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입은 옷 어떠냐
아빠 입은 옷 어떠냐
by 운영자 2015.02.26
아내가 퇴직했다. 송별 모임을 하고 돌아온 아내는 직장에 대한 애증 탓인지 독감으로 드러누웠다.
끙끙 앓던 아내는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끝내 병원에 입원했다.
목이 붓고, 이명증이 있고, 기침이 심하다. 입원한지 벌써 닷새째다.
아내 없는 집의 아침은 바쁘다. 내 손이 가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딸아이와 대충 아침을 먹고, 대충 방 정리를 했다. 점심과 점심 이후의 식사는 각자 밖에서 해결하기로 하고 서둘러 옷을 입고 거실에 나왔다.
“아빠 입은 옷 어떠냐?” 딸아이에게 물었다. “괜찮아. 춥지는 않겠네 뭐.” 내 옷을 쓱 보더니 그랬다. 나는 집을 나왔다. 고맙게도 집 앞에 병원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
지난 나흘 동안 그 버스를 타고 아내가 입원한 병원과 집을 오갔다. 어제는 늦은 밤 병원에서 나와 버스를 기다리는데 날씨가 몹시 추웠다.
그 기억이 있어 오늘은 옷을 잔뜩 껴입었다.
버스에 오르는데, 버스에 탄 몇 안 되는 사람들이 나를 일시에 쳐다봤다.
자리에 앉아 내 행색을 살폈다. 등산용 점퍼에 목도리까지. 그것도 귀 달린 모자에, 마스크에, 장갑까지 끼고 앉아 있다. 거기다 신발은 파란색 여름 운동화다. 내가 봐도 내 몰골이 우습다.
그때가 언제인가. 내가 막 고등학교에 들어갔을 때의 어느 이른 여름날이었다. 아버지는 오랜만에 면도하시고는 사랑방에서 옷을 챙겨입고 계셨다.
그날이 어쩌면 읍내에 장이 서는 날이거나 아니면 소중한 분을 만나러 가시는 날 같았다. 손 위 어린 누이는 아침부터 아버지 모시옷 다림질을 하느라 땀을 뻘뻘 흘렸다.
이윽고 옷을 챙겨입은 아버지가 사랑방에서 마루로 나오셨다. “애비 옷이 어떠냐?” 한 손에 중절모를 쥔 아버지가 겸연쩍게 나를 보셨다. “괜찮아 보이는데요.” 나도 지금의 내 딸아이처럼 그렇게 말씀드렸다.
그런데 마당에 내려서서 걸어나가시는 아버지 옷차림이 이상했다. 모시옷이라 속옷이 얼핏얼핏 들여다보였다. 속옷 위에 단이 짧은 바지를 받쳐 입어야 하는데 아버지는 그 생각을 못 하신 것 같았다.
아니 그 옷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 말씀을 못 드리고 우물쭈물하는 사이 아버지는 이미 마당을 걸어나가셨다. 나는 그날 내내 속옷이 들여다보이는 차림으로 다니실 아버지를 생각하며 가슴을 졸였다. 그때 어머니는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해 계셨다. 무려 16년 동안이나.
집에 어머니가 안 계시니 아버지 출입 옷차림이 궁색했다.
지금처럼 돈을 내고 기성복을 사 입는 때가 아니고 일일이 여자의 손으로 바지저고리를 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니 구색을 갖추어 입으실 여력이 없으셨던 거다.
어머니의 뒷바라지가 없는 아버지의 16년은 너무도 힘겹고 참혹한 시절이었을 것이다. 내 옷차림을 보아줄 아내 없이 닷새를 살아보니 그 시절의 아버지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오늘따라 그 옛날의 아버지가 생각난다. 지금 딸아이도 어쩌면 내 어이없는 행색을 생각하며 그 옛날의 나처럼 마음 졸이고 있는 건 아닐는지…….
끙끙 앓던 아내는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끝내 병원에 입원했다.
목이 붓고, 이명증이 있고, 기침이 심하다. 입원한지 벌써 닷새째다.
아내 없는 집의 아침은 바쁘다. 내 손이 가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딸아이와 대충 아침을 먹고, 대충 방 정리를 했다. 점심과 점심 이후의 식사는 각자 밖에서 해결하기로 하고 서둘러 옷을 입고 거실에 나왔다.
“아빠 입은 옷 어떠냐?” 딸아이에게 물었다. “괜찮아. 춥지는 않겠네 뭐.” 내 옷을 쓱 보더니 그랬다. 나는 집을 나왔다. 고맙게도 집 앞에 병원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
지난 나흘 동안 그 버스를 타고 아내가 입원한 병원과 집을 오갔다. 어제는 늦은 밤 병원에서 나와 버스를 기다리는데 날씨가 몹시 추웠다.
그 기억이 있어 오늘은 옷을 잔뜩 껴입었다.
버스에 오르는데, 버스에 탄 몇 안 되는 사람들이 나를 일시에 쳐다봤다.
자리에 앉아 내 행색을 살폈다. 등산용 점퍼에 목도리까지. 그것도 귀 달린 모자에, 마스크에, 장갑까지 끼고 앉아 있다. 거기다 신발은 파란색 여름 운동화다. 내가 봐도 내 몰골이 우습다.
그때가 언제인가. 내가 막 고등학교에 들어갔을 때의 어느 이른 여름날이었다. 아버지는 오랜만에 면도하시고는 사랑방에서 옷을 챙겨입고 계셨다.
그날이 어쩌면 읍내에 장이 서는 날이거나 아니면 소중한 분을 만나러 가시는 날 같았다. 손 위 어린 누이는 아침부터 아버지 모시옷 다림질을 하느라 땀을 뻘뻘 흘렸다.
이윽고 옷을 챙겨입은 아버지가 사랑방에서 마루로 나오셨다. “애비 옷이 어떠냐?” 한 손에 중절모를 쥔 아버지가 겸연쩍게 나를 보셨다. “괜찮아 보이는데요.” 나도 지금의 내 딸아이처럼 그렇게 말씀드렸다.
그런데 마당에 내려서서 걸어나가시는 아버지 옷차림이 이상했다. 모시옷이라 속옷이 얼핏얼핏 들여다보였다. 속옷 위에 단이 짧은 바지를 받쳐 입어야 하는데 아버지는 그 생각을 못 하신 것 같았다.
아니 그 옷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 말씀을 못 드리고 우물쭈물하는 사이 아버지는 이미 마당을 걸어나가셨다. 나는 그날 내내 속옷이 들여다보이는 차림으로 다니실 아버지를 생각하며 가슴을 졸였다. 그때 어머니는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해 계셨다. 무려 16년 동안이나.
집에 어머니가 안 계시니 아버지 출입 옷차림이 궁색했다.
지금처럼 돈을 내고 기성복을 사 입는 때가 아니고 일일이 여자의 손으로 바지저고리를 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니 구색을 갖추어 입으실 여력이 없으셨던 거다.
어머니의 뒷바라지가 없는 아버지의 16년은 너무도 힘겹고 참혹한 시절이었을 것이다. 내 옷차림을 보아줄 아내 없이 닷새를 살아보니 그 시절의 아버지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오늘따라 그 옛날의 아버지가 생각난다. 지금 딸아이도 어쩌면 내 어이없는 행색을 생각하며 그 옛날의 나처럼 마음 졸이고 있는 건 아닐는지…….