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설경 으뜸’ 전북 완주 대둔산

‘설경 으뜸’ 전북 완주 대둔산

by 운영자 2012.02.10

구름다리 오르니 하늘위 마천대
굽어보니 한폭 잔설의 산수화
금남정맥의 주봉인 대둔산(大芚山, 해발 878m)은 전북 완주의 진산(鎭山)이다. 산자락을 가득 메운 바위기둥이 죽순처럼 뾰족하다. 그 모양새가 마치 산수화 병풍을 펼쳐놓은 듯 신비롭다. 남한 땅에서 ‘소금강(小金剛)’으로 불리는 명산(名山)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이유다.

이를 두고 원효대사는 ‘사흘을 둘러보고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 산’이라 했다. 만해 한용운과 우암 송시열도 글로써 예찬했다.

대둔산은 완주군 북쪽 끄트머리 운주면에 솟아 있다. 2개 도(충남, 전북)와 3개 시군(논산, 금산, 완주)에 걸쳐 있는 대둔산(大芚山)은 ‘인적이 드문 벽산 두메산골의 험준하고 큰 산봉우리’라는 뜻. 서쪽으로 만경평야를 굽어보는 마천대(摩天臺)가 최고봉이다.

정상으로 향하는 등반로는 완주(3개)와 논산(2개), 금산(1개)을 모두 합쳐 6개 코스. 이 중 완주 쪽 대둔산 집단시설지구에서 동심바위로 올라 금강구름다리와 삼선계단을 거쳐 마천대에 오르는 코스가 무난하다.

내려올 때는 북쪽 낙조대와 용문굴, 장군바위를 돌아 다시 동심바위로 내려서면 된다. 산행거리는 5㎞. 쉬엄쉬엄 오르면 왕복 4시간쯤 걸린다. 이 코스가 특히 인기 있는 것은 케이블카(길이 927m)가 있기 때문. 6분이면 7부 능선까지 단숨에 오른다.

케이블카 매표소를 지나 협곡(금강계곡)으로 들자 가파른 돌계단이 끝없이 이어진다. 임진왜란 당시 권율 장군의 전승지였던 계곡은 소나무, 상수리나무, 개비자나무, 신갈나무, 졸참나무가 눈밭에 빼곡하게 들어서 설산의 정취를 더해준다.

굽이굽이 가파른 등반로를 1시간쯤 오르자 흰 눈을 머리에 이고 암봉에 걸터앉은 바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옛날 원효대사가 생김새에 반해 바위 밑에서 사흘간 머물렀다는 동심바위다. 암봉 끝에 매달린 모양새가 위태롭지만 수천 년을 버텨왔단다. 여기서 마지막 비탈을 차고 오르면 케이블카 상행선 종착점이다.

케이블카 종착점과 마주한 철계단에 올라 암벽 틈새를 비집고 나가자 시야가 툭 터진다. 대둔산의 명물 금강구름다리 위로 삼선계단, 마천대가 아련하다. 거대한 암봉을 품은 산자락은 잔설에 덮여 그대로 한 폭의 산수화다.

손에 잡힐 듯한 마천대, 오르는 길이 만만찮다. 하늘로 솟은 암봉에 기가 죽는다. 임금바위와 입석대를 이어주는 금강구름다리도 만만하게 볼 게 아니다. 80m 높이에 50m 길이로 쭉 뻗은 철다리는 영화 <비밀애>에서 유지태와 윤진서가 달콤한 키스를 나눴던 곳. 다리 가운데에 서면 발아래 풍광이 아찔하다. 바람에 흔들거리기라도 하면 오금이 저린다.

다리 건너 약수정휴게소가 반갑다. 잠시 발품을 쉬어 약차 한 잔으로 추위와 공포를 달랜다. 바로 위 팔각정에서 동학농민 최후 항전지를 거쳐 좌측으로 가면 삼선계단이다.

구름다리의 아찔함은 맛보기다. 삼선봉으로 향하는 삼선계단은 36m짜리 ‘수직 사다리’다. 폭이 좁고 경사(51도)가 심해 매달려 오르는 느낌이다. 127개의 계단도 만만찮다. 중간에 잠시 쉬기라도 하면 허공에 매달린 듯한 공포감이 밀려와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삼선계단을 뒤로 하고 정상으로 향하는 길도 가파르다. 돌계단에 코를 박고 오른다. 장단지가 뻐근해질 즈음 만나는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향하면 마천대다.

마천대는 ‘하늘을 대하는 봉우리’라는 뜻. 정상에는 대둔산 개척 기념탑이 우뚝 솟아 있다. 1972년에 준공했으니 30년 전부터 대둔산을 관광지로 만들기 시작한 셈이다.

마천대에 오르면 시야에 거칠 게 없다. 모든 산봉우리를 눈 아래 둔다. 산기슭마다 설경을 탐하려는 등반객들도 깨알 같다. 잔설을 뒤집어 쓴 숲은 구름처럼 보인다. 멀리 눈을 들면 파도치는 연봉 사이로 덕유산이 손에 잡힐 듯하고 마이산, 지리산까지 눈 안에 든다.

■ 대둔산 케이블카 : 동절기(10~2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왕복 8000원, 편도 5000원
■ 온천 : 객실과 식당, 노래방 등을 갖춘 대둔산온천관광호텔(063-263-1260)은 620m 암반수를 사용하는 유황사우나를 운영해 산행 후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 문의 : 완주군청 문화관광과 (063)240-4224, 대둔산 관리사무소 (063)263-9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