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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이야기

연금술사 이야기

by 김재은 작가 2019.02.21

겨울인 듯 봄인 듯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는 날이 이어지는데 절기상으로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우수가 지났다. 부디 대동강물이 녹듯이 남북관계도 술술 풀려 이 땅에 진정한 평화와 행복이 깃들었으면 좋겠다.봄이 오는 길목에서 문득 스치듯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있다.작년 말 한 송년회에서의 이야기이다.

최근 정년퇴직을 한 선배가 덕담 겸 건배사를 하는데 ‘연금술사’이야기를 꺼냈다.당연히 처음엔 진짜 연금술사, 그리고 파울로 코엘료가 생각났다.

별것 없는 것을 대단한 것으로 바꿀 수 있다는, 조금은 황당한게 연금술이지만 생각해보면 일상의 사소한 것들이 때로는 정말이지 얼마나 귀하고 대단한 지를 일깨워주는 것이 연금술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 선배는 전혀 다른, 반전의 연금술사를 들고 나왔다.이제 퇴직을 했고 나이가 들어 연금을 받게 되었으니 조금은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다름에 ‘누구를 만나든 밥을 사고 술을 사겠다는 것’이 들어있다고.

아하~ 연금으로 술을 산다!!! 그러니 연.금.술.사.가 딱 맞는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과 마음(귀)을 열라는 말이 있는데 밥을 사고 술을 사면서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면 이 ‘연금술사’보다 더 잘 어울리는게 있을까?

이왕 연금술사가 나왔으니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의 몇 구절 옮겨본다.
마음이 따뜻하게 꿈틀거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기하고 마는 것도 바로 그 순간이지.
사막의 언어로 말하면 '사람들은 오아시스의 야자나무들이 지평선에 보일 때 목말라 죽는다'는 게지.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이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게 이 땅에서 자네가 맡은 임무라네.

세상 만물은 모두 한가지라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사람들은 삶의 이유를 무척 빨리 배우는 것 같아.
아마도 그래서 그토록 빨리 포기하는지도 몰라. 그래 그런게 바로 세상이지.

나 역시 다른 사람들과 똑같아.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대로 세상을 보는게 아니라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대로 세상을 보는 거지.

비록 우리가 내 인생의 금을 만들어 내지 못할지라도, 그 과정을 즐기고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훌륭한 연금술사가 아닐까.

그러니 연금이 없더라도 나의 인생에 연금술사가 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리라.
사금파리 같은 작은 금 조각 하나는 누구나 가지고 있을 터이고.

나는 행복 연금술사이다!!!

일상의 작은 것 하나도 금방 행복으로 만들어버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