑같은 꽃처럼 보이지만 가만 들여다보면 꽃잎이 말린 정도도 다 다르고, 색의 농도도 다 다르다.
[사진설명 : 태양을 연상시키는 ‘함부르크 히닉스’]

허나 향기만은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바로 그 장미향 그대로다.
함박웃음처럼 활짝 핀 것들도 있지만 어느새 후두둑 져버린 꽃들도 눈에 띈다. 바람에 낱장 하나하나 날리는 꽃잎은 공원을 가로질러 흐르는 작은 냇물로 날린다. 물에서도 향긋한 장미향이 날 듯하다.
장미터널을 지나고, 냇물 위 나무다리를 건너고, 장미 사이를 걷다가 힘이 들면 원두막에 앉아 쉬어도 좋다. 간단히 준비해간 간식을 먹기에도 좋다. 이곳이 아직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사진설명 : 호남 최대의 장성 삼계면 장미공원. 공원을 가로질러 흐르는 작은 시냇물에 장미 꽃잎이 한잎두잎 바람에 날린다.]

장미공원을 다 둘러봤다면 이제 푸른 물을 살펴볼 차례. 공원에서 눈을 들어 올려다보면 가파른 나무 계단이 보인다. 그 계단을 오르면 장성댐을 볼 수 있다. 운동부족임을 증명하듯 반도 못 올라 숨이 찬다.
땀이 맺힌다. 헉헉 숨을 몰아쉬다 고개를 들어 보니 눈앞에 시원하게 물이 펼쳐진다. 바람도 시원하다. 물도 맑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보면 장미공원이 내려다보인다. 잘 정돈된 공원은 멀리서 보니 더 예쁘다.

오를 때보다 훨씬 쉬운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와 주차장으로 향한다. 차에 타니 어느새 차 안 그득 장미향이 밴다. ‘아, 장미향 좋다.’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