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고창 공음 메밀밭, 뚜라 조각공원

고창 공음 메밀밭, 뚜라 조각공원

by 운영자 2009.09.18

메밀밭에서 놀다, 조각공원 걷다

가을, 고창에 와서 ‘꽃무릇’만 홀랑 보고 가는 것만큼 아쉬운 것이 없다. 고창은 지금 새하얀 메밀꽃으로 물들었다.

메밀꽃은 가을을 여는 꽃 중 하나. 기러기가 날아오고, 제비가 돌아간다는 백로(白露·9월7일) 즈음이면 하얀 메밀꽃이 지천으로 피기 시작한다. 새끼손톱보다 작은 꽃송이로 뒤덮인 메밀밭. 가을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곳이다.

■ 달빛 아래 서면 숨막힐 듯, 공음 메밀꽃밭
<내마음 지쳐 시들 때 호젓이 찾아가는 메밀꽃밭 / 슴슴한 눈물도 씻어내리고 / 달빛 요염한 정령들이 더운 피의 심장도 / 말갛게 씻어 준다 / 그냥 형체도 모양도 없이 산비탈에 엎질러져서 / 둥둥 떠내려오는 소금밭 / 아리도록 저린 향내 / 먼 산 처마 끝 등불도 쇠소리를 내며/흐르는 소리…>- 송수권 ‘메밀꽃밭’ -

밀려오는 수입산 때문에 농부들이 돈 안 되는 메밀농사를 접었지만 지금 고창 공음 학원농장에 가면 지천에 활짝 핀 메밀꽃밭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더 소중하고 귀한 메밀꽃.

메밀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9월이면 공음 들녘은 솜구름이 깔린 듯 환하다. 메밀밭 사이로 난 고랑길. 구름을 뚫고 걷는 것처럼 기분 좋은 꽃길이다.

학원농장은 나즈막한 구릉지대이다. 구릉밭 너머에 산이 없고 밭고랑이 하늘을 이고 있다. 땅과 하늘이 만나는 공제선에 흰 꽃송이들이 구름처럼 떠 있다. 쪽빛 하늘과 순백의 꽃송이가 대조를 이룬다.
드넓은 밭고랑에선 소나무나 수숫대도 이정표가 된다. 실은 메밀꽃은 한 송이만 떼놓고 보면 초라한 편이다. 쌀 튀밥이나 팝콘처럼 터진 꽃잎. 하지만 이런 깨알 같은 꽃송이들이 모여 황토를 뒤덮고 있는 모습은 세상 어느 정원의 꽃밭에 비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다.

독한 여름 볕을 이겨내고 세상을 환하게 뒤바꾼 가을 메밀꽃. 메밀꽃처럼 가을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 시골 한복판에서 만나는 조각, 뚜라 조각공원
소문을 들었다. 도시도 아니고 시골 한복판에 조각공원이 있다는 소문을. 언젠가 고창에 들르면 꼭 가봐야지 했는데, 그날이 마침 오늘이다.

내비게이션에 ‘뚜라 조각공원’이라 치고 길을 따라 운전한다. 헌데 길을 점점 깊어지고 좁아진다. 잘못 찾은 것이 아닌지 몇 번을 살펴봐도 내비게이션을 잘 따라 가고 있다.

웃자란 풀들이 길 너비를 가늠할 수 없게 한다. 아닌가, 조바심이 날 때쯤 이정표가 보인다. 저 멀리 아이들 서넛이 뛰며 놀고 있다. 드넓은 평야에는 곡식들이 익어간다.
뚜라조각공원은 동학혁명의 전봉준 장군 생가터 바로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다. 입구의 여자 조각상이 맞는다. 들어서면 ‘입장료 성의껏’이라는 푯말이 눈에 띈다. 이래서 얼마나 벌까 싶다.

입구에 서서 빙 둘러보니 조각상들이 꽤 많다. 하지만 풀이 웃자라 걷기에 조금 불편하다. 일부러 이곳을 보러 찾아온 이들에겐 실망이지 싶다. 찬찬히 둘러본다.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하트, 뽀뽀를 하려는 듯 마주한 남녀조각상 등 얼핏 봐도 100여개는 되어 보인다.
특히 ‘가치관의 혼란’이라는 작품이 눈에 띈다.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 이의 괴로운 표정이 잘 느껴진다. 이곳의 독특한 이름은 이탈리아어로 ‘조각’을 뜻하는 ‘스쿨뚜라’라는 단어에서 앞의 ‘스쿨’이라는 글자를 없애고 ‘뚜라’라는 글자만 차용하여 지은 것.

고창 출신 조각가 부부가 조성한 조각공원이다. 잔디밭과 풀밭 곳곳에 설치된 크고 작은 조형물들은 철재·석재·흙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졌으며, 해학과 풍자가 흐르는 작품도 간혹 보이지만 대개는 고뇌하는 인물 군상을 표현하는 작품들이다.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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