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단풍처럼 나도 확 타불고 싶당게”
“저 단풍처럼 나도 확 타불고 싶당게”
by 운영자 2009.11.06
정읍 내장산 ‘바작바작’ 달아오른 단풍
비 오고 날 쌀쌀해지니 단풍이 짙어진다. 강원도 새빨간 단풍색이 남의 일만 같더니만 어느새 집 골목골목 단풍들이 물들어간다. 단풍이 들면 괜히 마음이 벌렁벌렁해진다.
봄꽃 보며 느껴지는 떨림과는 또 다르다. 봄꽃이 설렘이라면 가을 단풍은 이별의 아쉬움이다. 올해와도, 이 나무들과도 벌써 이별이구나 싶어 가슴이 쿵쾅댄다.
이렇게 밋밋하게 책상머리에 앉아 이별한 텐가. 나란히 앉아 눈 마주하고 이별해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비 올랑가? // 비 오고 나먼 단풍은 더 고울 턴디 / 산은 내 맘같이 바작바작 달아오를 턴디 / 큰일났네 … (중략) … 시방 저 단풍 보고는 가만히는 못 있겄는디 / 아, 이 맘이 시방 내 맘이 아니여! / 시방 이 맘이 내 맘이 아니랑게! // 거시기 뭐시냐 / 저 단풍나무 아래 / 나도 오만가지 색으로 물들어 갖고는 / 그리갖고는 그냥 뭐시냐 거시기 그리갖고는 그냥 / 확 타불고 싶당게 // 너를 생각하는 내 맘은 / 시방 짧은 가을빛에 바짝 마른 장작개비 같당게 // 나는 시방 / 바짝 마른 장작이여! 장작> - 김용택 ‘마른 장작’ -
비 오고 날 쌀쌀해지니 단풍이 짙어진다. 강원도 새빨간 단풍색이 남의 일만 같더니만 어느새 집 골목골목 단풍들이 물들어간다. 단풍이 들면 괜히 마음이 벌렁벌렁해진다.
봄꽃 보며 느껴지는 떨림과는 또 다르다. 봄꽃이 설렘이라면 가을 단풍은 이별의 아쉬움이다. 올해와도, 이 나무들과도 벌써 이별이구나 싶어 가슴이 쿵쾅댄다.
이렇게 밋밋하게 책상머리에 앉아 이별한 텐가. 나란히 앉아 눈 마주하고 이별해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비 올랑가? // 비 오고 나먼 단풍은 더 고울 턴디 / 산은 내 맘같이 바작바작 달아오를 턴디 / 큰일났네 … (중략) … 시방 저 단풍 보고는 가만히는 못 있겄는디 / 아, 이 맘이 시방 내 맘이 아니여! / 시방 이 맘이 내 맘이 아니랑게! // 거시기 뭐시냐 / 저 단풍나무 아래 / 나도 오만가지 색으로 물들어 갖고는 / 그리갖고는 그냥 뭐시냐 거시기 그리갖고는 그냥 / 확 타불고 싶당게 // 너를 생각하는 내 맘은 / 시방 짧은 가을빛에 바짝 마른 장작개비 같당게 // 나는 시방 / 바짝 마른 장작이여! 장작> - 김용택 ‘마른 장작’ -
온 천하, 온 마음 물들인 ‘단풍의 유혹’
“오메, 단풍 들었네”
단풍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와 색을 더한다. 꽃상투를 튼 듯, 강원 북부 고산지대의 산마루를 붉게 물들여 놓았던 단풍은 하루에 30~50미터씩 내려온다.
산마루 20%가 단풍으로 물들 때를 첫 단풍, 80%가 물들 때를 절정기로 보는데, 이번 주면 내장산의 단풍이 ‘절정’을 맞는다. 이 땅의 산줄기를 따라 이어진 단풍 릴레이가 클라이맥스다.
자연에는 ‘신록-단풍-절’의 법칙이 있다. 첫째, 신록이 좋아야 단풍이 곱다. 잎 넓은 나무들이 봄마다 새 잎을 틔우고, 가을엔 노랗게 빨갛게 물들여 떨구어낸다.
둘째, 그 길의 끝엔 하나같이 절이 있다. 절이 있어야 산 속에 길을 내고 닦고 가꾼다. 셋째, 그래서 신록과 단풍과 절은 하나의 세트처럼 움직인다. 정읍 내장산 내장사는 이 조건을 완벽하게 갖췄다.
“오메, 단풍 들었네”
단풍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와 색을 더한다. 꽃상투를 튼 듯, 강원 북부 고산지대의 산마루를 붉게 물들여 놓았던 단풍은 하루에 30~50미터씩 내려온다.
산마루 20%가 단풍으로 물들 때를 첫 단풍, 80%가 물들 때를 절정기로 보는데, 이번 주면 내장산의 단풍이 ‘절정’을 맞는다. 이 땅의 산줄기를 따라 이어진 단풍 릴레이가 클라이맥스다.
자연에는 ‘신록-단풍-절’의 법칙이 있다. 첫째, 신록이 좋아야 단풍이 곱다. 잎 넓은 나무들이 봄마다 새 잎을 틔우고, 가을엔 노랗게 빨갛게 물들여 떨구어낸다.
둘째, 그 길의 끝엔 하나같이 절이 있다. 절이 있어야 산 속에 길을 내고 닦고 가꾼다. 셋째, 그래서 신록과 단풍과 절은 하나의 세트처럼 움직인다. 정읍 내장산 내장사는 이 조건을 완벽하게 갖췄다.
‘마른 장작처럼’ 활활 타오른 단풍과 이별하러 떠난다. 정읍 내장산으로.
내장산은 단풍 명소로 이미 오래 전부터 이름이 났다. 평일 오후 느지막이 내장산을 찾았음에도 사람들이 ‘복작복작’ 댔다면 할 말 다 한 것 아닌가.
찾는 길도 쉽다. 내장산 나들목만 나오면 가는 길은 표지판도 잘 됐지만, 지금이라면 굳이 표지판을 찾지 않아도 된다. 이미 내장산을 찾아 나선 차들이 새벽부터 길게 늘어섰을 테니.
어렵게 주차장으로 들어선다. 여기서부터는 눈 둘 곳을 몰라 고개가 아프고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앞뒤 양옆으로 노랗게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을 하나하나 눈 맞추고 이별하려니 당연한 일 아닌가.
내장산은 단풍 명소로 이미 오래 전부터 이름이 났다. 평일 오후 느지막이 내장산을 찾았음에도 사람들이 ‘복작복작’ 댔다면 할 말 다 한 것 아닌가.
찾는 길도 쉽다. 내장산 나들목만 나오면 가는 길은 표지판도 잘 됐지만, 지금이라면 굳이 표지판을 찾지 않아도 된다. 이미 내장산을 찾아 나선 차들이 새벽부터 길게 늘어섰을 테니.
어렵게 주차장으로 들어선다. 여기서부터는 눈 둘 곳을 몰라 고개가 아프고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앞뒤 양옆으로 노랗게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을 하나하나 눈 맞추고 이별하려니 당연한 일 아닌가.
주차장을 나와 매표소를 지나면 단풍 터널에 들어서게 된다. 매표소를 지나면 오른편에 내장사 입구까지 운행되는 ‘단풍열차’를 탈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아주 힘든 정도가 아니라면 열차를 타지 않는 것을 권한다. 내장사까지 걸어 20여분쯤인데 그 짧은 시간에 마주할 단풍 풍경이 황홀하다.
구불하게 뚫린 길 양옆으로 빨간 터널처럼 단풍이 우거진다. “와, 예쁘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헌데 내장산 단풍은 왜 그리도 유명할까?
구불하게 뚫린 길 양옆으로 빨간 터널처럼 단풍이 우거진다. “와, 예쁘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헌데 내장산 단풍은 왜 그리도 유명할까?
그건 바로 우리나라에서 단풍나무의 종류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단풍나무, 내장단풍, 아기단풍, 당단풍, 좁은단풍, 털참단풍, 중국단풍, 네군도단풍 등 모두 10여종이 넘는 단풍나무가 섞여 있다. 샛노랑부터 핏빛까지 다양한 단풍에 현기증이 날 정도.
저기 천왕문이 보인다. 붉은 단풍과 노란 단풍이 흐드러지고 주황빛으로 익어가는 감도 넉넉하다. 나무에 달린 단풍뿐 아니라 바닥에 우수수 떨어진 단풍이 노랗고 빨간 카펫이 됐다.
사람들은 눈으로만 그 모습을 담기 아쉬워 사진 찍기에 바쁘다. 연못에도 단풍이 들었다. 바람에 ‘땡 땡’ 맑은 소리를 내는 풍경 소리도 아름답다.
현기증 날만큼 아름다운 단풍들 박수 소리를 따라 정혜루를 지나면 대웅전이 덩그러니 펼쳐진다. 목적이 ‘단풍’이었던 만큼 내장사 절 안보다 단풍 빛깔에 절로 눈이 움직인다.
저기 천왕문이 보인다. 붉은 단풍과 노란 단풍이 흐드러지고 주황빛으로 익어가는 감도 넉넉하다. 나무에 달린 단풍뿐 아니라 바닥에 우수수 떨어진 단풍이 노랗고 빨간 카펫이 됐다.
사람들은 눈으로만 그 모습을 담기 아쉬워 사진 찍기에 바쁘다. 연못에도 단풍이 들었다. 바람에 ‘땡 땡’ 맑은 소리를 내는 풍경 소리도 아름답다.
현기증 날만큼 아름다운 단풍들 박수 소리를 따라 정혜루를 지나면 대웅전이 덩그러니 펼쳐진다. 목적이 ‘단풍’이었던 만큼 내장사 절 안보다 단풍 빛깔에 절로 눈이 움직인다.
모두 행복에 겨운 표정이다. 산 아래서의 근심 걱정이 이곳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고운 단풍 빛깔에 모두 흠뻑 취했다.
좀더 힘이 난다면, 더 단풍을 즐기고 싶다면 절 오른편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내장산 등산길에 오를 수도 있다. 내장산 일주문 앞에서 연자봉 중턱까지 케이블카도 운행된다.
하지만 요즘 같은 단풍 절정기에는 참을 인 가슴에 새겨가며 1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탈 수 있다.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 ]
내장산 | 전라북도 정읍시 내장동 590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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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 ]
내장산 | 전라북도 정읍시 내장동 590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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