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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봄봄 … 순천 금둔사 매화

봄봄봄 … 순천 금둔사 매화

by 운영자 2014.03.07

고운 너를 가만히 들여다 ‘봄’
입춘도 지나고 우수도 지나고 경칩도 지났다. 봄봄봄 봄이 왔다. 요 며칠 꽃샘추위가 찾아왔지만 그 기세는 동장군과는 다르다.

창가에 있으면 봄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봄만큼 우리들의 마음을 달뜨게 하는 계절이 또 있을까. 겨우내 움츠렸던 어깨를 쫙 펴고, 두터운 옷도 훌훌 털어내자. 가벼운 운동화 한 켤레면 충분하다.

봄맞이 가자. 꽃마중 가자.

순천 금둔사 대웅전 옆 진분홍 매화가 피었다.

지난 주 절반 정도 피었으니 이번 주말이면 화알짝 핀 모습을 볼 수도 있겠다. 이번 주말께면 뭉개뭉개 붉은 구름처럼 절간이 환해질 것이다.

금둔사의 매화는 남도의 매화 중에서도 가장 먼저 피는 납월매다. 2월 중순 꽃을 틔워냈다. 흰 매화는 아직이다. 산과 가까워서인지 아직은 꽃이 다 여물지 않았다.

순천 금둔사는 ‘꽃절’이다.

대웅전 오른편엔 흰 매화 사이에 붉은 점처럼 납월매가 2그루, 대웅전 마당엔 담장을 이룬 연산홍 10여그루. 선방으로 가는 계단과 장독대 주변엔 동백이 심어져 있다.

진작에 피어나 몇몇은 목을 똑똑 끊고 진 동백꽃 붉은 빛도 곱다.

낙안읍성을 지나 금전산 자락에 안긴 자그마한 이 절은 꽃 중에도 매화가 유명하다.

대웅전 오른편에서 가장 먼저 우리를 반기는 홍매화에는 ‘납월홍매-첫째나무’라는 이름표가 붙었다. 첫째의 나이는 올해로 30살이다. 1985년생이다.

절의 매화는 주지 지허스님이 일일이 다 심었다고 전한다.

지허스님은 1983~84년께 낙안읍성에 살던 조씨네의 납월매에서 씨를 받아 몇 년을 뿌리기를 거듭, 겨우 6그루가 남아 꽃을 피워냈다.

이곳의 홍매화가 더 특별한 것은 ‘납월매’라는 사실.

납월에 핀다고 해서 ‘납월매’다. 납월은 불가에서는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은 음력 12월8일을 기려 12월을 ‘납월’이라고 부른다.

납월 모진 바람과 눈보라, 그 추위 속에서도 오롯이 꽃을 틔워내는 납월매. 그 고통이 색으로 표현된 듯 꽃은 붉다.

<예쁘고 고와라 귀여운 맵시 / 홀딱 반하여 네 곁에 서서 / 시계도 멈추고 나도 멈췄다> - 한동진 ‘매화’ -

시인의 말처럼 오종종 예쁜 꽃들을 보고 있노라니 절로 말문이 막힌다. 매화는 와르르 흩날리는 벚꽃의 소란함과 다르다.

20~30년 전만 해도 금둔사 일대는 폐허였다고 한다. 백제 위덕왕 30년 담혜 화상이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내력 깊은 절이었지만 1597년 정유재란 때 흔적도 없이 불탄 뒤 18세기 후반 폐찰 돼, 이후 개개인 소유의 전답이 됐다.

그러던 것을 귀한 줄 모르고 방치했던 탑과 비석을 1983년부터 근처 선암사에 있던 지허스님이 거뒀다.

버려진 3층 석탑과 비석이 알고 보니 9세기 작품이다. 이들은 각각 보물 945호와 946호로 지정됐다.

대웅전으로 가려면 자그마한 돌다리를 하나 건너야 하는데 선암사 앞 승선교를 꼭 닮았다.

금둔사에서 또 하나 좋은 것은 입구다. 다른 절에 비해 차도와 절에 이르는 길이 터무니없이 짧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키를 키운 나무들 사이로 난 오솔길을 걷는 재미가 좋다.

절 안 대웅전과 선방 사이 낮은 담장과 작은 오솔길도 푸근하다. 돌을 쌓고 기와로 덮고, 정돈되지 않은 흙과 풀이 자란 경내가 친근하다. 절 뒤 숲엔 호랑가시나무와 동백이 심겼다.

수백년 간 절터를 지킨 석탑과 비석은 계곡 건너 언덕 위에 놓여 있다.

금둔사는 지금 일주문 등을 세우는 공사가 한창이다. 하지만 납월매를 보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마실 삼아 찾아, 가장 먼저 봄을 맞자.
[교차로신문사/ 최명희 기자 cmh@sgs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