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전기도, 온수도 없는 ‘리얼 야생’을 만나다

전기도, 온수도 없는 ‘리얼 야생’을 만나다

by 운영자 2012.12.21

경남 고성 상족암야영장 … 아날로그 야영과 공룡 발자취 더듬는 일석이조의 여행
서울의 한 놀이공원은 ‘꿈과 환상의 나라’라는 수식어로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연인들의 발길까지 붙잡는다. 하지만 진짜 꿈을 꾸고 환상을 만날 수 있는 곳은 놀이공원이 아니다. 펄떡펄떡 공룡의 발자취가 살아 숨쉬는 경남 고성이야말로 ‘꿈과 환상의 나라’다.

슬쩍 스쳐지나가거나 한나절 땀 빼고 놀다가는 곳이 아니다. 하룻밤 묵으며 책 속에서만 만나던 공룡을 만나고 꿈을 꿀 수 있다.

■ 전기가 없는 아날로그 야영 ‘상족암야영장’
흔히들 야영이나 캠핑을 여름에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겨울의 야영은 또 그 나름의 멋과 맛이 있다.

코끝 시린 야생에서 뜨거운 불 피워 구워 먹는 고기와 고구마, 감자들은 겨울 야영의 참맛을 알게 하고, 추위를 피하려 더욱 더 몸을 밀착해 온기를 나누니 가족과 연인, 친구, 동료들 간의 우애는 더욱 더 끈끈해진다.

공룡 발자국으로 유명한 경남 고성의 상족암야영장은 겨울 야영의 재미뿐만 아니라 ‘아날로그’ 야영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요즘 야영장은 대다수가 오토 야영장이다. 물은 물론 전기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고, 씻을 수 있는 공간도 충분하다. 캐러밴이 있는 곳도 많아 편안하고 안락한 잠자리도 보장된다. 허나 이곳 상족암야영장은 이 모든 것이 대부분 불가능한 아날로그 야영장이다.

이곳은 상족암군립공원 무료주차장 인근에 조성된 공룡공원에 야영을 할 수 있도록 바닷가 쪽에 20~30동 정도를 칠 수 있는 ‘자리’만 마련해뒀다.

텐트를 가져와 야영을 해야 한다. 물론 텐트나 대형천막의 대여도 가능하다. 이것들은 성수기에는 텐트 1동 4000원, 대형천막 8000원가량의 사용료를 받지만 요즘같은 비수기에는 따로 돈을 받지 않는다.

때문에 전기 대신 랜턴을 이용해 불을 켜야 하고 집에서처럼 뜨끈뜨끈하고 매끄러운 잠자리도 보장되지 않는다. 쾰콸콸 뜨거운 물이 나오는 샤워도 어렵다. 하지만 주차장 옆으로 조성된 잔디밭에는 화장실, 개수대 등 기본 시설을 갖춰져 있다.

불편한 것투성이인 상족암야영장은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불을 끄고 조용히 함께 간 이들과의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 더. 바다가 바로 보이는 아름다운 풍광이 발길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 공룡 발자국 따라 두런두런 과거 여행 ‘상족암군립공원’
야영장 텐트에서 산책을 즐기듯 나서면 상족암군립공원을 구경할 수 있다.

고성은 미국 콜로라도, 아르헨티나 서부 해안과 함께 세계 3대 공룡 발자국 화석지. 1982년 상족암군립공원이 있는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에서 국내 처음으로 공룡 발자국이 발견됐다.

이후 이 일대에서만 2000여개의 발자국이 확인됐고 인근 회화면과 하일면, 개천면, 영현면 등에서 잇따라 발자국이 발견, 고성에서 발견된 것만 총 4600여개에 이른다.
2008년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발가락 두 개만 찍힌 육식공룡 발자국이 발견돼 천연기념물(천연기념물 제411호 고성 덕성리의 새 발자국 화석)로 지정됐다. 경남 청소년수련원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펼쳐진 상족암군립공원은 1억40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 공룡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상족암군립공원은 제전과 상족암 지역으로 나뉘는데 제전 지역은 마을과 휴게소, 해수욕장을 끼고 있고, 상족암 지역은 층암단애로 이뤄진 기암절벽이 자리 잡고 있다.

해안선을 따라 난 반반한 암반에는 쿵쾅쿵쾅 공룡이 찍어둔 발자국을 만난다. 해안선 앞으로는 넓게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그래서 이곳이 더 마음에 든다. 네모난 공간에 갇혀 서두르며 공룡 흔적만 찾는 여행이 아니라 안과 밖에서 적절히 공룡을 만날 수 있어 더 좋다.

상족암군립공원은 볼거리가 참 많다. 덕명리 제전마을에서 실바위까지 6㎞ 구간은 해안선을 따라 완만한 암반 위에 2000여개의 공룡 발자국이 이어진다.

공룡 발자국을 따라 바위 길을 돌아가면 상족암이 나온다. 상족암은 바위가 밥상다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상족(床足)암’으로 불린다.

또 굴 입구를 받친 바위가 다리 모양을 하고 있어 ‘쌍족(雙足)’이라고도 전해진다. 종이가 한 장 한 장 켜켜이 쌓인 듯, 시루떡을 하나하나 쌓은 듯하다고 해서 ‘시루떡 바위’라고도 한다. 상족암은 변산의 채석강과 비슷하다.

상족암은 굴 안에도 공룡 발자국이 남아 있다. 바다와 바로 이어진 이곳은 한려해상국립공원과 어우러져 그대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쪽빛으로 펼쳐진 상족암 앞바다엔 사량도와 욕지도가 멀리 보이고, 가까이엔 주상절리로 생겨난 병풍바위와 여자의 가슴을 닮은 유방도도 마치 그림 같다.

[교차로신문사 / 최명희 기자 cmh9630@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