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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유배문학관ㆍ노도 유배지

남해 유배문학관ㆍ노도 유배지

by 운영자 2012.09.14

역사유적지를 찾아
절망 속에서 희망을 노래하다.

▲ 사진설명 : 유배 길에 타고 갔을 소달구지 감옥이 유배문학관 앞에 전시됐다.

바람 선들선들한 가을은 놀기 좋은 계절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책 읽기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올 가을 수많은 책 가운데 어떤 책을 읽을까.혹 고전을 찾아 읽기로 다짐했다면, 남해의 유배문학관과 노도 유허지를 기억할 것.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의 유명한 문학작품들 가운데 유배지에서 집필된 작품이 많다는 것을 아는지.

남해 노도로 유배를 가 지은 김만중의 ‘구운몽과’ ‘사씨남정기’ 강진 유배지에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목민심서’를 집필한 정약용을 비롯해 전 세계인이 아는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도 유배문학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예수의 제자 요한이 쓴 ‘요한계시록’도 유배문학이다.

■ 국내 최초 유배 문학 연구하는
‘남해 유배문학관’

남해 유배문학관은 남해읍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찾기 쉽다. 그래도 모르겠다면 남해터미널을 찾아 죽 직진만 하면 된다. 2010년 11월 세워진 유배문학관은 유배문학실, 유배체험실, 남해 유배문학실, 향토역사실로 구성돼 있다.

이곳이 특별한 까닭은 우리나라 최초로 유배와 유배문학을 종합적이고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전시하는 문화 공간이라는 점. 이곳에서는 유배와 관련된 전반적인 공부와 체험을 할 수 있다.

관람은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데 5시까지만 입장이 가능하다. 관람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 사진설명 : 서포 김만중의 작품 '구운몽' 이름을 따 만든배. 알고 보면 화장실이다.

유배문학관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왼편의 배 한척. 유배길에 오르는 이들이 타고 가던 배를 만들어뒀나 살폈더니 ‘구운몽호’라는 이름의 화장실이다. 서포 김만중의 작품 ‘구운몽’의 이름을 딴 화장실은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기발하고 재미난 화장실은 지난해 경남도의 ‘베스트 10’ 화장실에 선정됐다.

화장실 옆으로는 작은 공원이 조성돼 있는데 공원 옆으로 귀양실이집인 적소(謫所)를 재현해뒀다. 문학관 정면과 측면으로 조성해둔 연못에는 강태공이 고기와 함께 시간을 낚고 있다.

유배문학관으로 가다 또 하나 지나칠 수 없는 것이 황소가 끄는 감옥이다. 역사드라마에서 자주 봤음직한 이것은 죄인을 호송할 때 흔히 쓰는 것으로, 수레 위에 기둥을 엮어 만들었다. 이것의 정식 명칭은 함거(檻車).

안으로 들어가면 유배문학관이라고 쓴 빨간 사물함이 눈에 띈다. 빨간색과 문학관과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 찰나, 글씨체가 낯익다. 사물함의 글씨체는 신영복 선생 것이다.

간첩단 사건인 통혁당 사건에 연루돼 20년간 감옥에 있었던 신용복 선생과 감옥, 유배와의 연관이 재미있다. 문학관의 각 관들을 살펴본다.

유배문학실은 전 세계 유배의 역사와 유배문학을 살펴볼 수 있는 곳.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과 유럽의 대표 유배지와 유배객에 대해 설명이 돼있다.

또 조선시대 죄인을 고문했던 끔찍한 형벌이 무엇인지도 살펴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유배지에서 부모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사친시(思親詩)를 비롯한 유배객들의 마음이 담긴 시를 들을 수 있다.

유배체험실은 유배객의 마음을 체험해보는 곳. 임금의 명을 받아 소달구지를 타고 압송하는 체험, 유배길의 어려움 등을 영상을 통해 접한다.

남해유배문학실은 남해로 유배 온 서포 김만중을 비롯 조선시대 서예가 자암 김구 선생 등 6명의 유배객을 소개하고 있다. 유배문학관 로비에서는 목판 체험을 할 수 있다.

자암 김구의 ‘화전별곡(花田別曲)’, 서포 김만중의 ‘사친시(思親詩)’, 약천 남구만의 ‘제영등금산(題詠登錦山)’, 태소 김용의 ‘노인성(老人星)’이 목판으로 만들어져 있어, 이 중 원하는 것을 하나 골라 먹을 묻힌 다음 한지를 얹어 찍어내면 된다.
▲ 사진설명 : 남해 노도의 김만중이 유배와 기거했던 초가.

■ 김만중의 주옥같은 작품이 쓰인
노도 김만중 유배지


상주해수욕장 조금 못 미쳐 벽련이라는 바닷가 마을에서 보면 노도가 보인다. 백련 포구로 내겨가는 길에는 ‘서포 김만중 선생 유배지 노도 입구’란 팻말이 붙어 있는데 그곳에서 보면 왼쪽에 치우쳐 삿갓처럼 떠 있는 섬이 노도다.

원래 이 섬은 그 모양대로 ‘삿갓섬’이라 불렸는데, 임진왜란 당시 이 섬에서 자라난 나무를 베어 배를 젓는 노를 많이 만들었다고 해서 그때부터 ‘노도’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노도 선착장에 도착해서 마을 입구로 들어서면 ‘서포김만중선생유배비(西浦金萬重先生遺墟碑)’가 서 있다.

김만중은 노도의 큰골 허리등배미 자리에 지은 초옥에서 기거했는데 오르는 길의 철 모르게 맺힌 동백나무에 맺힌 한두 송이 동백꽃이 처연하게도 아름답다. 김만중은 노도에서 유배 생활에서 ‘구운몽’과 ‘사씨남정기’ 등의 유명한 국문소설이을 남겼다.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 / cmh9630@hanmai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