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아!’라는 탄성소리가 가진 힘은 어느 정도일까?

‘아!’라는 탄성소리가 가진 힘은 어느 정도일까?

by 운영자 2013.01.14









유순재
어린이재단 전남본부
복지사업 팀장

노래가 너무 부르고 싶어 노래를 부르는 아이가 있었다. 배고픈 현실이 반복될 뿐이라고 말리는 할머니도 계셨다.

너무 늦게 시작해서 어려울 수 있다고 걱정하는 선생님도 있었다.

‘급식비가 없어 점심을 굶는다더니 노래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나 보네’라며 비아냥거리는 친구들도 있었다.

격려와 지지대신 우려와 걱정 속에서도 꿈을 놓지 않았던 그 아이가 오늘 대학교 실기 시험을 치른다. 면접관들 앞에 떨리는 모습으로 서있을 아이.

2012년 1월 600만원짜리 산동네 전셋집에서 팔순의 할머니와 중학생인 남동생과 함께 생활하는 고교2학년 남학생이 성악을 하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를 처음 접했다.

성악이라는 꿈보다 그 아이가 처한 현실이 너무나도 딱해 후원자님들이 모아주신 십시일반의 후원금을 들고 아이를 찾아가던 날 그 아이는 내게 삶의 궁핍함과 어려움 대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담담하지만 당당한 모습으로 꺼내놓았다.

주위에 말리는 사람들이 가득하지만 해보고 싶다는 굳은 의지가 담긴 눈망울을 보며 그 아이의 꿈을 지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시작한 지원프로젝트.

인터넷 기사, 미국의 한 교회 소식지 등으로 아이의 소식이 전해지고 물밀 듯 밀려드는 후원신청을 예상했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잠잠했었다.

아이의 할머니, 선생님, 친구들과 같은 반응을 보이는 사회 현실에 절망만 하기에는 아이의 꿈을 향한 열정이 너무 뜨거웠다. 아이가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도 포기란 없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본부, 그리고 다른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 아이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기다리는 동안 아이의 지도를 위한 재능기부를 해주시겠다는 유명 성악가가 나타났다.

남도의 끝자락에서 성악가가 계신 서울까지 왕복할 교통비와 체류비 등을 지원하겠다는 기업체도 나타나고 아이가 살고 있는 환경을 변화시켜주기 위한 여수시의 노력도 이어져 코끝을 에이는 외풍을 겪지 않아도 되는 영구임대 아파트로의 입주등 하나 둘 모아지는 나눔의 손길들과 함께 아이의 목소리는 더욱 맑게 영글어 가고 있었다.

2012년 12월 아이를 후원해주던 기업체가 주관한 지역아동센터 발표회 행사가 있던 날 게스트로 무대에 오른 아이.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 저… 그냥… 하다보니…”라는 수줍고 어수룩한 모습을 보이던 아이를 위한 피아노 반주가 시작되고도 웅성웅성 수다를 멈추지 않던 객석의 아이들.

“눈을 뜨기 힘든~ ”
성악가 김동규의 ‘시월의 어느 멋진 날’의 첫 소절이 시작되는 순간
숨이 멎는 듯한 정적과 함께 터져 나온 ‘아!’ 하는 탄성.

일년 동안 아이의 꿈을 지원하면서도 나조차도 아이의 노래 소리를 처음 듣는 순간이었다. 그 아름다운 공명이 주는 감동은 공연장을 휘어잡은 소리의 울림 이상이었다.

목소리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객석의 1000여명의 꼬맹이들이 순간 수다를 멈추고 내지르던 ‘아!’ 하는 탄성소리 속에 담겨 있을 수많은 의미들이 가슴으로 전해진다.

그 의미들 속에 ‘아! 나도 꿈꿀 수 있겠구나’라는 희망이 담겨있을 것이기에 행복하다.

실기를 치르고 있을 아이를 궁금해하며 시험을 잘 치렀을지 뭐라고 물을까 걱정하는 직원에게 얘기했다. “애썼다”는 한마디면 충분할 것 같다고.

아이가 존경했던 성악가 김동규씨처럼 멋진 바리토너가 되지 못하고 배고픈 성악가로 살아가게 될지, 아니면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게 될지 알 수없는 아이의 미래이지만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더라도 자신의 꿈을 향한 열정을 꽃피울 수 있었던 시절의 노력과 주변인의 온정이 가슴에 따스하게 남아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어려운 처지를 부끄러워하지 않아줘서, 꿈을 버리지 않아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2013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더 많은 아이들이 꿈을 지지하고 지원할 수 있길 기대한다.

누가 함께 해주실까를 걱정하기보다 어딘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마음을 나눠줄 후원자님들이 분명히 계실 것을 알기에 마음이 더욱 훈훈해지는 정초이다. 계사년 새해에는 그대에게 축복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