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창한 대숲의 향기, 소리 그리고…
울창한 대숲의 향기, 소리 그리고…
by 운영자 2009.07.17
지상의 낙원 ‘소쇄원’서 잠들다
비가 오기 전에는 세상의 먼지로 시야가 뿌옇더니, 비가 오자 낮게 깔린 검은 구름이 시야를 가린다. 콜라 한잔 마신 듯 ‘청량한’ 것이 절로 생각난다.
답답한 속이야 콜라 한잔에 트림 한번이면 시원해지지만 뿌연 눈앞은 무엇으로 맑게 밝힐까. 초점 잃은 눈을 밝히는 데는 초록만한 것이 없다. 초록 세상으로 들어가면 눈은 절로 맑아지고 밝아진다.
비가 온 터라 깊은 산으로 들 수 없으니 산을 가져다 놓은 듯한 곳으로 찾아가면 되겠다.
‘자전거 여행’의 저자 김훈이 ‘지옥 속의 낙원’이라 칭한 곳, 담양 소쇄원.
옅은 비 뿌리는 장마철의 이른 아침, 대나무 숲길에 들어서면 세상의 소리는 잦아든다. 바람에 몸을 부딪혀 내는 대나무들의 ‘사각사각’ 소리와 적막을 깨우는 대숲 사이 까만 촌닭들의 ‘꼬끼오’ 울음 소리, 멀리서부터 들리는 콸콸 쏟아지는 폭포 같은 물소리, 은은하고 상쾌한 대나무가 뿜어내는 냄새가 전부다.
지옥 같은 세상 속의 ‘낙원’이다.
비가 오기 전에는 세상의 먼지로 시야가 뿌옇더니, 비가 오자 낮게 깔린 검은 구름이 시야를 가린다. 콜라 한잔 마신 듯 ‘청량한’ 것이 절로 생각난다.
답답한 속이야 콜라 한잔에 트림 한번이면 시원해지지만 뿌연 눈앞은 무엇으로 맑게 밝힐까. 초점 잃은 눈을 밝히는 데는 초록만한 것이 없다. 초록 세상으로 들어가면 눈은 절로 맑아지고 밝아진다.
비가 온 터라 깊은 산으로 들 수 없으니 산을 가져다 놓은 듯한 곳으로 찾아가면 되겠다.
‘자전거 여행’의 저자 김훈이 ‘지옥 속의 낙원’이라 칭한 곳, 담양 소쇄원.
옅은 비 뿌리는 장마철의 이른 아침, 대나무 숲길에 들어서면 세상의 소리는 잦아든다. 바람에 몸을 부딪혀 내는 대나무들의 ‘사각사각’ 소리와 적막을 깨우는 대숲 사이 까만 촌닭들의 ‘꼬끼오’ 울음 소리, 멀리서부터 들리는 콸콸 쏟아지는 폭포 같은 물소리, 은은하고 상쾌한 대나무가 뿜어내는 냄새가 전부다.
지옥 같은 세상 속의 ‘낙원’이다.
모두에게 ‘활짝’ 열린 공간
소쇄원, 정자 위에서 설핏 자고 수다도 떨고
종종 느끼는 것이지만 가까이서 익숙한 것들의 소중함을 우리는 자주 잊고 산다. 내게 담양 소쇄원이 그랬다.
고등학교 시절, 가사 문학을 배우면서부터 들어온 담양 소쇄원은 대학에 가서도 1년에 한번은 꼭 답사를 가는 코스였고, 가까운 나들이 삼아 광주댐에 들를 때도 잊지 않고 들르는 코스 중 하나였다. 어디 그뿐인가. 잊을만하면 신문ㆍ잡지에서 소쇄원을 다뤄주니 실제 가지 않고서도 1년에 몇 차례씩은 다녀온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헌데 가만 생각하니 정작 소쇄원에 마지막으로 가본 것이 벌써 5~6년 전이다. 그 사실을 깨닫자,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남자친구와 김밥을 싸서 먹던 기억도 떠오르고, 대학 때 유난히 좋아했던 한문학 교수님이 눈을 지그시 감고 시조 한 수를 읊으시던 모습도 떠오른다. 고전문학 교수님의 열띤 설명도, 답사 후 막걸리와 손두부에 김치 안주도 모두 생각이 난다.
소쇄원, 정자 위에서 설핏 자고 수다도 떨고
종종 느끼는 것이지만 가까이서 익숙한 것들의 소중함을 우리는 자주 잊고 산다. 내게 담양 소쇄원이 그랬다.
고등학교 시절, 가사 문학을 배우면서부터 들어온 담양 소쇄원은 대학에 가서도 1년에 한번은 꼭 답사를 가는 코스였고, 가까운 나들이 삼아 광주댐에 들를 때도 잊지 않고 들르는 코스 중 하나였다. 어디 그뿐인가. 잊을만하면 신문ㆍ잡지에서 소쇄원을 다뤄주니 실제 가지 않고서도 1년에 몇 차례씩은 다녀온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헌데 가만 생각하니 정작 소쇄원에 마지막으로 가본 것이 벌써 5~6년 전이다. 그 사실을 깨닫자,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남자친구와 김밥을 싸서 먹던 기억도 떠오르고, 대학 때 유난히 좋아했던 한문학 교수님이 눈을 지그시 감고 시조 한 수를 읊으시던 모습도 떠오른다. 고전문학 교수님의 열띤 설명도, 답사 후 막걸리와 손두부에 김치 안주도 모두 생각이 난다.
광주댐을 지나 소쇄원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소쇄원으로 든다.
잘 다져진 흙길 양 옆으로 대나무가 훌쩍 자랐다. 그 끝을 보려면 고개는 물론이고 허리까지 활처럼 젖혀야 한다. 장맛비는 대나무 큰 키를 더욱 키우고 잎을 더 진초록으로 물들였다.
잘 다져진 흙길 양 옆으로 대나무가 훌쩍 자랐다. 그 끝을 보려면 고개는 물론이고 허리까지 활처럼 젖혀야 한다. 장맛비는 대나무 큰 키를 더욱 키우고 잎을 더 진초록으로 물들였다.
비가 흩뿌린 시야는 안개가 뿌옇다. 비 냄새와 대숲 냄새가 머리를 맑게 한다. 멀리서 들리는 물소리도 상쾌하다. 소쇄원 오르는 길은 다른 즐거움이 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새까만 닭들이 대숲 사이에서 ‘유유자적’ 노닌다. ‘꼬끼오’ 아침을 깨우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울창한 대숲 끝 무렵, 이제는 잎이 울창한 나무숲이 펼쳐진다. 장맛비로 불어난 계곡의 물소리도 더 크게 들린다. 바깥세상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소설가 김훈은 정자를 ‘현실의 중압감이 빠져나간 자유의 공간’이라고 했다. 정자는 삶과 완전히 단절된 자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삶의 한복판도 아니다. 정자는 세상으로부터 등을 돌리지도 않고, 세상을 정면으로 마주 대하지도 않는다.
소쇄원은 조선 중기 양산보가 세운 별서정원이다. 양산보는 개혁정치를 펼치던 조광조의 제자였으나 스승이 기묘사화 때 화순 능주로 유배돼 사약을 받고 죽자 담양에 소쇄원을 지었다고 한다.
울창한 대숲 끝 무렵, 이제는 잎이 울창한 나무숲이 펼쳐진다. 장맛비로 불어난 계곡의 물소리도 더 크게 들린다. 바깥세상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소설가 김훈은 정자를 ‘현실의 중압감이 빠져나간 자유의 공간’이라고 했다. 정자는 삶과 완전히 단절된 자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삶의 한복판도 아니다. 정자는 세상으로부터 등을 돌리지도 않고, 세상을 정면으로 마주 대하지도 않는다.
소쇄원은 조선 중기 양산보가 세운 별서정원이다. 양산보는 개혁정치를 펼치던 조광조의 제자였으나 스승이 기묘사화 때 화순 능주로 유배돼 사약을 받고 죽자 담양에 소쇄원을 지었다고 한다.
별서정원이란 살림집이 딸린 별장이란 뜻이다. 양산보는 소쇄원을 절대로 팔지 못하도록 유언을 남겼다. 또 함부로 손을 대서 바꾸지도 말며 어리석은 후손에겐 물려주지도 말라고 했다. 후손들이 500년 가까이 그의 유지를 받든 까닭에 아직도 원형의 모습이 남아있다.
대숲길을 넘어서면 대봉대와 애양단, 오곡문으로 이어진다. 이엉을 얹은 대봉대는 소쇄원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으로 손님들이 일단 주인이 오기를 기다리던 곳이다. 애양단은 볕이 바른 동쪽의 담장이다.
오곡문은 계곡에 쌓은 담장으로 물을 막지 않고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자연석만 괴어 담장을 쌓았다. 오곡문을 지나면 계곡 위에 놓인 외나무 다리가 나타난다. 이 외나무다리는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 글공부 하는 선비의 집에 가는 데 마음가짐을 다듬게 한다는 의미로 외나무다리를 놓았다.
대숲길을 넘어서면 대봉대와 애양단, 오곡문으로 이어진다. 이엉을 얹은 대봉대는 소쇄원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으로 손님들이 일단 주인이 오기를 기다리던 곳이다. 애양단은 볕이 바른 동쪽의 담장이다.
오곡문은 계곡에 쌓은 담장으로 물을 막지 않고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자연석만 괴어 담장을 쌓았다. 오곡문을 지나면 계곡 위에 놓인 외나무 다리가 나타난다. 이 외나무다리는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 글공부 하는 선비의 집에 가는 데 마음가짐을 다듬게 한다는 의미로 외나무다리를 놓았다.
외나무다리를 지나면 광풍각과 제월당이 나타난다. 광풍각은 손님을 맞는 사랑방이고 제월당은 주인이 거처하는 집이다. 제월당 주변에는 회화나무와 산수유, 옆에는 편백나무와 석류 등이 자란다.
회화나무는 원래 선비나무이다. 집안에 심으면 가문이 번창한다고 해서 학자나무로 알려져있으며 상서롭다 해서 길상목(吉祥木)으로 불렸다. 산수유는 가문의 번성을 뜻한다.
소쇄원의 나무 한그루, 꽃 한송이에도 양산보의 생각과 철학이 담겨있다. ‘깨끗하며 시원하다’는 뜻의 소쇄원. 인간과 나무, 숲의 조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이름처럼 바람과 빛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사방이 확 트인 정자 ‘광풍각’은 오래 기거하는 손님들을 위한 곳이었다.
회화나무는 원래 선비나무이다. 집안에 심으면 가문이 번창한다고 해서 학자나무로 알려져있으며 상서롭다 해서 길상목(吉祥木)으로 불렸다. 산수유는 가문의 번성을 뜻한다.
소쇄원의 나무 한그루, 꽃 한송이에도 양산보의 생각과 철학이 담겨있다. ‘깨끗하며 시원하다’는 뜻의 소쇄원. 인간과 나무, 숲의 조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이름처럼 바람과 빛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사방이 확 트인 정자 ‘광풍각’은 오래 기거하는 손님들을 위한 곳이었다.
장맛비 덕에 광풍각 앞의 계곡 물이 불어 마치 폭포처럼 떨어진다. 광풍각에는 더위를 피해 온 이들이 한가득이다. 예전, 선비들만의 공간이었던 이곳은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모두의’ 공간으로 거듭났다.
광풍각 뒤편 조금 높은 곳에는 담장을 사이에 두고 제월당이 서있다. 집주인의 공간이었던 이곳 제월당에서는 정말 달빛만이 교교히 스며들 것만 같이 조용하다. 물소리는 이미 담장을 사이에 두고 들리지 않는다.
소쇄원. 조선의 가사문학이니 뭐니, 양산보니 뭐니 몰라도 그곳에 가면 깨끗하고 맑은, 향그러운 마음이 스민다.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
광풍각 뒤편 조금 높은 곳에는 담장을 사이에 두고 제월당이 서있다. 집주인의 공간이었던 이곳 제월당에서는 정말 달빛만이 교교히 스며들 것만 같이 조용하다. 물소리는 이미 담장을 사이에 두고 들리지 않는다.
소쇄원. 조선의 가사문학이니 뭐니, 양산보니 뭐니 몰라도 그곳에 가면 깨끗하고 맑은, 향그러운 마음이 스민다.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