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부산 보수동 헌책방 거리

부산 보수동 헌책방 거리

by 운영자 2012.09.07

헌책이 하늘까지 닿겠네 ♪ ♬

아침저녁 부는 바람에 가을 냄새가 묻어난다. 한낮에도 해는 따갑지만 바람결은 보드랍다. 바람이 잘 통하도록 문을 활짝 열어두고 가장 편한 곳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책 읽기 좋은 계절이 왔다. 빳빳한 감촉과 석유 냄새가 살짝 섞인 새 책도 좋지만 다른 이들과 추억을 나누고 시간을 공유하는 헌책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중고등학생 시절, 자습서를 찾아 고전을 찾아 헌책방에 드나들었던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헌책에 대한 향수가 아련하게 남을 것이다.

자, 시간과 공간, 추억을 공유할 헌책방으로 간다. 부산 중구 보수동의 헌책방 거리는 여행 겸 다녀오기 좋은 곳. 헌옷이나 헌 물건을 파는 국제시장, 먹거리만큼 볼거리가 가득한 자갈치시장과 이웃해 있어 볼거리가 더 다양하다.

■ 오래된 책 냄새에 ‘푹’ 빠져 … 헌책방 거리부산 보수동의 헌책방거리는 전국의 헌책방 거리들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유명하다.

50여개의 헌책방이 좁다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들어선 이곳은 많은 이들이 카메라를 하나씩 들고 있을 정도로 명소.

헌책방 골목의 시작은 한국전쟁 때 부산에 내려온 피란민들이 국제시장 인근 거리에 사과 궤짝에 책을 놓고 팔던 것에서 비롯됐다.

헌책방이 한창 인기를 끌었던 1980년대에는 70여곳이 넘는 헌책방이 있었고, 책의 종류도 만화책, 참고서, 고전문학, 외국도서 등 다양했다.

그러던 것이 점차 경제사정이 나아지며 새 책을 선호하는 경향과 인터넷서점 등의 등장으로 문을 닫는 서점이 늘었고 지금에 이르렀다.

보수동 헌책방 거리에 늘어선 헌책방에는 온갖 책들이 하늘까지 닿을 듯 켜켜이 쌓여있다. 말 그대로 ‘책탑’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 한명이 겨우 드나들 만큼의 좁은 공간만 남겨두고 사방에 책장을 두고 책을 꽂아뒀다. 이곳에서는 정말이지 없는 책이 없을 듯하다.

특히 절판된 책을 구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고개가 아프고 눈이 시리도록 책 제목들을 훑어 내려가다 보면 보물처럼 오매불망 찾던 책을 만날 수 있다.

실제 어떤 이는 초판된 최명희 작가의 <혼불>을 찾아 득의만만하게 책방을 나서기도 했다. 헌책방 거리는 그저 책을 구하는 서점의 역할뿐만 아니라, 문화관광지로 거듭났다.

수많은 이들이 카메라 하나 가볍게 들쳐 메고 이곳을 찾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보수동 헌책방 골목을 알리는 표지판, 책방 골목의 높다란 계단, 가게 문을 닫은 셔터의 재미난 그림, 헌책방 골목을 알리기라도 하는 듯 ㄱㄴㄷㄹ 글자가 새겨진 맨홀 뚜껑 등 재미난 볼거리가 가득하다.
보수동 헌책방 골목에는 또 다른 볼거리가 있다. 골목길 끝에 자리한 ‘보수동 책방골목 문화관’. 책 박물관, 북 카페, 옥상 정원 등이 있어 누구라도 쉬어가기 좋다.

2010년 12월 개관한 이곳은 책방 골목의 역사와 미래가 담겨 있다. 문화관은 지상 8층에 연면적 568.85㎡ 규모로, 1층에는 안내실, 2~3층은 책박물관, 4층은 다목적홀, 5층은 사무실로 사용된다.

6~7층은 책과 함께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북 카페가 들어섰고 8층은 옥상 정원으로 휴게쉼터가 마련됐다.

헌책방 골목 산책이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면 인근의 국제시장과 자갈치시장을 들러볼 것. 오래된 물건이 가득한 국제시장은 신기한 물건이 한가득이다.

특히 ‘빈티지’를 좋아한다면 반드시 물티슈를 준비해야 한다. 오래된 것들을 만지고 뒤지다 보면 손은 온통 먼지투성이이다.

자갈치시장은 부산 아지매들의 구수한 사투리와 신선한 해산물을 볼 수 있는 곳. 굳이 해산물을 사지 않더라도 눈요기로도 충분하다.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 / cmh9630@hanmail.net ]
▲ 여행 팁 : 지하철 자갈치역에서 내려 국제시장 출구로 나와 극장가 쪽으로 올라온 뒤 국제시장을 지나 대청로 네거리에서 보수동 가로에 이르기까지 동서로 길게 이어진 골목길이다. 남포역에서 내려 슬슬 걸어 남포동 상가, 국제시장까지 함께 돌아보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