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구례 산수유마을ㆍ지리산온천

구례 산수유마을ㆍ지리산온천

by 운영자 2011.12.09

붉은 산수유 열매 별처럼‘총총’
동장군님이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다가온다. 올 겨울 들어 가장 낮은 온도가 날마다 경신된다. 함박눈은 아니지만 진눈깨비도 흩뿌렸다. ‘진짜’ 겨울이 온 것이다. 누군가는 겨울 여행의 백미를 ‘스키’라고 하지만 진짜 겨울을 제대로 즐기는 여행은 따로 있다.

‘칙칙한’ 겨울, 나뭇가지 사이 아롱아롱 달린 산수유 붉은 열매를 하나둘 세며 온천욕을 즐기는 것. 초목들이 생기를 잃은 겨울, 빨갛게 매달린 산수유 열매는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뜨끈한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켜켜이 쌓인 피로가 싹 가신다. 어디 그뿐인가. 멀리 지리산 능선을 눈으로 따라 그려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지리산온천랜드는 구례군 산동면 산수유축제가 열리는 마을과 가까이 있다. 온천 가는 길에 산수유 열매도 보고 일석이조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운이 좋으면 산수유 열매를 수확하는 모습도 만날 수 있다.

‘노란’ 산수유꽃, 3계절 바뀌니 ‘붉은’ 열매
고와라, 겨울! 좋아라, 겨울!
3월 노랗게 피어, 가슴을 설레게 하더니 11월 붉게 열매 맺어 또 설레게 한다. 산수유 얘기다. 꽃으로 열매로 사계절 동안 2번이나 감동시키는 산수유는 선물이다. 11월 중순 열매 맺은 산수유 붉은 열매를 수확하느라 구례 산동 산수유마을은 분주하다. 급작스레 닥치는 겨울 한파는 열매를 무용지물로 만들기 때문에 마음은 더더욱 급하다.

탐스럽게 영근 산수유 열매는 늦가을과 겨울 사이 산동 땅에 지천으로 널렸다.

■ 구례 산동 산수유나무에 보석 열렸네

<밤사이 겨울비가 내리고 난 뒤에 산수유 열매는 더 고운 얼굴이 되었습니다. 열매마다 몸 끝에 빗방울로 만든 영롱한 보석 하나씩을 달고 서 있습니다.

다가가 흔들면 아름답고 투명한 소리가 날 것 같은 수정 알 하나씩을 매달고 있는 열매들은 얼굴 한쪽이 반짝반짝 빛납니다.>

- 도종환 ‘산수유 열매’ -

도종환 시인도 산수유 열매를 퍽이나 좋아한 모양이다. 겨울비 맞은 산수유 열매가 반짝 반짝 빛이 난단다.

구례 산동 산수유 마을에 가면 가지가지 영근 산수유 열매를 볼 수 있다. 멀리서 보면 그냥 점이었다가 조금 더 가까이 가면 붉은 열매였다가 더 다가가 햇볕에 반사되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이 보석이다. 붉은 보석 루비다.

구례 산동 내 34개 마을에 심어진 산수유나무는 2만8000여 그루. 전국 최대의 산수유 군락지다. 봄이면 온 마을을 노랗게 물들이고 초겨울이면 온 마을을 붉게 물들인다. 색의 대비가 극명하다.

산수유열매 수확은 11월 초순부터 시작해 12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열매가 실하고 맛이 드는 때는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다. 지금이 산수유 열매가 한창인 시기다.

산동에 들어, 어느 마을을 가던 집집마다 대나무 장대로 나무를 털고, 사다리에 올라 나뭇가지를 훑어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파란 천막, 까만 그물망 위에 산수유 열매가 후두둑 내려앉는다.

꽃만큼이나 둥실둥실 탐스럽게 열린 산수유열매를 털자 ‘후두두둑’ 장대비 소리를 내며 떨여져 어느새 소복하게 쌓인다.

소복하게 쌓인 붉은 열매를 보고 있으니 문득 광고 하나가 떠오른다.

‘산수유, 남자한테 참 좋은데, 남자에게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라며 경상도 사투리로 어눌하게 말하는 텔레비전 광고를 기억하는지.

이 광고가 허위·과대 광고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또 한 차례 주목을 받았다.

산수유는 3월 초에 잎이 나오기 시작하며, 10월에 열매가 진홍색 빛깔을 띠며 익는데 이 열매의 과육을 약으로 쓴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산수유는 신장을 강하게 함으로써 정력을 향상시키며 혈액순환을 돕는다’고 적혀 있다.

또 두통이나 이명, 해수병, 해열, 월경과다 등에 쓰이고 야뇨증이나 요실금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수유열매는 육질과 씨앗을 분리해 육질은 술과 차, 한약의 재료로 사용된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열매는 강음, 신정, 신기보강, 수렴 등의 효능이 있다고 전하고 있다.

수확된 열매는 건조기에 말려 습기가 제거되면 입으로 씨를 발라낸다. 다시 1주일 정도 바짝 말리면 건피가 된다. 해마다 이맘때면 산동의 사람들은 붉은 립스틱을 바른듯 입술이 붉게 물들고는 했다.

하지만 이제 이런 풍경은 이야기 속에서만 들을 수 있는 풍경이 됐다. 몇 년 전 씨와 과육을 발라낼 수 있는 기계가 나왔기 때문이다.


■ 산수유마을 너머 뜨끈한 ‘온천욕’

산동마을 가까이 지리산온천관광특구에는 겨울의 또 다른 즐거움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지리산온천랜드가 자리하고 있다. 지리산 맑은 공기와 뜨끈한 온천수가 만나면 그간 켜켜이 쌓인 피로가 풀리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이곳이 좋은 이유 또 한 가지는 가지마다 알알이 박힌 산수유열매를 질리도록 볼 수 있고, 멀리 산꼭대기 눈 쌓인 지리산도 한눈에 담을 수 있다는 것.

‘방장산하 제중약천’으로 유명하던 옛 약수터 자리에 들어선 지리산온천랜드는 게르마늄 온천수와 광천수를 이용한 대형온천으로 1995년에 개장했다.

그러다가 지난 2007년 10월 휴업에 들어간 이후 경기침체 영향으로 리모델링 공사를 추진하지 못하다가 지난 4월 다시 문을 열었다.

리모델링에만 100억여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이곳은 기존 2600㎡ 규모의 야외수영장을 사계절 물놀이 시설인 테마파크로 꾸미고, 호텔을 증축해 객실 규모를 24실에서 50실로 확장했다.

이제는 온천과 찜질, 각종 오락시설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온천테마파크’가 된 것.

지리산온천랜드는 노천온천욕을 할 수 있다. 머리는 차갑게 밖으로 두고 몸은 뜨끈하게 물 속에 두면 ‘짜릿하다’.

노천온천테마파크는 폭포탕, 십이지신탕, 남근석탕, 대나무탕 등 다양한 테마로 꾸며져 ‘골라’ 목욕하는 재미가 있다.

폭포탕은 높이 8~10미터 기암괴석에서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쾌하다. 왜 ‘폭포’탕인지 단박에 이해가 된다.

십이지신탕은 이름처럼 호랑이, 말, 소 등 12간지를 상징하는 동물을 테마로 꾸며졌다. 근석탕은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데, 이 바위에 기도를 하면 아이를 낳는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대나무탕은 칼슘과 아미노산 등 뼈에 좋은 대나무수액을 넣은 물로 온천욕을 즐기는 것. 편백나무로 만든 히노끼탕도 향긋하다.

지리산온천랜드의 온천수에는 지구상의 광물질 중에서 인체에 가장 좋다는 게르마늄 원소는 물론, 칼슘, 나트륨, 불소, 칼륨 등의 성분이 들어있어 ‘기적의 물’로 불리기도 한다.

히 게르마늄 온천수는 그 특유의 산소활성화작용으로, 6개월 이상 보관해도 쉽게 상하지 않는다고 한다.


■ 온천욕으로 몸 씻고, 천은사 가서 맘 씻고

온천욕하며 몸 씻었다면, 천은사 가서 맘도 씻어 보자. 은사는 화엄사나 사성암에 밀려 조금은 덜 유명한 절. 늘 사람이 붐비는 지리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어도 천은사는 호젓하다.

그래서 실은 더 편안하고 좋다. 바글거리는 사람 틈에서 살짝 비켜날 수 있으니 말이다. 신라 흥덕왕 3년(828년)에 덕운 스님이 세운 천은사는 고려 충렬왕 때 ‘남방제일선원’으로 지정된 천년고찰이다.

비스듬히 서 있는 소나무 몇 그루가 있는 일주문을 지나면, 수홍루(垂虹樓)가 나타난다. 냇물을 가로지르는 무지개다리 위에 세워진 2층짜리 누각 수홍루는 자태가 번듯하다. 천은사계곡과 저수지 사이에 놓여 운치 있다.

천은사는 당우마다 걸린 명필 편액이 유명하다. 원교 이광사, 창암 이삼만, 성당 김돈희, 추사 김정희, 염재 송태회 등 당대에 내로라하는 이들이 남긴 필적은 보물로 여길 만하다.

원래 천은사는 경내에 이슬처럼 맑고 차가운 샘물이 있어 ‘감로사(甘露寺)’라고 불렸는데, 임진왜란으로 절이 불탄 뒤 샘가에 나타난 구렁이를 잡아 죽인 후 샘이 말라버려 샘이 없어졌다는 뜻의 ‘천은사(泉隱寺)’로 바뀌었다고 한다.

지리산 자락에 접어들었는데 그냥 발길을 돌리기 아쉽다면 성삼재와 노고단까지 가봐도 좋겠다. 사를 나와 남원으로 향하는 861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면 성삼재(해발 1102m)다. 산자락을 따라 이리저리 굽이치는 오르막길은 구름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노고단 정상 길상봉(1507m)은 성삼재 휴게소에서 50분 거리. 차를 두고 걸어야 하지만 가는 길은 경사가 완만해 산책을 하는 것 같다.

[교차로신문사 / 최명희 기자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