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내소사 초록 ‘등목’
부안 내소사 초록 ‘등목’
by 운영자 2009.06.26
반짝반짝 햇발 아래 눈부신 ‘초록’
볕이 따갑다. 해는 질기도록 따가운 볕을 내리쬔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졌고, 몸은 ‘오뉴월 개 혓바닥’ 마냥 늘어진다. 귀찮은 것이 하나둘 는다.
이제 막 여름에 발을 디뎠다 생각했는데 날씨는 벌써 여름 한가운데다. 한 줄기 시원한 소나기가, 울창한 나무숲이 벌써부터 간절해진다.
볕 아래 가장 고운 색이 무얼까? 가을볕에 곱게 널어둔 빠알간 고추? 샛노란 유채꽃? 정염을 불태우는 백일홍? 눈부시게 파란 바다?
물론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볕 아래서 예쁘게, 정겹게, 아름답게 빛나는 색이다. 허나 6월, 지금의 볕 아래 가장 맑게 눈에 비치는 것은 초록 숲일 터다.
진초록 나뭇잎들은 햇살 아래 더 빛나고, 나뭇잎들이 만들어주는 그늘, 나뭇잎 사이 언뜻언뜻 비치는 햇살….
전라북도 부안 내소사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펼쳐진 600m의 전나무 숲길과 숲길 끝 왕벚나무 가로수길이 반짝인다. 느긋하게 걸으며 초록 ‘등목’하자.
볕이 따갑다. 해는 질기도록 따가운 볕을 내리쬔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졌고, 몸은 ‘오뉴월 개 혓바닥’ 마냥 늘어진다. 귀찮은 것이 하나둘 는다.
이제 막 여름에 발을 디뎠다 생각했는데 날씨는 벌써 여름 한가운데다. 한 줄기 시원한 소나기가, 울창한 나무숲이 벌써부터 간절해진다.
볕 아래 가장 고운 색이 무얼까? 가을볕에 곱게 널어둔 빠알간 고추? 샛노란 유채꽃? 정염을 불태우는 백일홍? 눈부시게 파란 바다?
물론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볕 아래서 예쁘게, 정겹게, 아름답게 빛나는 색이다. 허나 6월, 지금의 볕 아래 가장 맑게 눈에 비치는 것은 초록 숲일 터다.
진초록 나뭇잎들은 햇살 아래 더 빛나고, 나뭇잎들이 만들어주는 그늘, 나뭇잎 사이 언뜻언뜻 비치는 햇살….
전라북도 부안 내소사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펼쳐진 600m의 전나무 숲길과 숲길 끝 왕벚나무 가로수길이 반짝인다. 느긋하게 걸으며 초록 ‘등목’하자.
부안 내소사 걷기
걸음은 ‘느릿느릿’ 콧구멍은 ‘크게’
변산반도의 부안. 때문에 부안을 바다로만 알고 있는 이들이 많다. 변산은 내변산과 외변산으로 나뉘는데 외변산은 바다가, 내변산은 산이 자리하고 있다.
내변산 관음봉 자락에 오롯이 자리한 내소사는 절 그 자체 말고도 꼭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이어지는 전나무 숲길이 바로 그것이다.
걸음은 ‘느릿느릿’ 콧구멍은 ‘크게’
변산반도의 부안. 때문에 부안을 바다로만 알고 있는 이들이 많다. 변산은 내변산과 외변산으로 나뉘는데 외변산은 바다가, 내변산은 산이 자리하고 있다.
내변산 관음봉 자락에 오롯이 자리한 내소사는 절 그 자체 말고도 꼭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이어지는 전나무 숲길이 바로 그것이다.
[사진설명 : 내소사 가는 길목의 해바라기. 때이른 해바라기 노란 빛이 곱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걷는다. 매표소를 지나 일주문에 들어서면 눈이 시원해지는 풍경과 마주한다. 흙길 양옆으로 병정처럼 꼿꼿하게 심어진 전나무.
진한 나무 향이 코를 뻥 뚫는다. 허리를 뒤로 확 꺾어야 그 끝이 보이는 전나무는 키가 훌쩍 크고, 늘씬한 각선미를 뽐낸다. 게다가 어찌나 울창한지 한여름 대낮인데도 그늘이 짙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걷는다. 매표소를 지나 일주문에 들어서면 눈이 시원해지는 풍경과 마주한다. 흙길 양옆으로 병정처럼 꼿꼿하게 심어진 전나무.
진한 나무 향이 코를 뻥 뚫는다. 허리를 뒤로 확 꺾어야 그 끝이 보이는 전나무는 키가 훌쩍 크고, 늘씬한 각선미를 뽐낸다. 게다가 어찌나 울창한지 한여름 대낮인데도 그늘이 짙다.
[사진설명 : 내소사 마당의 연꽃. 아직 일러 다 피지 않았다]
여기서부터는 보기 흉하더라도 콧구멍을 최대한 크게 벌리고 걸음은 최대한 느리게 걷자. 몇 걸음 걷다 쉬어도 좋다.
최대한 천천히 걷고, 전나무가 뿜어내는 향을 맡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자. 한여름 눅진한 땀을 씻어내던 지하수 얼음장물처럼 전나무길은 우리의 뇌를 깨끗이 씻겨주는 듯하다.
숲길을 지나면 양옆으로 푸른 잔디가 펼쳐진다. 아무 때라도 찾아와 쉬고 싶을 만큼 솜이불처럼 드넓다.
여기서부터는 보기 흉하더라도 콧구멍을 최대한 크게 벌리고 걸음은 최대한 느리게 걷자. 몇 걸음 걷다 쉬어도 좋다.
최대한 천천히 걷고, 전나무가 뿜어내는 향을 맡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자. 한여름 눅진한 땀을 씻어내던 지하수 얼음장물처럼 전나무길은 우리의 뇌를 깨끗이 씻겨주는 듯하다.
숲길을 지나면 양옆으로 푸른 잔디가 펼쳐진다. 아무 때라도 찾아와 쉬고 싶을 만큼 솜이불처럼 드넓다.
숲길을 빠져나오면 낮은 담장과 이어진 사천왕문이 보인다. 천왕문을 지나면 왼편에 범종각이 보인다. 송수권 시인이 ‘내소사의 종소리에도 젓갈 냄새가 자욱하다’고 했던 범종각이다.
그 앞으로는 아름드리 나무가 눈앞을 가로막는다. 수령 1000년의 당산나무와 수령 300년의 보리수다. 지난 세월을 참고 견디고 이겨낸 나무들은 초록잎을 활짝 드리웠다.
나무들을 지나면 만나는 것이 봉래루다. 봉래루는 대웅보전 바로 앞에 있어 대웅보전으로 가는 문이 되기도 하고, 이름처럼 누각이 되기도 한다. 1인 2역을 하고 있는 셈.
대웅보전으로 통하는 봉래루의 다리는 사람이 지나갈 만큼의 높이지만 예전에는 이보다 50cm 정도 낮았다고 한다.
불교가 탄압을 받을 때, 양반들이 말에서 내리지 않고 대웅보전까지 들어와 예불을 올렸는데 이를 막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한다.
그 앞으로는 아름드리 나무가 눈앞을 가로막는다. 수령 1000년의 당산나무와 수령 300년의 보리수다. 지난 세월을 참고 견디고 이겨낸 나무들은 초록잎을 활짝 드리웠다.
나무들을 지나면 만나는 것이 봉래루다. 봉래루는 대웅보전 바로 앞에 있어 대웅보전으로 가는 문이 되기도 하고, 이름처럼 누각이 되기도 한다. 1인 2역을 하고 있는 셈.
대웅보전으로 통하는 봉래루의 다리는 사람이 지나갈 만큼의 높이지만 예전에는 이보다 50cm 정도 낮았다고 한다.
불교가 탄압을 받을 때, 양반들이 말에서 내리지 않고 대웅보전까지 들어와 예불을 올렸는데 이를 막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한다.
[사진설명 : 색이 없는 대웅보전. 소박하고 소탈해 편안하다. 이것 자체가 ‘자연(自然)’이다.]
봉래루 아래로 들어가 몇 계단 오르면 보이는 것이 대웅보전. 능가산의 기암절벽을 배경으로 선 대웅보전은 다른 절과 다르다.
가장 눈에 띄게 다른 것은 색. 내소사 대웅보전의 단청은 색이 없다. 황(黃), 청(靑), 백(白), 적(赤), 흑(黑) 오방색을 칠하지 않고 나뭇결 그대로 드러났다. 소박하고 그래서 정겹다.
봉래루 아래로 들어가 몇 계단 오르면 보이는 것이 대웅보전. 능가산의 기암절벽을 배경으로 선 대웅보전은 다른 절과 다르다.
가장 눈에 띄게 다른 것은 색. 내소사 대웅보전의 단청은 색이 없다. 황(黃), 청(靑), 백(白), 적(赤), 흑(黑) 오방색을 칠하지 않고 나뭇결 그대로 드러났다. 소박하고 그래서 정겹다.
[사진설명 : 건축물이 아니라 그저 자연이다.]
겉멋 부리지 않고, 허풍 떨지 않고도 제 어깨를 선뜻 내주는 고향친구처럼 내소사의 단청이 꼭 그렇다. 편하고 소박하고 정갈한….
무채색 단청뿐만 아니라 꽃창살에도 색이 없다. 화려한 꽃마저도 소탈해진다.
대웅보전이 다른 곳과 다른 또 한 가지는 못을 쓰지 않고 나무토막을 끼워 맞춰 지은 것이라는 것.
겉멋 부리지 않고, 허풍 떨지 않고도 제 어깨를 선뜻 내주는 고향친구처럼 내소사의 단청이 꼭 그렇다. 편하고 소박하고 정갈한….
무채색 단청뿐만 아니라 꽃창살에도 색이 없다. 화려한 꽃마저도 소탈해진다.
대웅보전이 다른 곳과 다른 또 한 가지는 못을 쓰지 않고 나무토막을 끼워 맞춰 지은 것이라는 것.
[사진설명 : 소박한 꽃살문.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더 예쁘다]
흙길과 향 짙은 전나무들이 만든 터널, 색을 입히지 않은 단청과 꽃살문, 못을 쓰지 않고 짜맞춘 건축. 능가산 자락이 품은 내소사는 그래서 더 자연이다.
<산 속의 밤은 차고, 그리운 것들은 별처럼 멀리 흩어져 있습니다. 무엇을 하고 계신지요. 그대가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고 있든 잣나무 위에 사발만하게 걸린 별처럼 여기선 모두 가깝습니다.
(후략)> - 김경진, 「내소사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저 내버려둔 자연 속에서는 시인의 말처럼 그 모든 것이 가까울 터다.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
흙길과 향 짙은 전나무들이 만든 터널, 색을 입히지 않은 단청과 꽃살문, 못을 쓰지 않고 짜맞춘 건축. 능가산 자락이 품은 내소사는 그래서 더 자연이다.
<산 속의 밤은 차고, 그리운 것들은 별처럼 멀리 흩어져 있습니다. 무엇을 하고 계신지요. 그대가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고 있든 잣나무 위에 사발만하게 걸린 별처럼 여기선 모두 가깝습니다.
(후략)> - 김경진, 「내소사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저 내버려둔 자연 속에서는 시인의 말처럼 그 모든 것이 가까울 터다.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