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또 하루 멀어져간다
가을, 또 하루 멀어져간다
by 운영자 2009.11.13
화순 만연산 자락에서 가을 느끼기
하늘, 잔뜩 흐리더니 결국에는 후두둑 후두둑 빗방울을 토해내고야 맙니다. 차에 가방을 두고 와 나가보니 어느새 비바람에 단풍이 떨어져 차 유리창에 몇 개 가을을 떨어뜨려 두었습니다.
가을, 하도 가물어 비가 반갑기는 하지만 이 비 그치면 어느새 단풍은 낙엽이 되고 말겠지요? 나뭇잎에 매달려 마지막 붉은 기운 토해내던 것이 비바람에 시달리다 결국은 ‘툭’ 땅에 떨어져 그렇게 끝이 나고 말겠지요?
오늘이 지나면 정말 영영 단풍과 이별일 것 같아, 빗속에도 길을 나섭니다. 비 덕에 더 선명해진 세상에서 단풍은 마지막 정염을 뿜어낼 겁니다. 아쉬운대로 소복하게 쌓인 단풍 낙엽이라도 밟아봐야 이 가을이 아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가을, 또 하루 멀어져 갑니다. 머물러있을 거라 생각은 안했지만 어찌 이리도 빠른지, 이 비가 참 야속하기만 합니다. 화순 만연산으로 갑니다. 가을 밟으러 가는 길, 늦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늘, 잔뜩 흐리더니 결국에는 후두둑 후두둑 빗방울을 토해내고야 맙니다. 차에 가방을 두고 와 나가보니 어느새 비바람에 단풍이 떨어져 차 유리창에 몇 개 가을을 떨어뜨려 두었습니다.
가을, 하도 가물어 비가 반갑기는 하지만 이 비 그치면 어느새 단풍은 낙엽이 되고 말겠지요? 나뭇잎에 매달려 마지막 붉은 기운 토해내던 것이 비바람에 시달리다 결국은 ‘툭’ 땅에 떨어져 그렇게 끝이 나고 말겠지요?
오늘이 지나면 정말 영영 단풍과 이별일 것 같아, 빗속에도 길을 나섭니다. 비 덕에 더 선명해진 세상에서 단풍은 마지막 정염을 뿜어낼 겁니다. 아쉬운대로 소복하게 쌓인 단풍 낙엽이라도 밟아봐야 이 가을이 아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가을, 또 하루 멀어져 갑니다. 머물러있을 거라 생각은 안했지만 어찌 이리도 빠른지, 이 비가 참 야속하기만 합니다. 화순 만연산으로 갑니다. 가을 밟으러 가는 길, 늦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안개비 뿌연 화순 만연사의 아침
빗속 낙엽길 따라 저무는 가을
혼자만 가만 아는, 아무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고, 나만 ‘꼼쳐두고 싶은’ 곳이 혹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이 계절, 가을에는 화순읍 만연사 오르는 길이 그렇습니다. 포장이 잘 돼 있어 말끔한 길 양옆으로 은행나무가 주르르 심어졌는데,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이며, 바닥에 와르르 떨어져버린 모습도 놓칠 수 없는 풍경입니다. 세상에 그렇게 예쁘게 노란 색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빗속 낙엽길 따라 저무는 가을
혼자만 가만 아는, 아무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고, 나만 ‘꼼쳐두고 싶은’ 곳이 혹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이 계절, 가을에는 화순읍 만연사 오르는 길이 그렇습니다. 포장이 잘 돼 있어 말끔한 길 양옆으로 은행나무가 주르르 심어졌는데,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이며, 바닥에 와르르 떨어져버린 모습도 놓칠 수 없는 풍경입니다. 세상에 그렇게 예쁘게 노란 색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길 왼쪽으로 난 연못 만연지도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물빛이 맑은 것은 물론이고, 앞산을 울긋불긋 물들인 단풍도 장관입니다. 무엇보다 이 좋은 곳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차를 두고 새로 지어진 오두막에 앉습니다. 비 때문에 조금 춥기는 하지만 가슴 저 바닥까지 뚫리는 맑은 공기가 더 좋아, 밖으로 나옵니다.
완만하게 굽은 길에는 노랗게 은행잎이 달린 은행나무가 줄을 맞췄고 맞은편에는 숨죽여 물도 흐릅니다. 나무마다 조금씩 다른 색으로 물들어가는 모습도 감탄사를 자아냅니다.
차를 두고 새로 지어진 오두막에 앉습니다. 비 때문에 조금 춥기는 하지만 가슴 저 바닥까지 뚫리는 맑은 공기가 더 좋아, 밖으로 나옵니다.
완만하게 굽은 길에는 노랗게 은행잎이 달린 은행나무가 줄을 맞췄고 맞은편에는 숨죽여 물도 흐릅니다. 나무마다 조금씩 다른 색으로 물들어가는 모습도 감탄사를 자아냅니다.
바람이 한 차례 불자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져 내립니다. ‘어머, 어머, 어머’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저 나뭇잎이 다 떨어지면 겨울이 올 테지요? 세상 모든 것이 제 색을 잃고 삭막해지는 겨울 말입니다. 그러다 문든 시 한편이 떠오릅니다.
<낙엽은 / 나에게 살아 있는 고마움을 새롭게 해주고 / 주어진 시간들을 / 얼마나 알뜰하게 써야 할지 깨우쳐 준다 // 낙엽은 / 나에게 날마다 / 죽음을 예비하며 살라고 넌지시 일러준다 // 이승의 큰 가지 끝에서 / 내가 한 장 낙엽으로 떨어져 / 누울 날은 언제일까 헤아려 보게 한다 //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 내 사랑의 나무에서 / 날마다 조금씩 떨어져 나가는 / 나의 시간들을 좀더 의식하고 살아야겠다> - 이해인 ‘낙엽’ -
겨울을 재촉한다고 미워만 했던 낙엽이 이렇게 귀한 뜻을 전달하다니요. 귀한 시간들 허투루 살지 말라고, 춤추듯 떨어져 내리는 낙엽이 말해주는 듯합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마냥 앉아있을 수는 없습니다. 내친 김에 만연산도 좀 오르고, 만연사에도 들를 생각입니다.
<낙엽은 / 나에게 살아 있는 고마움을 새롭게 해주고 / 주어진 시간들을 / 얼마나 알뜰하게 써야 할지 깨우쳐 준다 // 낙엽은 / 나에게 날마다 / 죽음을 예비하며 살라고 넌지시 일러준다 // 이승의 큰 가지 끝에서 / 내가 한 장 낙엽으로 떨어져 / 누울 날은 언제일까 헤아려 보게 한다 //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 내 사랑의 나무에서 / 날마다 조금씩 떨어져 나가는 / 나의 시간들을 좀더 의식하고 살아야겠다> - 이해인 ‘낙엽’ -
겨울을 재촉한다고 미워만 했던 낙엽이 이렇게 귀한 뜻을 전달하다니요. 귀한 시간들 허투루 살지 말라고, 춤추듯 떨어져 내리는 낙엽이 말해주는 듯합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마냥 앉아있을 수는 없습니다. 내친 김에 만연산도 좀 오르고, 만연사에도 들를 생각입니다.
우산 하나를 들고 산에 오릅니다. 지난해 개장한 삼림욕장이 반깁니다. 봄여름가을 색색의 꽃을 피우던 이곳에도 어느새 겨울이 다가왔나 봅니다.
쑥쑥 키를 자랑했던 풀이며 꽃들이 크기를 멈추고 내년을 준비합니다. 북적이던 사람들도 없고, 사람들 엉덩이를 묵묵히 받아들였던 의자에는 이제 낙엽이 쌓여갑니다.
비 젖은 낙엽 때문에 길이 산길이 미끄럽습니다. 비가 제법 많이 내리네요. 혼자 하는 빗길 산행이 위험한 듯싶어 아쉬운 대로 내려와 만연사로 향합니다.
“와!”
지금 만연사는 감탄사가 절로 터집니다. 빠알간 단풍이 익을 대로 익었고, 먼지를 씻어낸 절은 더 선명합니다.
절 오른편, 낙엽을 쓰는 행자 한분이 “만연사 낙엽은 혼자 보기 아까워요” 하십니다.
1208년 지어진 만연사는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꽤 큰 절입니다.
일주문을 지나 대웅전으로 향합니다. 대웅전 오른편에 달린 분홍 연꽃등이 마치 꽃이 핀 듯 환합니다. 키가 훌쩍 큰 감나무에는 주홍빛 감이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산사가 고즈넉합니다.
쑥쑥 키를 자랑했던 풀이며 꽃들이 크기를 멈추고 내년을 준비합니다. 북적이던 사람들도 없고, 사람들 엉덩이를 묵묵히 받아들였던 의자에는 이제 낙엽이 쌓여갑니다.
비 젖은 낙엽 때문에 길이 산길이 미끄럽습니다. 비가 제법 많이 내리네요. 혼자 하는 빗길 산행이 위험한 듯싶어 아쉬운 대로 내려와 만연사로 향합니다.
“와!”
지금 만연사는 감탄사가 절로 터집니다. 빠알간 단풍이 익을 대로 익었고, 먼지를 씻어낸 절은 더 선명합니다.
절 오른편, 낙엽을 쓰는 행자 한분이 “만연사 낙엽은 혼자 보기 아까워요” 하십니다.
1208년 지어진 만연사는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꽤 큰 절입니다.
일주문을 지나 대웅전으로 향합니다. 대웅전 오른편에 달린 분홍 연꽃등이 마치 꽃이 핀 듯 환합니다. 키가 훌쩍 큰 감나무에는 주홍빛 감이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산사가 고즈넉합니다.
멀어져 가는 가을이 아쉬운 것은 스님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입니다. 나무 아래 의자 두 개가 덩그라니 놓여 앞산의 단풍 구경하기 그만입니다.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
만연사 | 전라남도 화순군 화순읍 동구리 179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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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사 | 전라남도 화순군 화순읍 동구리 179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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