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대구 방천시장 ‘김광석 다시 그리기’

대구 방천시장 ‘김광석 다시 그리기’

by 운영자 2011.10.07

준비물은 운동화 한 켤레 그리고 음악

기숙사 앞 잔디 위, 달빛은 깊고 그 아래 둘러앉은 우리는 달큰하게 취했다.

소주병이 나뒹굴고 새우깡도 거의 떨어져간다. 그리고 들리는 나지막한 노랫소리.
“그녀가 처음 울던 날 난 너무 깜짝 놀랐네. 그녀의 고운 얼굴 가득히 눈물로 얼룩이 졌네” 김광석의 노래가 그토록 아름답다고 느낀 것은 대학교 1학년 가을이었다. 기숙사 앞 잔디에 모여 소주를 기울이던 어느 가을밤, 그날의 청량한 공기는 선배의 기타와 김광석의 노래가사와 참 잘 어울렸다.

해마다 10월이면 김광석의 노래를 찾아 듣는다. 밤이 깊어지면 더 좋고 날이 쨍해도 좋다.

가벼운 운동화 한 켤레와 김광석의 노래 몇 곡이면 가을은 풍성해진다.

김광석의 고향 대구에는 김광석을 느낄 수 있는 길이 있다. MP3에 김광석 노래를 가득 넣고 떠나자. 준비물은 오직 그것뿐이다.


골목골목 그리운, 아름다운 그 얼굴 그 노래
대구, 김광석 노래 따라
늦더위가 가고 가을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10월.
주위에서는 벌써부터 ‘가을 탄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가을을 탄다는 건 아무래도 ‘쓸쓸하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열정으로 뜨겁던 여름이 지나, 만물이 색을 지워가고 잎을 떨구는 가을은 스산하다.

가을 고독을 즐기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가벼운 운동화 한 켤레, MP3에는 좋아하는 음악이면 된다.

가을과 어울리는 음악은 뭐가 있을까. 저마다 다른 음악을 꼽겠지만 김광석의 노래만한 것이 또 없을 듯하다.

맑으면서도 슬픔이 밴 김광석의 노래는 그에 대한 그리움과 겹쳐 가을과 썩 잘 어울린다.

대구 중구의 방천시장은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며 걸으면 가을 정취가 두 배로 깊어진다.

1996년 1월 세상을 떠난 가수 김광석의 삶과 음악 이야기가 고스란히 방천시장으로 옮겨갔다.

대구는 김광석이 태어난 곳. 특히 방천시장이 위치한 대봉동은 그가 태어난 동이다.
그 를 기리기 위해 지난해 대구광역시는 대봉동 방천시장의 둑길(길이 130m)에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 만들었다.

그림 벽화는 김광석의 모습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담으려고 한 노력이 보인다.

애잔하면서도 서정적인 가사는 물론 그의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그림과 조형으로 표현했다.

방천시장으로 들어서면 ‘방천시장 골목여행’이라는 표지판을 볼 수 있다. 이곳을 따라가면 길게 이어진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을 만날 수 있다.

가을볕이 곱게 드는 길에는 김광석의 이야기가 낮게 흐른다.차가 다니는 큰 길부터 훑자.
다리를 꼬고 앉아 기타를 치고 있는 김광석의 동상은 밝게 웃고 있다. 배경으로 깔리는 김광석의 노래. 노래를 하면서만큼은 한없이 즐거웠던 그가 앉아 있다.

이곳은 ‘포토존’. 이곳에 들른 이들이 김광석 곁에 앉아 한동안 노래를 듣고 가는 곳이다.

그 길을 따라 가면 김광석의 많은 노래들을 만날 수 있다.

그저 노래가사나 앨범만 그려둔 것이 아니라 노래가사를 그림으로, 조형으로 재해석해뒀다.

노래 ‘이등병의 편지’ 옆에는 군번줄과 자물쇠를 걸어두게 해, 고무신과 군화를 거꾸로 신은 연인들이 없기를 기원하고 있다.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곡에는 노부부의 일상을 표현해뒀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애잔한지.

곳곳에 김광석의 표정을 담은 그림은 또 얼마나 생생한지 무심코 지나는 이들도 발길을 멈추게 할 정도다.

뿐만 아니다. 김광석이라는 예술가의 삶이 다시 그려진 방천시장에는 예술가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김광석 길은 그저 김광석으로만 끝나지 않고 다른 젊은 예술가들을 불러들인다.

음악과 미술 등의 예술이 어우러져 더욱 풍성해진다. 간판, 벽화, 플래카드 등 방천시장 곳곳에서도 예술은 행해지고 있다.
김광석 길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를 사랑하는 이들이 오늘도 벽에 그를 그린다.

“그대를 사랑했지만 그저 이렇게 멀리서 바라볼 뿐 다가설 수 없어….”

김광석의 노래가사처럼 이제 그를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지만 그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교차로신문사 / 최명희 기자 cmh@sgse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