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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걸으며 놀아요!

혼자 걸으며 놀아요!

by 운영자 2013.10.15

제주 올레길을 시작으로 여기저기 둘레길, 옛길이라는 이름으로 길이 다듬어지면서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편안하고 쉽게 아름다운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걷기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야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겠고, 특별한 준비물 없이 가볍게 나서서 체력과 기분에 따라 속도를 조절할 수 있고 언제든 멈출 수 있어 부담이 없으니 저 역시 기회만 있으면 걸으려 노력합니다.

올봄, 탁구를 치다가 장딴지 근육 부분파열로 깁스를 했던 터라 다시 운동을 시작하려니 아무래도 겁이 나고 망설여져서 살살 걷는 것으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다리 상태를 살펴가며 무리하지 않고 즐겁게 걷기로 나름 원칙을 정하고 길을 나섰습니다. 서울에 사는 저는 한강으로 향하는 동네 하천가를 따라 걷곤 하는데, 올 가을에는 반경을 조금 넓혀보기로 했습니다.

요즘은 워낙 걷기의 고수들이 많아 좋은 길과 숨어있는 길들을 소개한 책도 쏟아져 나오고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걷기의 즐거움을 설파하는 사람들도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아마추어인 저는 그저 시간 날 때마다 적당히 마음 내키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걷습니다.

얼마 전, 숭례문 근처에서 볼일을 마치고나니 세 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서 남산순환도로로 접어들어 잠시 숲길을 걸었습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걷는 와이셔츠 차림의 직장인들 사이로 운동복 차림의 중년들도 여럿 보입니다.

모교 도서관에 들렀던 날에는 오랜만에 캠퍼스 탐방에 나섰습니다. 졸업한 지 30년이니 학교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확 달라졌지만, 그래도 커다란 나무들은 그 사이 더 굵어졌고 아기자기한 산책길이 생겨 걷기에는 그만입니다. 젊고 예쁜 대학생들의 밝고 활기찬 기운까지 덤으로 전해 받습니다.

서울시청 앞에서 약속이 있던 날은 아예 두 시간 정도 일찍 나가서 바로 앞에 있는 덕수궁에 들렀습니다. 하늘 높이 솟아있는 빌딩들 사이에서 궁궐의 기와지붕과 낮은 담, 커다란 나무들이 숨 쉴 구멍을 만들어주는 듯 했습니다.

임금님이 커피를 즐기셨다는 ‘정관헌’에도 출입을 할 수 있다고 해 신발을 벗고 잠시 올라앉아 커피 향을 코끝에 떠올려봅니다.

그러고 보면 저의 걷기는 운동이라기보다는 해찰 심한 아이의 한 눈 파는 짓을 닮아 있습니다.

그래도 가만히 앉아있기보다는 몸을 움직이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고, 이것저것 사람 구경 세상 구경을 하니 배우고 느끼는 게 왜 없겠습니까.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오늘도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길을 나섭니다.

<유경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