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용인 교통박물관ㆍ호암미술관

용인 교통박물관ㆍ호암미술관

by 운영자 2009.08.28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
속속 아이들의 방학이 끝나간다.

혹 이번 방학도 학원에서 학원으로, 집으로, 텔레비전 앞으로, 컴퓨터 게임 앞으로만 종종 거리며 오가지는 않았는지. 밖은 초록 여름이 한가운데 와있는데, 에어컨 바람 앞에서 계절을 모른 채 살지는 않았는지. 동물원의 동물마냥 가엾게 그저 ‘밖’을 동경하지만은 않았는지.

서서히 여름이 물러가고 있다. 조금만 더 지나면 초록도 빛을 잃고 바래갈 것이다. 초록이 짙푸른 곳으로 느리게 걷자. 내리 초록만 있는 곳을 지겨울 수도 있겠다. 초록 세상 위에 볼거리, 쉴거리가 많은 곳이면 좋겠다.

용인 호암미술관과 교통박물관이 바로 그런 곳이다. 에버랜드 놀이기구에 가려 호암미술관과 교통박물관을 지나쳐 그냥 돌아왔다면 꼭 한번 들러보라. 드넓게 펼쳐진 초록 위에 온갖 종류의 자동차와 예술품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미술관 옆 정원, 정원 옆 자동차
호암미술관ㆍ교통박물관서 한나절 놀기

‘에버랜드 옆에 이런 곳이?’ 하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아이들 좋아하는 놀이기구만 타고 이내 차를 돌려버렸으면 말이다. 에버랜드는 가도, 자동차로 5분 거리인 호암미술관은 안 간다. 그래서 더 조용하고 한적하다. 그래서 더더욱 나만 알고 싶은 공간.

■ 미술관과 정원, 느리게 걸으며 즐기기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은 1982년 개관한 국내 최대의 사립미술관. 삼성그룹의 창설자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생전에 수집한 1만5000여점의 한국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

이중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만도 100점을 넘는다. 가야와 신라시대의 금관, 진사기법을 이용한 13세기 고려청자, 고려의 유물적 상징 상감청자, 그리고 정선, 김홍도의 산수화와 민속화를 볼 수 있다.

미술관 안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돼 있어 하나하나 작품들을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
호암미술관은 미술관 말고도 우리의 전통 정원을 만날 수 있다. 호암미술관 앞마당인 ‘희원’은 전통 정원이다.

미술관과 희원을 합쳐 2만여평. 깊숙이 들어갈수록 숨겨놓은 공간이 하나씩 나타난다. 돌장승 벅수가 나무인 양 서 있는 대나무길이 예쁘다. 프랑스 조각가 부르델의 작품 9점을 모아놓은 부르델 정원은 미술관의 자랑거리.
희원 앞 호숫가는 쉬기 그만인 공간. 도시락 먹고 책 읽을 수 있게 돌탁자와 의자도 만들어 놓았다. 험상궂거나 우스꽝스러운 석상들을 따라 잔디밭도 넓게 펼쳐진다.

호숫가 큰 나무에는 백로 떼가 둥지를 틀고, 가끔씩 호수면 위를 날렵하게 비행한다. 아침부터 저녁에 이르기까지 햇살에 반짝이는 물빛이 시시각각 달라 보인다. 담의 문양 하나, 기와 하나, 이름 모를 야생화 하나가 그렇게 정겨울 수 없다.

작은 구릉이 이어진 잔디밭 사이를 걸으면 심심찮게 공작새를 만날 수 있다. 동화에서나 만났던 공작이 코앞에서 우아하게 걸어다니는 것이 신기하다. 사람들 앞에서도, 카메라를 들이대도 절대 피하거나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이 왜 공작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희원의 중심지인 주정은 자연미를 그대로 살린 한국 전통 정원의 모습이 펼쳐진다. 들어서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한 가운데에 연못과 둘레에 정자, 석등(石燈), 석불(石佛)과 나무들이 있다. 법연지(法蓮池)를 중심으로 널따랗게 조성된 1200평 규모가 눈을 시원하게 한다. 연못에는 지금 연꽃이 한창이나 분홍빛 고운 연꽃은 참 복스럽게도 피었다.

희원은 한국 전통정원의 멋을 보여주기 위해 지난 97년 개원했다. 우리 정원은 인공적인 맛이 강한 일본정원과도 다르고, 중국 정원의 웅장함과도 다르다. 친근함과 자연스러움이 부족한 유럽식 정원과도 구분된다. 우리 정원은 자연을 향한 인간의 사랑이 구석구석 녹아들어 있다.
■ 세계의 자동차가 이곳에
사실인지 떠도는 소문인지는 모르지만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유독 자동차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호암미술관과 그리 멀지 않은 삼성화재교통박물관에는 세계의 온갖 차들이 즐비해 있다.

박물관 입구 오른쪽에는 아이들이 실제 신호등과 건널목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눈에 띈다. 실제와 똑같이 신호등, 건널목, 기찻길 등이 있어 아이들의 교육장으로도 좋겠다.

차를 주차하고 박물관으로 들어서는 길, 은색의 자동차가 둘러섰다. 작가 백남준의 자동차 작품을 전시해둔 것. 안으로 들어가면 정말 자동차 천국이다.
1880년 후반 독일의 벤츠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부터 다양한 모양과 색의 세계 각국의 차들이 가득하다. 저마다 다른 모양과 색의 자동차는 거리의 자동차와는 또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특히 그저 자동차 모양뿐만 아니라 자동차의 내부 구조 등을 그대로 보여준 전시도 눈길을 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남자 아이들은 이것저것 질문을 하며 한동안 떠날 줄을 모른다. 교통박물관 밖은 드넓은 잔디와 분수가 있어 아이들이 뛰어놀기에도 그만이다.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