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광주 용봉동 ‘디자인비엔날레’

광주 용봉동 ‘디자인비엔날레’

by 운영자 2009.10.09

재미나고 기발해 ‘더할 나위 없는’

회화, 조각, 판화…. ‘미술은 그저 난해한 것’이라 여기는 이들도 ‘디자인’은 재미나게 여긴다. 손목에만 찼던 시계가 목걸이로 발상 전환을 하고, 거실 슬리퍼에 술을 달아 청소용 슬리퍼로 변신하는 등 디자인은 이처럼 무궁무진하고 또 재미나다.

어디 그뿐인가. 세숫대야, 놋그릇, 연탄화덕, 대바구니, 키, 죽부인, 빗자루 등 익숙하고 그래서 그냥 지나쳤던 생활 속 ‘디자인용품’들도 이곳에는 널리고 깔렸다.

평상시라면 ‘디자인’이라고 여기지도 않았을 일상 속 생활용품들은 유학파의 디자이너가 만들었을리 만무하고, ‘멋있게’ 만들려는 노력도 덜 했을 것이다. 그저 생활에 유용하고 편리하게 쓰이고자 했던 이름 모를 작가와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이곳에서는 떡하니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디자인이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좋은 증거.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골치가 아프지 않고, 난해하지 않고, 그래서 누구라도 들러볼 수 있는 까닭이 바로 이것이다.
가을, 디자인의 바다에 빠지다
온 가족과 함께 보는 ‘디자인’,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광주 용봉동 비엔날레관에서 진행되는 ‘디자인비엔날레’는 익숙하고, 재미나고, 기발한 디자인들이 모였다.

‘The Clue - 더할 나위 없는’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전시회는 '한국적인 미(美) 속에 감춰진 아름다움을 디자인한다'는 주최 측의 말처럼 전통과 현대, 한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이 조화를 이뤘다.

한복과 한글, 소쇄원 등 한국적 디자인을 소재로, 국내외 작가들이 나름의 상상력을 동원했다.
이번 디자인비엔날레는 ‘옷, 맛, 집, 글, 소리’ 등 다섯 가지 주제로 구분, 전시관마다 주제별 한국만이 가진 ‘아름다움’을 재발견할 수 있는 전시물들로 가득하다.

■ ‘옷’ - 우리의 생명력 한복
옷은 몸을 보호하기 위한 일차적인 목적 이외에도 개인의 개성을 가장 간단하게 보여준다. 우리 옷 하면 떠오르는 한복. 배명진 큐레이터가 기획한 주제전 ‘옷’에서는 단조로운 디자인의 한복을 새롭게 해석하고 세계화를 모색한다.

‘천 개의 인형, 천 개의 한복’은 우리 옷의 주요 소재인 명주 누비와 갑사 등 다양한 무늬의 천으로 천개의 인형과 한복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하나쯤 슬쩍 집어오고 싶을 만큼 아기자기 귀엽다.

■ ‘맛’ - 우리의 원초적 본능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것은 우리의 본능. 그냥 나무 것이나 먹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몸에 건강하게 먹을 수 있을까 우리는 끊임없이 고민해왔다.이 주제전은 음식과 음식을 담는 그릇에 대한 디자인적 고민이 엿보인다.

특히 ‘맛’ 전시실은 냄새가 그득하다. 매콤한 고추 냄새, 향긋한 커피 향, 전시실 입구부터 코를 자극하는 냄새는 전시의 주제를 확실히 한다.
■ ‘집’ - 편히 쉬는
집은 안식과 휴식, 재충전의 공간이다. 그 안에서 가족과의 자잘한 일상이 진행되고, 또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담양 소쇄원을 주제로 세계 각국의 디자이너들이 꾸민 전시관은 우리 조상들의 집에 대한 철학이 보인다. 특히 ‘소쇄원’이라는 작품에는 실제 사람이 앉아 편안한 차림으로 책을 보고 있어 독특했다.

■ ‘글’ - 길이 남길 생각의 표현 수단
글은 생각을 기록하고 서로 소통하게 한다. 우리 글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주제전 ‘글’. 한글을 창시한 세종대왕(본명 이도)과 같은 이름을 쓰는 한글 디자이너 이도는 ‘특별한 글자, 한글’을 통해 훈민정음 해례본의 내용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해례본 33장 66면을 한 자리에 펼쳤다. 우리 한글이 얼마나 비주얼한 문자인지 한눈에 보면서 감탄할 수 있다.
■ ‘소리’
천장에 가야금, 거문고, 북, 생황 등을 매단 ‘소리’전에서는 우리 전통악기가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도 탁월했음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또 유성기에서 진공관식 축음기, 엠피쓰리(MP3)로 진화한 ‘소리통’의 변천사를 보여주고,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소리를 비교 분석해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전시장을 다 돌고 나면 ‘우리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단순한 구호가 아님을 피부 깊숙이 느낄 수 있다.

또 디자인이 그리 먼 것이 아닌 우리가 생활 속에서 늘 마주치는 볼펜, 휴대폰, 텔레비전, 식탁, 그릇, 신발 등 모든 것들이 ‘디자인’이라는 것, 그래서 친근하다는 것도 어느새 깨닫게 된다.

디자인비엔날레는 11월 4일까지 전시된다. 디자인비엔날레 홈페이지 http://www.design-biennale.org를 살펴보고 가면 표 할인, 셔틀버스 시간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순천광양교차로 / 최명희 기자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