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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체험하며 야생 음식 맛본다 … 전북 완주 와일드푸드축제

야생 체험하며 야생 음식 맛본다 … 전북 완주 와일드푸드축제

by 운영자 2012.10.05

가만가만 풀숲 헤치며 메뚜기 잡고
콧구멍 새까매지도록 감자 구워 먹고



메뚜기 잡아 메뚜기 구워 먹고, 냇가에 작은 피라미 잡아 나뭇가지에 꿰어 구워 먹고, 들판에 지천인 개구리 잡아 라면에 넣어 먹어 함께 끓이고, 나뭇가지 주워 모아 불 지펴 감자 구워 먹고….

인공으로 만든 간편한 음식은 적었지만 산천초목 천지에 먹을 것들이 수두룩했던 그 옛날에는 이런 풍경들이 일상이었다. 군것질거리가 부족해서였기도 했지만 그 시절에는 놀면서 군것질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재미가 있었다.

흙 없이 만들어진 놀이터에서 미끄럼틀 타고, 실제와 똑같이 만든 크기만 작은 부엌에서 소꿉놀이하고, 엄마가 만들어준 간식 먹고 자라는 요즘의 아이들은 상상도 못할 재미가 20~30년 전 ‘야생’에서는 있었다.

방안의 컴퓨터에서만 재미를 찾고, 흙이며 풀이며 냇물이며 도무지 만져볼 일 없는 아이들에게 그 옛날 ‘야생’을 경험하게 하자. 지나치게 약하고 깔끔 떠는 아이라면 검댕 묻은 감자 먹고, 흙 묻은 고구마 털어 먹으며 소탈함도 배울 수 있을 터다.
맘 놓고 ‘야생’을 체험할 수 있는 축제가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전라북도 완주 고산자연휴양림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와일드푸드축제는 새로운 지역축제의 패러다임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역축제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주민의 자발적 참여, 소득 제고 등의 성과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냈다.

축제의 ‘와일드푸드’는 영어 ‘Wild Food’로 세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세 가지 의미 중 첫 번째는 ‘향수 음식’.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과 개구리 잡아 나뭇가지 모아 불 피워 구워 먹던 ‘개구리 뒷다리 구이’ 풀숲을 뒤져 찾아낸 메뚜기를 구워 먹던 ‘메뚜기 구이’ 냇가의 피라미를 나뭇가지 꼬지에 끼워 구워 먹던 것들 모두가 바로 향수 음식이다. 와일드푸드축제에서는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킬, 그러나 지금은 먹기 힘든 먹을거리를 맛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야생음식’.

지금처럼 먹을 것이 흔하지 않던 그 옛날은 천지의 풀과 나무가 먹을 것이 됐다. 봄이면 뜯어먹던 진달래꽃, 산에 지천으로 널려있던 건강한 산나물 등 그야말로 야생에서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자란 ‘야생 음식’이 바로 와일드푸드다.

와일드푸드에는 ‘이색음식’이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모닥불에 직접 구워 먹는 진흙통닭구이. 애벌레볶음, 벌집구이는 와일드푸드축제에서가 아니면 먹기 힘든 음식이다.
헌데 이 셋의 공통점은 바로 ‘건강한 먹을거리’라는 것이다. 자연에서 난 것들, 인공적인 조미가 되지 않은 건강음식 말이다.
이름이 ‘와일드푸드축제’라고 해서 먹기만 하고 파장나는 축제가 아니다.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먹었으면 건강하게 몸을 움직일 놀이도 필요한 것은 당연지사.

축제장에는 완주군의 친환경농산물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홍보관과 다양한 공연 등 볼거리가 마련됐다. 특히 식전행사로 열리는 ‘감자삼굿’은 눈여겨 볼만하다. 원래 ‘삼굿’이란 삼베옷의 재료가 되는 대마의 껍질을 벗기기 위한 것이었으나 요즘의 ‘삼굿’에서는 대마 대신 감자, 고구마, 옥수수, 돼지고기 등을 땅속에 넣고 고온의 수증기로 쪄 특유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뿐만 아니라 낚싯대가 아닌 맨손이나 투망을 활용한 물고기 잡기, 맨손으로 미꾸라지 잡기, 메뚜기 잡기 등 들판과 물에서 몸을 움직이며 옛 모습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내 손으로 직접 화덕에서 구워먹을 수 있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닭 모이 주기, 닭 잡기 체험과 전통 주막 체험도 새롭다.

야생들풀공예체험, 한지체험, 민속놀이체험 등 전통의 것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아이들은 색다른 체험으로 경험을 늘이고, 어른들은 어린 시절의 추억에 젖을 수 있는 ‘완주 와일드푸드축제’로 가보자.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 / cmh9630@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