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by 운영자 2013.01.28

책상 위에 놓은 장식용 와인잔 속에서 앙증맞게 자라고 있는 싱고늄.

2년 전 분갈이를 하며 남겨진 1~2cm 남짓한 줄기들을 버리기 미안해 물과 함께 담아둔 자리에서 사시사철 푸른 하트모양 잎사귀들이 귀엽게 자라고 있다.

유리잔에 낀 녹자가 지저분해질 쯤 한 번씩 씻어주는 것 말고는 한 달에 한 번쯤 채워주는 물만 먹고 참 예쁘게 자라주는 이 녀석들에게 새 친구가 생겼다.

실물크기의 천배쯤 축소된 자유의 여신상. 미국 어학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은영이가 손엽서와 함께 전한 선물이다.

환희에 찬 은영의 글을 읽고 보는 자유의 여신상은 뿌듯하게 횃불을 높이 들고 있는 당당함이 은영이의 현재 모습과 닮아 보인다.

문득 귀엽고 예쁘게, 딱 손가락 크기만큼만 자라는 싱고늄과 자유의 여신상이 이루는 묘한 대조가 우리를 통해 지원받고 있는 아이들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에서는 전남의 2000여명 아동에게 매달 5만원 이상의 후원금을 정기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학습비, 생활비, 의료비, 주거비 등 여러 형태로 지원되고 있는 후원금이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며 알차게 쓰일 수 있도록 시군청 희망복지지원단을 비롯한 지역 내 복지기관들과 협력관계를 형성하며 사례관리를 하고 있지만 아이와 그 가정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삶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을 이루고 있을까?

와인잔 속에 담겨서 딱 그만큼만 자라는 싱고늄처럼 자신의 역량만큼이 아니라 담겨진 그릇만큼만 자라는 것은 아닌지….

이런 찝찝함을 통쾌하게 날려주는 은영이의 사례.

식물인간처럼 365일 병상에 누워 의료적 처치를 받아야하는 동생과 함께 생활하는 가운데서도 연세대 영문과에 합격한 은영이의 성실함과 안타까운 사연의 기사를 접한 한 독지가의 후원으로 대학등록금과 함께 학비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을 만큼의 후원금을 정기적으로 지원받으며 어학연수의 기회까지 갖게 된 은영이의 달라진 삶.

아픈 동생과 어려운 가정 형편에 묶여 있지 않고 새로운 삶을 개척하며 내일을 향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은영이의 편지 속에 “내가 받은 만큼 다른 사람을 도우며 살게요”라는 틀에 박힌 문구 대신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전공수업을 더 잘할 수 있겠다”는 글귀가 더욱 반갑다.

은영이가 아쉬움을 남겨두고 떠나왔을 뉴욕에 늘 한결 같이 세상을 내려다보며 자리하고 있을 자유의 상징 그 받침대에 새겨진 시구를 한 구절 읊어본다.

“너의 지치고 가난한 자유를 숨쉬기를 열망하는 무리들을 너의 풍성한 해안가의 가련한 족속을 나에게 보내다오 폭풍우에 시달린 고향 없는 자들을 나에게 보내다오 황금의 문 곁에서 나의 램프를 들어 올릴 터이니”

자유를 찾아, 새 삶을 찾아 미지의 땅을 향해 개척의 길을 나섰던 수많은 이민자를 품었던 미국처럼 현재보다 나은 삶을 위해 도전하는 삶을 성실히 살아가기 희망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희망의 횃불이 될 것이다. 횃불의 아름다운 연료가 되어주시는 이 땅 수많은 후원자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