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경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경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by 운영자 2009.08.14

즐거운 미술관, 재미난 그림 관람

기억을 더듬어보자.
멀리 갈 것도 없다. 작년 여름휴가 어땠는가.

숨 턱턱 막히도록 속도 안 나는 고속도로, 이중주차는 기본이던 휴양지 주차장, 바가지인줄 알면서도 사게 되는 음식, 가는 도중 미지근해진 아이스박스 속 수박.

휴가(休暇) 아닌 휴가를 보낸 것이 연례 행사가 됐다. 어느 가수는 ‘전쟁 같은’ 사랑이라더니 우리의 휴가야말로 전쟁 같지 않던가. 게다가 매년 가는 곳도 엇비슷하니 말이다.

올해는 ‘한가롭게 쉬는’ 휴가(休暇)의 진짜 의미를 살려보는 건 어떨까. 콩나물시루 같은 사람들 속이 아니라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림 속으로의 휴가 말이다. 물론 그 안에는 너른 잔디와 호수, 편안한 의자도 함께 한다.

사진을 살펴보자. 액자 안 그림이 왠지 익숙하지 않은가? 그렇다. 사진 속 액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작품이다. 물론 그 작품 그대로가 아니라 작가가 재미나게 변형시킨 것.

이 작품의 제목은 ‘명화 감상-가족’이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하하하 웃게 만드는 재미난 미술, 즐거운 미술관 나들이.
[사진설명 : 백남준 작가의 비디오아트 ‘다다익선’]

8000원의 ‘호사’
국립현대미술관 나들이


8000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물론 많다.
오늘 8000원으로 그림 여행을 떠난다. 장르도 다양하고 추억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여행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보이는 모든 것이 예술품이다.
그래서 따로 전시를 보기 위해 돈을 들이지 않아도 안팎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미술관 입구에서는 아련한 노랫소리가 들린다. 철로 만든 사람 모양의 작품에서 노래를 부른다. 그저 음을 흥얼거리는 정도지만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사진설명 : 현대미술관 정원에는 예술과 놀이가 공존한다]

입구 왼편에는 넓은 잔디밭과 다양한 조형 작품이 전시됐다.
갇힌 미술관이 아닌 툭 트인 미술관이다. 오른쪽 연못의 어른 팔뚝보다 큰 잉어도 일반적으로 볼 수 없는 ‘작품’이다.

지금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3가지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3가지 전시를 모두 보는데 드는 돈은 단돈 8000원. 8000원으로 예술적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상설 전시와 어린이 미술관 등도 이용할 수 있어 더 좋다.
[사진설명 : 미술관 입구 나무로 된 조형물에 싹이 자란다. 이 또한 작품이다]

■ 아시아 이주 작가 작품 ‘아리랑꽃씨전’
9월2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아리랑 꽃씨-아시아 이주 작가’전이 열린다.

한인작가 31명의 회화, 조각, 사진, 설치 등 작품 180여점이 전시되는데,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아리랑 꽃씨’는 척박한 땅에서도 당당히 삶의 터전을 일구어간 한인작가들의 삶과 예술세계를 반영한다.
[사진설명 : 옛날, 거리의 서점. 만화 앞에서 발길을 뗄 줄 모르는 아이]

전시장에는 1800년대 중반부터 1948년 정부수립 이전까지 일본, 중국, 독립국가연합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이주자와 그 후손들의 작품이 걸린다. 가난과 식민지 생활을 피해 긴 여정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정착한 이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사진설명 : 서용선 작가전-‘숙대 입구’]

■ ‘올해의 작가’ 서용선전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하는 ‘2009년 올해의 작가-서용선전’이 내달 20일까지 열린다. 지난 20년간의 작품 활동을 망라한 작가 서용선씨는 이번 전시를 통해 세조의 단종 왕위 찬탈사건인 계유정란을 비롯한 역사적 소재를 그린 역사시리즈와 현대인의 실존, 인간소외를 표현한 도시시리즈 등 50여점의 회화를 선보인다.

1986년 무렵 강원도 여행 중 동강과 서강이 만나는 청령포에 들른 작가는 유장한 물의 흐름과 단종의 비극적 삶이 마음에 와닿아 계유정란을 소재로 한 역사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사진설명 : 아리랑 꽃씨전-백령 ‘이 아이의 아비를 돌려 달라’]

그리고 역사화의 소재는 이밖에 임오군란, 한국전쟁, 포로수용소, 휴전선 등으로 확장된다. 나아가 요즘에는 선사시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치우천황이나 마고할미 같은 신화 속 인물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작가의 또 다른 관심사는 도시의 삶이다. 청계천, 지하철 숙대입구역 등을 그린 회화에서는 현대인의 고독과 불안, 피곤이 묻어난다.
[사진설명 : 한국만화전에는 사람들의 추억이 숨쉰다]

■ 우리의 만화 역사를 한눈에, ‘만화, 한국만화100년’
‘한국만화 100년’을 조망하고 미래의 지평을 제시하는 기획전시 ‘만화, 한국만화100년’도 흥미롭다.

격동의 한국 현대사와 함께 호흡하며 만화로 역사를 직접 겪어온 초기 만화가들의 만화부터, 당대의 거대한 흐름 및 산업 구조 속에서 새로운 이미지로 변화를 거듭하는 현대만화의 다양성까지, 한국만화 100년의 시대적 변모를 살펴보게 된다.
[사진설명 : 한국만화 100년-길창덕 ‘꺼벙이’]

한국만화의 각 시대를 대표하는 250여명의 작품 1500여점과 만화적 감성과 상상력으로 작업하는 현대미술 작품 60여점이 전시된다. 오는 23일까지 진행된다.
[사진설명 : 어린이미술관. 아이들이 직접 그림을 그려 붙일 수 있도록 해 아이들의 흥미를 자아낸다]

특히 만화 전시는 어른과 아이들이 한데 아우를 수 있는 전시라 찾는 이들이 많았다.

옛날 순정만화를 보며 추억에 잠기는 지금은 아줌마가 된 친구와 “어? 만화 ‘궁’ 보니까 주지훈이랑 윤은혜 생각난다” 큰소리로 외치는 여고생, 태권브이 노래를 흥얼거리던 아저씨, 웹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던 대학생 커플까지 저마다 만화와 관련된 추억을 떠올리는 모습은 미술관이 우리 삶과 그리 멀지 않은 재미난 곳이라는 생각을 다시한번 되새기게 했다.

[글ㆍ사진 :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cmh@sgse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