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순천 낙안 금둔사 홍매화 ‘활짝’

순천 낙안 금둔사 홍매화 ‘활짝’

by 운영자 2012.02.29

이른 매화 여행 떠날까
우수 지나 경칩이 가까우니, 이미 봄은 온 것이다. 매화는 겨울 눈 속에서 가장 빨리 봄을 알아차리는 꽃. 제주도에서는 이미 매화 소식이 건너왔다.

남해안 섬지방과 남도 양지녘에 당도한 봄은 매화 꽃봉오리를 어르며 산하대지의 한기(寒氣)를 빼내고 있는 중이다.

옛 선비 사회에는 탐매(探梅)라는 풍류가 있었다. 바람결에 실려오는 매향을 ○○○아, 춘설(春雪) 속에 피어난 매화를 찾아다니는 여행이다. 올해, 우리도 옛 선비가 돼보자. 이른 봄나들이 나서자, 매화 향기 따라.

■ 순천 금둔사, 선암사 매화 찾아
매서운 바람 속에 꽃봉오리를 내놓는 절간의 매화는 스님들의 혹독한 수행을 닮았다. 순천 선암사와 금둔사, 그리고 섬진강 건너 지리산 자락의 구례 화엄사는 늙은 매화나무가 흔연히 피워내는 매화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낙안읍성에서 가까운 금둔사는 제주도를 제외한 한반도에서 가장 일찍 매화가 피는 곳으로 알려졌다. 납월(臘月·음력 12월)의 모진 추위에 꽃망울을 터뜨린다고 해서 ‘납매’라고 불린다.

붉은색으로 피는 금둔사 납매의 첫 꽃은 이미 1월 초 ‘설중매’로 피었다가 일단 졌다.

낙안읍성 납매는 이미 고사했고, 금둔사 홍매가 국내 유일의 납매다. 금둔사에는 이 밖에도 100여그루의 토종 매화가 어우러져 피어난다.

금둔사 납매가 지고나면 조계산 앞뒤로 자리한 송광사와 선암사의 고매들이 꽃을 피운다. 선암사에는 사찰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수령이 오래된 매화가 많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무우전 앞의 620년생 백매와 550년생 홍매를 비롯해 100~300년생 매화 30여그루 등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고매가 있다. 3월이면 동시에 꽃을 피워 토종 고매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선암매’로 불리는 고매는 선암사 경내를 매향으로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 향기가 강하다. 선암매 고목 등걸을 배경으로 화가 장승업의 생애를 그린 영화 <취화선>을 찍었다. ‘송광매’로 불리는 송광사 백매화는 수령이 200년이다.

지리산 자락 구례 화엄사에는 우리나라 고매 중 가장 색이 붉어 ‘흑매화’라고도 부르는 ‘화엄매’가 자란다. 수령은 300~400년. 매화와 어우러진 고졸한 산사의 풍경을 선사한다.

‘고불총림’이라 불리는 장성 백양사의 ‘고불매’는 360년 수령의 천연기념물 매화나무다. 우화루 기와지붕 위로 가지를 걸치고 피어나는 홍매화가 고혹적이다.
정자의 고장 담양도 매화를 만날 수 있다. 죽림 조수문의 서원인 죽림재에 있는 110년 수령의 홍매는 ‘죽림매’, 조선 중기 명신 명곡 오희도가 자연을 벗삼아 살던 명옥헌 원림에 있는 100년 된 홍매는 ‘명옥헌매’로 불린다.

고려말 무신 전신민이 은거했던 독수정 주변에는 150년 수령의 ‘독수매’와 300년 된 ‘서은매’ ‘전씨매’가 있다.

이 밖에 남면 지곡리 지실마을의 ‘계당매’, 대덕면 장산리 미암종가 마당의 ‘미암매’, 창평면 해곡리 유종헌 가옥의 ‘유종헌가매’, 장화리 화양마을 홍주송씨 종택(宗宅)인 하심당(下心堂)의 ‘하심매’ 등 정자·고택과 어우러진 고매의 멋을 한껏 느낄 수 있다. 광주 전남대학교에 옮겨진 ‘대명매’도 담양이 고향이다.

한편 조금 더 기다려야 볼 수 있는 매화도 있다. 섬진강변 광양시 다압면 섬진마을은 가장 유명한 매화마을이다. 백운산 자락의 매화꽃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섬진강 풍경은 꽃과 산과 강이 한데 어우러져 멋진 조화를 이룬다.

청매실농원의 전통옹기도 매화 풍경의 멋진 배경이 된다. 올해는 3월 17일부터 25일까지 9일간 축제가 펼쳐진다.

올해부터 국제 규모로 치러지는 이번 축제의 주제는 ‘봄날의 설레임, 매화꽃 어울림’. 매화꽃길 음악회, 전국사진촬영대회, 매화사생대회, 전국판소리경연대회 등이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