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숲 향에 취하다

숲 향에 취하다

by 운영자 2012.07.20

장흥 우드랜드에서 억불산 정상까지
무더위와 장마에 지치는 여름은 휴식이 필요한 계절.
그저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 텔레비전만 있으면 그것이야말로 ‘휴식’이라 여기는 이들도 있겠지만 나무 아래 사람이 쉬고 있는 한자 ‘休(휴)’의 제자원리처럼 휴식에는 자연이 빠질 수가 없다. 인공의 바람이 아닌 자연의 바람을 맞으며, 인공의 그늘이 아닌 자연의 그늘 아래서의 휴식은 빠진 기력을 충전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런 의미에서 정남진 장흥은 ‘休(휴)’하기 좋다. 오죽했으면 조선팔도를 돌며 전국의 산세를 다 둘러본 암행어사 박문수도 “산수 좋기로 첫째가 장성이요, 둘째가 장흥이다”고 했을까.

■ 우드랜드, 산바람 맞으며 원두막 아래 낮잠 한숨
편백숲 우드랜드는 장흥읍이 내려다보이는 억불산 자락에 들어섰다. 주차장에 차를 두고 매표소에서 표를 끊어 길을 따라 오르면 우드랜드에 닿는다.

단, 휴식에 필요 없는 휴대폰이며 게임기 등은 모두 차에 두고 내릴 것. 오롯이 쉴 수 있는 것, 자연에서 놀 수 있는 것만 가져가길 권한다.

편한 티셔츠와 반바지에 운동화, 낮잠을 잘 가벼운 베개와 책 한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MP3 정도면 충분하다. 중간중간 허기를 채워줄 상큼한 과일을 준비한다면 금상첨화.

아이들이 있다면 숲 속에서 맘껏 뛰어놀 수 있는 마음만 준비하면 된다. 모기약은 준비할 필요가 없다. 편백나무 아래서는 모기가 없다.

편백숲 속에 지은 관광휴게시설 우드랜드에는 한옥·황토집·통나무집·목공예체험장 등 친환경 공간 28동이 속속 들어섰다. 편백나무의 피톤치드향과 천연 소금을 이용한 편백소금집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체험들은 하지 않아도 좋다. 편백나무 아래 곳곳에 세워진 오두막 아래 자리를 잡고 한나절 푹 놀다오면 된다.
토요일 오전 10시 이른 시간부터 우드랜드는 인파들로 그득 찼다. 만일 우드랜드를 당일치기로 다녀올 요량이라면 서두를 것.

늦으면 오두막 한자리를 차지하기 어렵다. 대신 곳곳에 의자와 그네가 놓여 있으니 포기할 것은 없다.
우드랜드 안에 들어서면 수많은 갈림길들이 있다. 이정표가 잘 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어느 곳으로 향해도 가도가도 끝없는 숲이다. 그래서 좋다.
■ 나무 길 따라 억불산 정상까지 쉽게
우드랜드가 매력적인 또 한 가지 이유는 쉽게 억불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것.

지리산 둘레길과 제주 올레길처럼 ‘말래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길은 이 길은 억불산 정상까지 나무로 길이 놓여 있어 평소 산이 버거운 이들도 충분히 산 정상에서의 상쾌함을 만끽할 수 있다.

억불산 나뭇길은 3.7km로, ‘마루’의 사투리를 본떠 ‘말래길’이라고 이름 지었다.

다만, 등산을 좀 해봤다고 하는 이들이라면 나무 길을 따라 걷는 길이 조금 지루하고 밋밋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다. 하필 흐린 날 찾은 해발 518m 억불산 정상 ‘연대봉은 안개가 와락 와 안긴다. 머리를 막 감은 듯 어느새 머리카락이 축축하게 젖었다.

맑은 날이면 멀리 제주도와 광주 무등산도 볼 수 있고 그림처럼 펼쳐진 다도해도 보인다고 한다.

■ 장흥의 또다른 삼림욕장우드랜드 외에도 장흥에는 온갖 나무향을 들이마실 수 있는 산림욕장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1996년 유치면 월암마을 산자락에 문을 연 유치자연휴양림은 굴참나무, 생강나무, 굴피나무 등 400여가지 다양한 식생이 자라고 있다.

넓이는 51㏊. 보림사 산림욕장은 유치면 봉덕마을 보림사 뒷편 가지산 일대에 들어서 있다. 100년 이상된 비자나무 239그루와 녹차, 왕대숲, 단풍나무, 참나무, 꽃무릇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관산읍 농안마을 뒷산에 꾸며진 천관산 자연휴양림은 287㏊에 동백군락지, 소나무 등 각종 수목이 우거져 있다.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 / cmh9630@hanmail.net ]

△ 가는 길 : 청암대학교에서 보성 가는 길을 따라 가다 영암순천고속도로 목포 방면으로 진입해 장흥나들목으로 나가면 우드랜드를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표지판이 잘 돼 있어 찾기 쉽다.

△ 맛집 : 장흥에서는 키조개와 장흥 한우, 표고버섯을 구워먹는 ‘장흥삼합’을 빼놓을 수 없다. 토요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장 구경도 하고 장흥삼합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단, 반찬 가짓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므로 푸짐한 상차림을 기대했다면 장흥삼합은 피할 것. 장흥삼합이 질린다면 한정식, 아귀찜, 표고전골요리 등을 맛봐도 좋겠다.

△ 숙박 : 우드랜드 내 숙박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어렵다. 자연휴양림도 사정은 마찬가지. 펜션이나 호텔 쪽을 샅샅이 살펴봐야 숙박을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