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 ‘시원한’ 겨울의 맛
경남 통영, ‘시원한’ 겨울의 맛
by 운영자 2014.01.24
‘굴=통영’ 묻지마 공식
입안에서 ‘쑥’ 미끄러지는 보드라운 물메기
달달한 꿀빵으로 겨울 피로 날려
윗니와 아랫니가 ‘딱딱’ 소리를 내며 부딪치게 되는 겨울의 한가운데 서 있다. 어리석은 질문 하나 한다.
바다에서 난 것과 땅에서 난 것 중 이 겨울, 더 입맛 당기는 음식은? 물론 기호에 따라 다를 줄 안다.
하지만 바다에서 막 건진 시원한 굴만 생각하더라도 역시 겨울은 ‘바다’ 음식이다.
경남 통영, 지금 가장 맛있는 바다 찾아 간다.
1. 겨울을 먹다, 굴
입안에서 ‘쑥’ 미끄러지는 보드라운 물메기
달달한 꿀빵으로 겨울 피로 날려
윗니와 아랫니가 ‘딱딱’ 소리를 내며 부딪치게 되는 겨울의 한가운데 서 있다. 어리석은 질문 하나 한다.
바다에서 난 것과 땅에서 난 것 중 이 겨울, 더 입맛 당기는 음식은? 물론 기호에 따라 다를 줄 안다.
하지만 바다에서 막 건진 시원한 굴만 생각하더라도 역시 겨울은 ‘바다’ 음식이다.
경남 통영, 지금 가장 맛있는 바다 찾아 간다.
1. 겨울을 먹다, 굴
굴의 맛을 말로 표현해보라고 하면 ‘시원한’ 맛이라고 말하고 싶다. 박하사탕처럼 입안이 시원해지는 맛. 마치 겨울을 입안에 넣는 듯하다.
찬바람이 불면 제철을 맛는 굴. 전국에서 생산되는 굴의 70%가 바로 통영 산(産)이라는 것을 아는지. ‘굴=통영’이라는 공식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굴은 찬바람이 도는 11월부터 시작해 이듬해 2월까지 제대로 된 맛이 난다.
이 무렵 통영에 가면 웬만한 집에서는 모두 굴과 관련한 반찬이 올라온다. 식당도 마찬가지다.
무 나박나박 썰어 무친 굴무침을 비롯해 탱글탱글한 생굴, 고소한 굴전 등 굴이 천지다.
싱싱한 굴을 그대로 까 식초 몇 방울 톡 떨어뜨려 살살살 씻어낸 뒤 초고추장에 살짝 찍어먹는 생굴은 굴 본연의 맛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밖에서 먹는다면, 얼멍얼멍 구멍이 뚫린 석쇠에 껍질째 굴을 구워 먹는 것도 좋다.
짭조름한 바다 소금 간이 돼 다른 양념이 필요 없다. 보드라운 맛을 원한다면 굴을 쪄먹는 것도 별미다.
경남 통영에서 난 싱싱한 굴과 전남 바다에서 난 매생이를 함께 넣고 끓이는 ‘매생이굴떡국’은 나이를 몇 살을 더 먹는다고 해도 좋을 만큼 몇 그릇이라도 먹을 수 있다.
통영 굴은 중앙시장이나 서호시장 등 재래시장에서 살 수 있다. 대체로 1킬로그램(㎏)에 1만~1만2000원 선.
굴을 집에서 해먹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 사먹는다면 메뉴는 더 다양해진다. 통영의 몇몇 굴요리집에서는 굴밥, 굴구이, 굴국, 굴가스 등 다양한 굴 요리를 맛볼 수 있다.
2. 네가 과연 생선이더냐, 물메기
물메기라는 생선을 아는지. 바다를 끼고 있지 않은 순천 지역에서는 모르는 이들도 많을 ‘물메기’는 타고난 못생긴 외모 때문에 옛날 배에서는 잡히면 두 말 않고 버렸다는 생선이다.
하지만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말처럼 물메기는 이 겨울, 지친 사람들의 속을 훈훈하게 달래주는 최고의 음식이다.
넓적하면서도 뭉툭한 모양새는 썩 구미를 당기게 하지는 않지만, 무 숭덩숭덩 썰어 넣고 마늘, 파, 청양고추 넣어 끓여내면 웬만한 해장국은 부럽지 않을 정도로 국물 맛이 개운하다.
그뿐이 아니다. 무뚝뚝한 생김새와 달리 보드라운 속살은 생선에서는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을 정도로 부드럽다. 젓가락으로 살을 집을 수 없어,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할 만큼이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 듯.
그래도 짐작이 어렵다면 연두부를 떠올리자. 딱 그만큼 살이 보들보들 유들유들하다.
통영 곳곳에 ‘물메기탕’이라고 써붙인 식당을 어디서건 많이 만날 수 있고, 시장 좌판에도 질펀하게 올려진 물메기를 쉽게 만날 수 있다.
3. 작지만 오밀조밀 알찬 맛, 졸복
하지만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말처럼 물메기는 이 겨울, 지친 사람들의 속을 훈훈하게 달래주는 최고의 음식이다.
넓적하면서도 뭉툭한 모양새는 썩 구미를 당기게 하지는 않지만, 무 숭덩숭덩 썰어 넣고 마늘, 파, 청양고추 넣어 끓여내면 웬만한 해장국은 부럽지 않을 정도로 국물 맛이 개운하다.
그뿐이 아니다. 무뚝뚝한 생김새와 달리 보드라운 속살은 생선에서는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을 정도로 부드럽다. 젓가락으로 살을 집을 수 없어,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할 만큼이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 듯.
그래도 짐작이 어렵다면 연두부를 떠올리자. 딱 그만큼 살이 보들보들 유들유들하다.
통영 곳곳에 ‘물메기탕’이라고 써붙인 식당을 어디서건 많이 만날 수 있고, 시장 좌판에도 질펀하게 올려진 물메기를 쉽게 만날 수 있다.
3. 작지만 오밀조밀 알찬 맛, 졸복
복어의 개운하고 찰진 맛은 이미 그 가격이 증명한다.
졸복은 복어 중에서도 더 맛있기로 유명한 생선. 복어 중에서 가장 몸집이 작은 졸복은 치명적인 독만큼이나 치명적인 맛이 있는 생선으로 주로 회로 먹거나 국으로 끓여 먹는다.
다른 곳에서라면 졸복국은 귀한 음식이지만 통영에서는 예외다. 먹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괜찮은 졸복국집을 몇 개쯤은 손꼽을 수 있다.
미나리 넣고, 콩나물 넉넉하게 넣어 소금으로만 간을 해 끓이는 졸복국은 꽁꽁 언 몸과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하다.
통통한 졸복은 따로 건져 초장에 콕 찍어먹어도 맛있다.
국물이 심심하다면 고춧가루와 간장 등으로 양념한 다지기를 넣어먹는 것도 별미다.
통영은 새벽 경매가 열리는 서호시장 주변에 복국집이 많다. 서호시장 상인들에게 물으면 맛 좋은 복국집 몇 곳을 추천받을 수 있을 것.
4. 추위에 당(糖) 떨어질 때는, 꿀빵
졸복은 복어 중에서도 더 맛있기로 유명한 생선. 복어 중에서 가장 몸집이 작은 졸복은 치명적인 독만큼이나 치명적인 맛이 있는 생선으로 주로 회로 먹거나 국으로 끓여 먹는다.
다른 곳에서라면 졸복국은 귀한 음식이지만 통영에서는 예외다. 먹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괜찮은 졸복국집을 몇 개쯤은 손꼽을 수 있다.
미나리 넣고, 콩나물 넉넉하게 넣어 소금으로만 간을 해 끓이는 졸복국은 꽁꽁 언 몸과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하다.
통통한 졸복은 따로 건져 초장에 콕 찍어먹어도 맛있다.
국물이 심심하다면 고춧가루와 간장 등으로 양념한 다지기를 넣어먹는 것도 별미다.
통영은 새벽 경매가 열리는 서호시장 주변에 복국집이 많다. 서호시장 상인들에게 물으면 맛 좋은 복국집 몇 곳을 추천받을 수 있을 것.
4. 추위에 당(糖) 떨어질 때는, 꿀빵
추울 때는 유난히 기운이 더 떨어진다. 덜덜 떨다보면 온 몸이 다 아프고, 기운도 없다. 달고 따뜻한 ‘핫초코’가 유난히 겨울에 잘 팔리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럴 때 먹으면 좋은 것이 통영의 꿀빵.
충무김밥이나 다른 음식들은 다른 곳에서도 먹을 수 있지만 꿀빵만은 통영에서만 맛볼 수 음식. 꿀빵 먹으러 갔다가 몇 차례나 없어서 못 먹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47년 전통의 오미사꿀빵은 통영을 대표하는 맛집. 일본식 이름인 듯 한번 들으면 잘 잊히지 않는 오미사란 이름은 꿀빵집 주변 세탁소 오미사를 기준으로 손님들이 찾아 들면서 붙은 이름으로, 세탁소가 사라지고 난 뒤 아예 오미사란 간판을 걸게 됐다고 한다.
꿀빵은 팥 앙금을 넣어 만든 빵을 기름에 튀겨 시럽을 묻히고 통깨를 뿌려 만든 것으로, 달콤하고 고소하다.
팥 앙금이 가득 들고 겉은 시럽이 잔뜩 묻어 있어 보기만해도 달 것 같지만 막상 먹으면 그리 달지 않고 기름기가 적어 질리지 않는다.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