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바다가 코앞에, 부산 바닷길 산책

바다가 코앞에, 부산 바닷길 산책

by 운영자 2009.12.11

걸어서 바다 한 바퀴, 생각 한 바퀴

<시를 쓴다는 것이 / 더구나 나를 뒤돌아본다는 것이 / 싫었다 /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 나였다 / 다시는 세월에 대해 말하지 말자 / 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 / 새에 대해 / 나는 꿈꾸어선 안 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 죽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 나는 두려웠다 / 다시는 묻지 말자 /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 저 세월들을 /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 새는 날아가면서 /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 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 / 이미 죽은 새다> -류시화 ‘새는 날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책상에 가만히 앉아 생각하는 일이 잦아졌다. 달력 위 표기에 불과하더라도 한해가 가고 있다. ‘고개를 꺾어 뒤를 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지만 삶은 그래야 조금이라도 좋아지고, 한발짝이라도 더 나아가지 않는가.

부산 바닷길을 걷는다. 생각도 한 바퀴 걷는다.
바다를 품은 절, 길, 사람
해동용궁사ㆍ동백섬 바닷길 걷기

바다.

내륙의 사람들은 ‘바다’라는 말에 환장을 한다. 입으로 ‘바다’라는 말을 내뱉기만 해도 가슴이 뛰고 눈앞에 드넓게 푸른 물이 펼쳐진다.

부산은 바다를 곁에 두고 있다. 때문에 언제고 조금만 걸어 나가면 바다를 볼 수 있다. 내륙 사람들에게는 늘 그리운 바다를 둘러두고 있는 곳.

■ ‘동백꽃’ 송송이 핀, 동백섬
조용필은 ‘꽃 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이라 노래했다. 겨울 초입, 헌데 정말 부산 동백섬에는 동백이 피었다. 겨울 초입 만나는 동백꽃이 반갑다.

부산 해운대 동백섬은 영화 ‘해운대’의 배경이 된 누리마루 APEC하우스를 끼고 도는 그림 같은 산책로다. 2006년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을 계기로 해운대 환경이 새롭게 조성되면서 이곳에 산책길이 만들어졌다. 실제 이 산책로를 산책하러 나온 현지인이 관광객보다 훨씬 많았다.

코스는 해운대 해변과 동백섬을 따라 도는 두 개가 있다.
해운대 해변 가로등을 따라서 잘 조성된 해변 산책로를 따라 걸어도 좋지만 운동도 할 겸 모래의 감촉을 느끼며 맨발로 걷는 촉감도 좋다. 하지만 쌀쌀한 바닷바람에 맨발이라면 그리 오래 걷지는 못할 것. 기분만 살짝 내보자.

동백섬 코스는 부산 달맞이 고개에서 이어지는 완만한 해운대 해수욕장 서쪽 끄트머리와 맞닿은 산책로는 광안대교의 화려한 자태가 키 큰 적송 숲 사이로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최치원이 새겼다는 암석의 글을 음미해 보기도 하고, 때로는 누리마루 APEC하우스를 지나 몇 바퀴 속보로 걷어 보는 것도 좋다. 어느 쪽으로 가든 툭 트인 바다를 질리도록 볼 수 있다.
■ 바다를 품은 절, 해동용궁사
보통은 산에 가야 절을 볼 수 있다. 헌데 이곳은 산이 아니라 바다에 가야 만날 수 있다. 해안에 자리한 ‘해동용궁사’는 바다가 바로 코앞이다.

툭 트인 이곳은 다른 수양이 필요 없겠다 싶다. 툭 트인 바다만 봐도 절로 마음이 드넓어질 듯. 경쾌한 파도소리와 조용한 절의 불경소리는 어울리지 않을 듯 어울려 귓가를 맴돈다.
바다를 품은 해동용궁사는 그 절경 탓에 찾는 이가 많다. 평일 오후, 주차장은 어느새 만원이다. 용궁사는 다른 절과 달리 ‘말’을 하는 것만 같다. ‘소원은 꼭 이루는 해동용궁사’ ‘진실한 마음으로 기도하면 큰 사고를 면합니다’ 등등 절 곳곳에 글이 많이 적혀 있다. 다른 절과 구별되는 점이다.
12지신이 세워진 석상을 지나면 ‘용궁’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아래로 파인 굴을 지난다. 왠지 모르게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108계단에 들어서 내려가다 보면 득남불이 보인다. 만지면 아들을 낳게 해 준다는 득남불의 둥근 배는 아들 바라는 이들의 손을 타 까맣고 만질만질하게 윤이 났다.

대웅전 뜰을 지나 계단을 몇 걸음 올라가면 해수관음대불을 만날 수 있다. 입구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해동용궁사’에서 볼 수 있듯, 꼭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바로 그 불상이다. 바다를 굽어 살피듯 용궁사에서 가장 높은 곳에 터를 잡고 있다. 사람들이 불상 주위를 돈다. 몸가짐마저 조심스러워 보인다.
몸아픈 이들이 병을 맡기고 간다는 약사여래불과 해가 제일 먼저 뜬다는 일출암, 해변산책길로 통하는 방생터, 바다를 바로 앞에 둔 4사자 3층석탑도 놓치기에 아깝다.

[순천광양 교차로 최명희 기자. / cmh@sgsee.com ]

동백섬-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중동

용궁사-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시랑리 4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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